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변영로 작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아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빗소리
주요한 작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볕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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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읽기 아까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