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관계에는 그 관계만이 갖는 비밀스런 구조라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에 접근해 보고 싶어 ‘연인 관계에서 누가 더 사랑하는 자일까’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나서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 글에서 썼듯이 연인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므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플라톤의 <향연>에 이어 이번에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흥미롭게 정독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 대한 분석과 해석으로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 자체도 경이로운데, 저자의 통찰력은 더 경이로웠습니다.

 

 

 

연애엔 반드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랑만 갖고선 안 된다는 것이죠. 첫사랑이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가 ‘기술의 부족’입니다. 결국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연애에도 친구 관계에도 결혼 생활에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기술을 공부해야 합니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것도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부모답지 못한, 철없는 젊은 부모가 많다고 하는데, 자녀 양육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옳지 못한 태도로 키우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랑만 갖고선 안 된다는 것이죠.

 

 

 

연애 역시 사랑만 갖고선 안 돼요.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자신을 제대로 알고 연애의 특성을 알고 자신의 위치(또는 좌표)를 알아야 해요. 더 좋은 연애를 하기 위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연애에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한 것도 그것으로 인한 인간의 심리가 연애(두 사람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해(또는 연애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타인의 마음을 다치게 해요.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자신은 의도하지 않더라도요.

 

 

 

이런 예가 있습니다. 어떤 여자 대학생이 한 남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그 남자가 매일 집 앞에서 기다리고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심지어 학교의 강의 시간표까지 베껴 가지고 다닐 정도로 집착하여, 여자가 도망가 버렸다는 것입니다. 사랑만 갖고선 안 된다는 것. 인간에 대한, 연애에 대한 이해력(통찰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어느 책에서 읽은 글을 소개하며 끝맺습니다.

 

 

 

 

무릇 천지만물을 살피는 데는 사람을 보는 것보다 중대한 것이 없고, 사람을 보는 데에는 정보다 묘한 것이 없으며, 정을 살피는 데는 남녀 간의 정을 살핌보다 진실한 것이 없다.

 

18세기 문인 이옥의 말이다.

 

 

고미숙 저,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에서.

 

 

 

 

 

 

 

 

 

 

 

 

 

 

 

 

 

 

 

 

 

 

 

 

 

 

 

 

 

 

 

 

 

 

 

 

 

 

 

<추가>

 

 

이 글이 생각나서 추가합니다.

 

 

....................

타인을 향한 비난은, 많은 경우 비난하고 있는 사람 자신의 콤플렉스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비난하는 사람의 불행한 심리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비난하는 사람이 오히려 애처롭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도 이렇게 하십시오.

“너 어떻게 그렇게 서운한 소리를 하니?”

이것이 아닌,

“네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좀 서운한 마음이 든다.”

즉, 말할 대 상대를 향해 비난하는 투로 하지 말고,

나의 상태만 묘사하십시오.

이것이 좋은 대화법입니다.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77쪽~78쪽.

 

 

 

“너 어떻게 그렇게 서운한 소리를 하니?”“네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좀 서운한 마음이 든다.”의 차이를 우리는 공부해야 합니다. 이것이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기술’ 공부입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2-10-2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이 후기 페이퍼도 참 좋아요.
호모에로스, 사두고 아직 안 읽었어요. 향연을 정독하셨군요. 어렵다고만 들었는데
전 아직... 지금 담아갑니다. 이렇게 독서에 채찍이 되니 고맙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기술'은 저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어떤 관계에서든 사랑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지요. 저도 잘 못하지만 방법을 잘 몰라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좌표를 잘 설정하고 잘 안다는 것,
이게 중요한 기본이라는 점에 절대 공감해요.^^
고즈넉한 토요일 해거름, 벌써 창밖이 꽤 어두워요.^^

페크pek0501 2012-10-27 18:10   좋아요 0 | URL
오래 전, <향연>을 읽고 충격을 받았답니다.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면서요.
최근에 읽은 <사랑의 단상>도 마찬가지예요. 경이로워요. 에리히 프롬의 저서는 원래 애독합니다.

이 페이퍼의 끝에 추가로 글을 넣은 것도 읽어 주세요. 혜민 스님의 글인데,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든 글이라서 함께 올렸답니다.
고맙습니다. ~~ 오늘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감상하며 걸었답니다.
이 빗소리를 아직도 글로 표현할 수가 없네, 하면서요. ^^

프레이야 2012-10-27 18:34   좋아요 0 | URL
혜민스님의 말씀, 덧붙여 끄덕끄덕해요.
머리론 알지만 실천이 늘 어렵지요. 늘 의식하고 주의해 삼가는 게 관건. 오늘도 많은말을 했지만 말을잘 한건지 그저 헛소리나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방식으로 헛나가진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인간관계의 근본은 정, 정을 헤아리며 잘 살아야겠어요. 좋은페이퍼 감사^^ 댓글 오자수정했더니 시간 달라졌어요.ㅎㅎ

페크pek0501 2012-10-30 00:21   좋아요 0 | URL
반가운 프레이야 님...
"오늘도 많은말을 했지만 말을잘 한건지 " - 저도 이런 생각에 말을 적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말이 많아지면 실수도 많아지지 않을까 해서요. 으음~~ 그러다가 생각이 너무 깊으면 삶도 피곤해진다, 뭐 그러면서 대충 살자, 그래요. ㅋㅋ

글샘 2012-10-2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는 중인데요~ ^^
10대부터 70대까지 공통의 관심사가 사랑이라지요.
김영민의 '사랑, 그 환상의 물매'도 사랑의 단상과 연관지어 읽어볼 만 하더군요.

페크pek0501 2012-10-30 00:28   좋아요 0 | URL
아, 글샘 님도 <사랑의 단상>을?
처음에 저는 이것 사 보지 않으려고(읽을 게 쌓여서)리뷰만 읽고 말려고 남이 쓴 리뷰를 열심히 찾아 보다가 결국 사게 되었어요. 어떤 글에 반했기 때문이에요.
사랑보다는‘인간 심리'에 더 관심이 가요. 그런데 인간 심리를 가장 잘 꿰뚫을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사랑인 듯해요.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집중할 수 있는 것이어서 새로운 정신 세계를 창조하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집중함으로써 생각이 깊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생각이 깊어진 연인들의 심리를 읽으면 ‘인간’이 보이죠. 그래서 사랑에 관한 책은 흥미로워요.
고맙습니다. ^^

숲노래 2012-10-2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난도 칭찬도 모두 '듣는 이'한테 하는 말이 아닌 '말하는 이' 스스로한테 하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런저런 말을 들을 때면 '말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알 수 있어요.

"아나스타시아" 읽어 보셨나요? 얼마 앞서 7권이 번역되었는데, 3권 책이름이 <사랑의 공간>이에요. 한번 즐겁게 여러 차례 읽어 보셔요. 러시아 타이가 숲에서 살아가는 아나스타시아는 당신 말을 담은 이 책을 읽을 적에 '숲으로 가서 새와 벌레 노랫소리를 듣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면서 읽으'라고 했답니다.

페크pek0501 2012-10-30 00:30   좋아요 0 | URL
님의 댓글을 읽으니 이 글이 생각나네요. (어느 폴더에 제가 써서 저장한 글이에요.)

“얘야, 너도 어른이 되어 보면 세상에 화가 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이해하게 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화를 내게 되는 일이 있어도 그건 결국 자신한테 화를 내는 거란다. 자신이 밉기 때문이지. 바로 그렇게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미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 위기철 저, <아홉살 인생>에서.

잊고 있었어요. 명심하겠습니다.

추천하신 책은 관심 갖고 검색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10-2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랑 바르트나 에리히 프롬을 애독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혜민 스님 같은 이의 책을 대수롭지 않은 베스트셀러 나부랑이라고 무시할 이도 있을텐데, 페크 님은 그런 편견없이 골고루 다루는 글이라서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12-10-30 00:3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베스트셀러라서 관심이 가서 읽었는데, 사유 깊은 글이 많았어요.
특히 제 마음에 위안이 되는 글이 많아서 반복해 읽었답니다.
저는 대중서를 좋아해요.ㅋㅋ 그리고 되도록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읽으려고
노력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