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묻는 경우가 있다. 그가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을 듣게 되면 그가 어떤 사람일 거라는 그림이 머릿속에서 대충 그려진다. 그 그림이 간혹 틀릴 때가 있긴 하지만 확실한 점은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엔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좋아하는 음식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사람과 비프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를 것이니까. 좋아하는 음악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예상해 볼 수도 있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를 것이니까.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책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요즘 내가 즐겨 읽는 책을 살펴보면 같은 계통으로 여겨질 책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인터넷 서점에서 많이 본 것, ‘이 책을 구입하신 분들이 다음 책도 구입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맞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세 권의 책들을 즐겨 읽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1.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 ‧ 사이먼 슈타인하트 지음

 

 

 

 

 

 

 

 

 

 

 

 

 

 

 

 

 

 

어떤 사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우선 그것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즉 관찰해야 한다. 이 관찰을 바탕으로 할 때에 통찰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관찰이란 중요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도 현재의 세상에 대해 관찰함으로써 가능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세상을 좀 더 다채롭고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사소한 것에서 진정한 현실을 찾아내서 그 저변을 파헤치는 것이 내 직업이자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20쪽) “나는 이 책 전반에 걸쳐 평범한 인간 활동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도 통찰력과 영감을 얻고 직업을 구하는 데 유용한 사회적 암호 해독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43쪽)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그 이유가 비단 직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직업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미래의 모습이다. <관찰의 힘>은 평범한 일상 속에 있는 것들을 관찰함으로써 미래를 읽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하나의 예로 소지품을 관찰해 보자.

 

 

 

“우리가 밖에 나갈 때 반드시 소지하는 물건을 관찰해보면 기본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생존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주제를 연구해본 결과 열쇠, 돈, 휴대전화 삼총사는 문화, 성별, 소득계층, 나이(청소년 이상)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세 가지가 원시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가장 필요한 물품이기 때문이다. 돈은 음식물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열쇠는 피난처를 제공하며 우리가 자리를 비운 동안 소유물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휴대전화는 공간(전화와 인터넷 채팅)과 시간(문자와 이메일)을 가로질러 서로를 연결해준다.”(135쪽~136쪽)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자랑하려는 뻔한 의도로 우연을 가장해 물건을 내보이는 모습”을 관찰해 보자.

 

 

 

“예를 들어 열쇠고리를 이용해서 대화의 주제를 새 자동차로 이끌어간다거나, 특정(특히 비싼) 브랜드의 상표를 눈에 띄게 놓는다거나, 문자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보란 듯이 최신 고급 스마트폰을 꺼내는 일 등이다. (…) 이렇게 지위를 손에 잡히는 사물의 형태로 드러내는 능력은 사물의 가시성(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 능력은 동시에 그 속에 내재하는 긴장을 강조하게 된다. 그 긴장은 바로 소유물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은 욕구의 대립이다. 애플의 이어버드를 한순간에 인기 제품으로 만든 높은 가시성과 상징적 가치가 그것을 훔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말이다.”(141쪽)

 

 

 

소녀의 가짜 치아교정기를 보면서, 그리고 친구 집 화장실에 있는 읽을거리를 보면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치아교정기의 경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착용자나 착용자의 부모가 치아교정기 같은 사치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사실이다. 방콕의 가짜 치아교정기는 참 흥미로운 예다. 일단 치아교정기가 신분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누군가가 이런 종류의 물품을 위조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더 의외다. 왜 십대 여자아이가 가짜 구찌 티셔츠를 살 돈으로 가짜 교정기를 고르는 걸까? (…) 방콕처럼 어디를 가든 가짜 명품옷이 넘쳐나서 너나 할 것 없이 입고 다니는 곳에서는 가짜 교정기 같은 것이 훨씬 티가 덜 나고 따라서 더 그럴듯하게 보이는 책략이 된다.”(84쪽)

 

 

 

화장실에서도 집주인의 과시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케이트 폭스는 자신의 저서 <영국인 발견>에서 화장실을 장시간 사용할 때에 대비해 갖다놓는 읽을거리가 흥미롭게도 사회적 계층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최하층 노동자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가벼운 농담이 담긴 유머집이나 스포츠 잡지로 화장실을 채우는 경향이 있다. 중하층이나 중산층은 저속하게 보일까 싶어 읽을거리를 갖다놓는 것을 아예 싫어한다. 그와는 반대로 중상층은 종종 화장실에 작은 서재를 차리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다. (…) 마지막으로 상류층을 보면, 그들의 취향은 최하층 계급과 놀랄 만치 비슷하다. 바로 유머와 스포츠다. (…) 그들의 목표는 웅장한 대저택 내에 소박한 집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87쪽~88쪽)

 

 

 

이처럼 사소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직접적으로 말로 표현된 것보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내용을 이해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이다.

 

 

 

 

 

 

 

2. <스마트한 선택들> 롤프 도벨리 지음

 

 

 

 

 

 

 

 

 

 

 

 

 

 

 

 

 

 

이 책은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2가지 심리 법칙’을 소개하는 책으로, 저자의 다른 책 <스마트한 생각들>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지혜로운 자의 목표는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는 것이다.”_아리스토텔레스(9쪽)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바와 같이 불행을 피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이듯이, 생각의 오류를 피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이다. 이 책에 실린 52가지 심리 법칙을 알아 둔다면, 일상적인 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생각의 오류들을 피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52가지 심리 법칙 중에서 인상 깊게 읽은 것을 뽑았다.

 

 

 

“왜냐하면‘ 효과(구차한 변명이라도 하는 게 나은 이유) ; 우리가 취하는 태도에 대해서 어떤 이유를 덧붙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해와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17쪽) 그 내용이 합리적이든 아니든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행동에는 ’왜냐하면‘이 있어야 한다. 이 눈에 띄지 않는 한마디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윤활제가 된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거나 이해받고 싶다면 이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20쪽)

 

 

 

(내가 예를 들어 보겠다.) 예를 들면 길에서 사람들에게 차비를 달라고 말할 때, “차비가 없는데 주실 수 있나요?”보다는 “차비가 없는데 주실 수 있나요? 왜냐하면 제가 오늘 지갑을 잃어 버려 돈이 하나도 없어서 그래요.”하는 게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겠다.

 

 

 

계획오류(왜 항상 계획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까?) : 왜 우리는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 계획하는 모든 것을 다 달성하는 성공적인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둘째로 우리는 지나치게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낯선 사건들(예상치 못한 일들을 말함.)은 배제시켜 버린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참고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57쪽~59쪽)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그 계획은 실천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자신이 바라는 것에만 치중해서 무리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서 그 계획을 망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과거에 실패했던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이번에도 실패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게 필요하겠다.

 

 

 

질투의 심리학(최고급 아파트를 사고도 불행한 사람들) :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백만장자가 아니라 바로 가까이에 살고 있는 이웃을 질투한다. (…) 질투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피할 수는 있다. 첫째, 당신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일을 그만 두어라. 둘째, 당신의 ‘능력의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찾아내어 그것을 혼자 차지하라, 당신이 지배자가 될 수 있는 자신만의 둥지를 만들어라. 당신이 스스로 대가(大家)가 될 수 있다면 그 영역이 얼마나 왜소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는 당신이 왕이라는 사실이다.(63쪽~65쪽)

 

 

 

예를 들면 이렇게 될 것 같다. 30평의 아파트에 살다가 50평의 아파트에 이사를 가서 처음엔 만족스러웠는데, 친한 친구가 60평의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불만족스러워지고 그 친구를 질투하게 된다는 것. 모든 걸 비교하려 들지 말고 하나를 정해서 그 안에서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게 답이라니까, “집은 네가 더 큰 집에서 살지만 영어는 내가 더 잘해.” 또는 “나처럼 테니스를 잘 치는 사람은 내 주위에 아무도 없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겠다. (나의 경우엔, 글을 쓰면서 글 잘 쓰는 작가들과 비교하려 들지 말고, 논술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논술의 영역에선 내가 최고의 강사야, 하고 생각하기’가 되겠네.ㅋ)

 

 

 

자이가르닉 효과(끝내지 못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 : 자이가르닉은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과제를 지우려면 일단 그것을 끝내야먄 한다고 생각했는데, 반드시 끝낼 필요가 없었다. 좋은 계획을 갖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이것은 놀라운 결과였다. 왜냐하면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과 똑같은 정신 상태가 된다는 것은 인간이 진화해 온 측면에서 보면 증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 이제 만약 오늘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금세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숙면을 위해서 당신의 침대 근처에 메모장을 하나 놓아 두어라. 작은 계획을 적어 넣는 단순한 행위가 당신 내면의 목소리가 내는 불협화음을 침묵하게 할 수 있다.(111쪽~112쪽)

 

 

 

어떤 스트레스로 마음이 불안정하여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면, 그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메모지에 하나씩 적어 넣으라는 것. 그러면 마치 그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겠다.

 

 

 

노력 정당화 효과(초간편 인스턴트 케이크가 실패작이 된 이유) : 1950년대에 인스턴트 케이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재료가 혼합된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생산업자는 이 제품이 분명 엄청나게 판매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가정주부들은 그 제품을 싫어했는데, 그 이유는 이 제품을 쓰면 케이크를 만들기가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노력을 전혀 들이지 않고 간단히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만족감을 주기는커녕 주부로서의 자존감을 건드린 것이다. 생산업자는 재료에 신선한 달걀을 하나 넣고 섞는 과정을 추가해서 조리법을 약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비로소 가정주부들의 자존감이 상승했다. 그리고 만들기 편한 케이크에 대한 만족감도 함께 상승했다.(233쪽)

 

 

 

내가 만약 두 시간 만에 쓴 글이 있고 열 시간이나 걸려 쓴 글이 있다면, 나는 전자보다 후자를 더 가치가 있다고 여길 것이다. 전자보다 후자의 글이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많은 노력을 투자한 결과에 대해서 과잉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노력이 필요 없는 케이크가 주부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판단을 흐리게 할 ‘노력 정당화 효과’를 경계해야겠다.

 

 

 

우리는 삶 속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일어날 것인가 더 잘 것인가를 선택한다. 아침 식사에선 밥을 얼마나 먹어야 할 것인가를 선택하고, 어떤 반찬에 젓가락을 댈 것인가를 선택한다. 외출할 땐 어떤 옷을 입을지를 선택하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를 선택한다. 이런 작은 문제에서뿐만 아니라 큰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업을 선택하고, 배우자를 선택하고, 집을 사고 싶을 땐 어디에 집을 사야 할지를 선택하고, 투자를 하고 싶을 땐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를 선택한다. 만약 선택을 잘못할 경우엔 후회가 따른다. 그러므로 무엇을 선택할 때엔 후회가 따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명한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는 명언이 있듯이, 현명하게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선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을 판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는 판별하는 게 어렵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어둠을 물리칠 빛을 선사할 것이다.

 

 

 

 

 

 

 

3. <의도적 눈감기> 마거릿 헤퍼넌 지음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끌렸다. 내가 읽고 싶은 게 바로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뻔히 알면서도 인식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놓치는 것들에 대해 탐색하는 책이다.

 

 

 

나도 ‘의도적 눈감기’를 하고 살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외출 준비를 하면서 날씨가 흐려 비가 올 것 같은 걸 알면서도 ‘오늘 비 안 올 거야’하면서 우산을 챙기지 않고 그냥 나간다. 또 핸드폰에서 가끔 짧게 소리가 나서 고장인가 하다가, 별 일 아니겠지 하면서 방치한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수신함의 문자가 꽉 차서 누군가가 내게 문자를 보낼 때마다 문자가 들어오지 못해 났던 소리였던 것. 그렇다면 나는 왜 ‘의도적 눈감기’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산을 갖고 다니는 게 싫어서 비가 오지 않을 거라고 믿어 버리고, 핸드폰에 문제가 생기는 게 싫어서 문제가 생기지 않은 거라고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즉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 버리기 때문에 ‘의도적 눈감기’가 일어난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다.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우리 스스로 눈감기를 선택하는 이유다. 면전에서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커다란 위험을 부인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7쪽)

 

 

 

개인이든 집단이든 ‘의도적 눈감기’에 빠지는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며 ‘의도적 눈감기’는 우리 모두가 빠질 수밖에 없는 일종의 인간적인 현상이란다. 우리는 모든 것을 관찰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기에 뇌가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즉 우리는 입력된 정보를 편집하고 걸러야만 하기 때문. 따라서 무엇을 통과시키고 걸러낼 것이냐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 대부분은 연약한 자아와 중대한 신념을 뒤흔들어놓는 것들을 편리하게 걸러내고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줄 정보들만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의도적 눈감기’가 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장점도 있다.

 

 

 

“실크 넥타이에 묻은 커피 얼룩, 여자 친구의 여드름, 이웃의 누추함을 못 본 체할 때 의도적 눈감기는 관계의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의견 차이를 눈감아버리면 사무실은 평온해질 것이다.”(8쪽)

 

 

 

터조에 대한 얘기는 재밌다.

 

 

 

“플리니우스는 타조에 대해 서술한 최초의 박물학자로 알려져 있다. <자연사(Historia Naturalis)>에서 그는 다소 무례할 정도로 새들이 어리석다고 깎아내리며 묘사했다. ‘새들은 머리와 목만 덤불 속에 파묻으면 몸 전체를 숨겼다고 착각한다.’ 오늘날 자연 과학자들은 새들이 머리와 목을 땅바닥에 대고 엎드리는 것은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한다.”(134쪽~135쪽)

 

 

 

사람도 타조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세금을 납부할 때나 나쁜 습관인 줄 뻔히 알면서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할 때, 또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이상할 때도 우리는 모래 속에 머리를 묻고 싶다. 무시해버리면 사라질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또 바란다. 단순히 생각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모래 속에 머리를 묻고서 우리는 위험 따위는 존재조차도 하지 않는 척, 그래서 변화할 필요도 없는 척 행동하려고 한다. 또한 갈등을 회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135쪽)

 

 

 

이렇게 갈등을 회피함으로써 ‘위험이 없다면 싸울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맞닥트리기 싫은 문제와 갈등에 대해 눈을 감아버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의도적 눈감기’는 병원에서도, 기업에서도 일어나 막대한 손실이 생기게 한다. 상사의 명령에 대해 무조건 복종하는 분위기 때문에 ‘의도적 눈감기’가  일어난다. (병원과 기업에서 ‘의도적 눈감기’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목표를 이루기만 한다면 그 방법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복종의 힘이다.”(181쪽)

 

 

 

“복종을 하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믿는다. 아주 간단하고 쉽다. 특히 지치고 마음이 산란하며 싸우기 싫을 때는 더욱 그렇다. 또한 복종은 우리를 눈감게 만드는 다른 모든 힘들을 증폭시키며 공고하게 한다.”(188쪽)

 

 

 

그렇다면 ‘의도적 눈감기’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알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보겠다고 주장할 때는 우리 스스로에게 희망이 생긴다. 의도적 눈감기가 의지에 의해 결정된 일이며 경험과 지식, 생각, 뉴런, 신경증 등이 한데 섞인 산물이라는 사실은 의도적 눈감기를 바꿀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어왕처럼, 우리는 더 잘 보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뇌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한다. 모든 지혜가 그렇듯, 보는 것은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내가 알 수 있고, 알아야 함에도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여기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가?” (381쪽)

 

 

 

 

******

이런 책들을 즐겨 읽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대답 : 으음... 글쎄... 분석, 통찰, 미래 예측, 인간에 대한 탐구, 현명한 판단, 깨달음 등의 말과 연관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 듯. 분석적인 사고를 하고 싶은 사람일 듯. 무엇보다도 인간의 심리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일 듯. 그 이상은 나도 모르겠다. (여러분에게 넘깁니다.) 여러분이 생각해 보시길... 또 나처럼 이런 책들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서 이런 책들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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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07-3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 모두 흥미로워 보입니다.
다만 저는 3권 모두 번역서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요.
비록 저 책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경험상 이런 류의 책들 번역서 중에서 성공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요.

맨 밑에 대답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말씀하신 부분들이 대채로 들어맞는 것 같아요.
저도 인간 심리와 행동과 말에 관심이 많습니다.

페크pek0501 2013-07-31 15:4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인간 심리에 관심이 많으시다니 저의 동족을 만난 것 같군요.

번역서, 맞아요. 좋은 책이 번역서일 때 좀 아쉽지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을 보면 꼭 번역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 같아 찜찜하고...또 외우고 싶은 싶을 정도로 문학적 표현이 많은 책이 번역서이면 아쉽죠.
(빠른)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

마립간 2013-07-3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찾은 답변은 ... 저 마립간과 공통점을 갖고 계시군요.

페크pek0501 2013-07-31 15:59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마립간 님께 고백하자면, 님의 독서일기를 읽고 나서 제가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댓글로 뭘 써야 할지 몰라 그냥 온 적이 몇 번 있다는 것.ㅋㅋ

댓글 쓰기 참 어려워요. 댓글에 대한 답글은 이렇게 쉽게 쓸 수 있는데 말이죠.

yamoo 2013-07-3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째 권 제외하고 두권이 심리학 계열의 책이네요~ 세권 모두 관심가는 책입니다. 저는 요즘 베르그손 주저들과 현대미학에 대한 책을 주로 읽고 있어요. 특히 베르그손은 우리 주위의 사소한 물리법칙으로부터 실로 대단한 형이상학을 이끌어내고 있어요. 그래서 매번 경탄을 하며 읽고 있습니다! 올해 나머지 시간들은 여러 책을 못 볼거 같다는~

페크pek0501 2013-08-01 19:39   좋아요 0 | URL
야무님, 안녕하세요? 매우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그동안 서재 활동이 없으셔서 무슨 일인가, 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복귀하셔서 환영합니다.

심리학은 님이 잘 아실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체계적인 독서가 아니라 그저 눈에
띄는 대로 이것저것 읽고 있어요.
베르그손은 읽은 적이 없어 몰라요.ㅋㅋ 이름은 많이 들어봤네요.
앞으로 글 자주 볼 수 있는 거죠?
또 뵈요. ^()^ 고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08-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자들은 일반인들이 심리학을 무슨 독심술이나 관상술 비슷하게 간주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더군요.사실 아무리 나이가 든 사람도 남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죠.

페크pek0501 2013-08-04 13:10   좋아요 0 | URL
노 님, 반갑습니다. 더운 날씨에 잘 지내시나요?

심리학 서적을 즐겨 읽고 있는데, 그렇다고 남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 , 맞아요. 그저 인간의 일반적인 특성 정도를 알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설문이나 실험을 통해서 증명된 것들을 알 수 있을 뿐이죠. 어떤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더라, 하는 정도요.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데엔 도움이 되긴 해요. 저는 인간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로 읽고 있어요. 이런 것 읽느라고 소설을 못 읽고 있어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3-08-04 14:00   좋아요 0 | URL
뛰어난 소설가는 심리묘사에도 능하니까 소설 속의 심리묘사를 정독하면 심리학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3-08-04 14:5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소설은 인간학이니까요. ^()^

oren 2013-08-0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참 많군요. 자세한 사례까지 곁들인 글이어서 재미있네요. pek님의 글 덕분에 새삼 '관찰의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관찰'을 잘 했기 때문에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들 가운데 다윈이 한 말도 떠오릅니다.
* * *
'과학자로서의 나의 성공은, 그것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는 별도로 하고 ······ 복잡한 갖가지 심적 소질과 조건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과학에의 사랑 - 어떤 문제라도 오랫동안 끝까지 생각하는 무제한의 강한 인내심 - 관찰이나 사실 수집에서의 근면함 - 그리고 창안력과 상식이 함께 부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 "
- 다윈,『자서전』 중에서

oren 2013-08-0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찰의 힘'과 관련해서는 철학자 하이데거가 ['봄'의 기이한 우위]에 대해 했던 말도 덧붙여 볼 수 있겠군요.
* * *
"봄"의 기이한 우위를 누구보다도 아우구스티누스가 욕망에 대한 해석과 관련하여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본디 눈에 딸린 것이 보는 것인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른 감관으로 무엇을 알려고 할 때에도 "보다"라는 낱말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 '들으라, 얼마나 번쩍이는지', '맡으라, 얼마나 빛나는지', '입을 대라, 얼마나 찬란한지', '만져라, 얼마나 눈부신지.' 그러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보라고 말하고 이 모든 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따라서 눈만이 감각할 수 있는 것을 '보라, 얼마나 빛나는지' 할 뿐 아니라, '소리를 들어보라', '냄새를 맡아보라', '맛을 보라', '얼마나 단단한지 만져보라' 하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체의 감각적 경험을 '눈의 탐욕'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나머지 감관들도, 비슷한 점에서 인식함이 문제가 될 때면 눈이 윗자리를 차지하는 봄의 기능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 『존재와 시간』中에서

페크pek0501 2013-08-07 10:07   좋아요 0 | URL
오렌 님, 늘 좋은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이 책들은 여자들보단 남자들이 좋아하는 책인가 봐요.
지금 보니까 댓글을 쓴 사람들이 전부 남자네요. ^^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여 각종 검사를 받으시느라 많이 수척해지셨어요. 워낙 연로하셔서 힘들어 하세요.
제가 당분간 이곳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아요. 지금도 병원에 가 봐야 한답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를 느끼고 있답니다.

우리 건강합시다. 댓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