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불안할 때가 없는가. 초조할 때가 없는가.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은 없는가.

 

신문에서 이런 광고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불안하십니까. 초조하십니까. 우리 의원을 찾아 주세요.”

 

 

이런 문구를 보면 예전엔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뭐가 그렇게 불안하단 말인가.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면 되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불안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따져 보면 걱정이 많은 것이다.

 

 

큰애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직할 수 있을지, 좋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지, 결혼생활을 마찰 없이 잘할 수 있을지, 경제적 문제는 없을지, 직장에 다닐 텐데 애를 낳으면 애를 누가 키울지 등등. 작은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등등. 남편은 담배로 인해 병이 생기지 않을지 등등. 아주 걱정이 많다.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그러고 보니 다 가족에 대한 걱정이다.

 

 

그렇다면 가족이 없는 사람은 걱정이 없을까. 그런데 혼자 사는 친구가 삶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해서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아프면 누가 보살펴 줄지를 생각하면 암담하다고 한다. 그래서 맘대로 아플 수도 없단다. 쓸쓸한 건 둘째 치고,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경제 문제와 건강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느껴진단다.

 

 

정약용 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 이런 글이 있어 밑줄을 그었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다. 완전히 반해 버렸다.)

 

 

....................

저녁 무렵에 숲 속을 거닐다가 우연히 어떤 어린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울어대며 참새처럼 수없이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 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어린애는 금방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서 밤 한 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갔기 때문이었다. 아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저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 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다 밤 한 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을 것이다.

....................정약용 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67쪽~168쪽.

 

 

다산이 말하기를, 달관의 경지에서 본다면 자손을 잃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사람들마저도, 다 밤 한 톨에 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산은 넷째 아들이 네 살로 요절했다는 기별을 듣고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애통한 심경을 편지에 적어 보내기도 한다. 이 편지엔 “너희들 아래로 무려 사내아이 네 명과 계집애 하나를 잃었다.”라는 글도 있다.)

 

 

달관의 경지에서 보지 않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나도 밤 한 톨에 울고 웃었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시간에 한정되어 이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미래의 시간을 생각하면 그 무엇도 밤 한 톨로 여겨지지 않는다.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결국 밤 한 톨 빼앗긴 것에 불과하다는 말에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때로 글 한 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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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0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을 하면 걱정을 낳으니,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 하고
딸아이가 '생각'을 할 수 있기를 빌어요.

페크pek0501 2013-01-10 15:16   좋아요 0 | URL
걱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겠지요.
언제나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듯해요.
아이들은 자신이 바라는 직업을 가지라고 권하고 있답니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감사드립니다.

다크아이즈 2013-01-09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페크님 기다렸지요.
다산은 팔수록 매혹적인...

페크pek0501 2013-01-10 15:19   좋아요 0 | URL
기다려 주시는 분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으하하~~~)
실망한 뒤엔 그것보다 조금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테니 그것도 괜찮은 거겠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