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인종 차별주의자는 대체로 자신이 인종 차별주의자로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이 책은 인종 차별주의자가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쉬운 수법으로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1. 부인의 무화과잎 :


인종차별을 무화과잎으로 가리는 행동은 너무나 흔해서 일상 대화에서 정치 연설까지 세세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제니퍼 솔이 설명한 가장 기본적이고 친숙한 형태는 ‘부인의 무화과잎’이다. 이것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기 전에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이라고 운을 띄우는 것이다. 십 대 시절 한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자기 상사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넌 날 알잖아. 난 인종차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중국인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나는 말문이 막혔고 그 친구가 자기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인종차별적인 말을 했다는 점을 어떻게 지적해야 할지 몰랐다. 무화과잎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80쪽)



2. 우정 주장 :


흔히 접하는 또 다른 종류의 무화과잎은 ‘우정 주장’이다. 이 무화과잎은 특정 인종에 해당하는 친구가 있는 사람은 그 인종의 다른 사람들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허울 좋은 생각에 의존한다. “나는 흑인/이슬람/유대인 친구가 많아……”라는 말은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근거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수작이다.(80쪽)



3. 사용(use)과 언급(mention)을 구분한 무화과잎 :


셋째 종류의 무화과잎은 사용과 언급의 구분에 기반한다. 대부분의 인종차별적 진술은 사용이다. ‘언급의 무화과잎’을 구사하는 사람은 사용보다는 언급을 통해 인종차별적인 발화를 한다. 그럼으로써 그 자신의 견해와 인종차별적 견해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많은 이가 말하고 있듯이……”, “모두가 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듣기로는……”, “사람들이 나에게 말해줬는데……” 같은 표현을 써서 자신의 인종차별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83쪽)


말할 때 ‘무화과잎’으로 가리면 다르게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 :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조작된 승률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우리가 상대보다 더 직설적으로 나가야만 자기 입맛에 맞게 “난 그냥 솔직히 말하는 거야”라고 대응하는 족속을 물리칠 수 있다. 우리는 도그휘슬을 듣고 추적하고, 무화과잎을 찾아내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신선할 정도로 솔직한’ 그들의 발언이 완전한 인종차별임을 선언하고 그 자리에 정말로 솔직한 진실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적 억압에 대하여, 분열과 지배에 대하여, 현 상태를 고착화하는 언론에 대하여 진실을 제시해야 한다. 

이 장의 앞부분에서 보았듯이 도그휘슬은 일단 폭로되면 효과가 없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무화과잎도 마찬가지다.(87쪽)



이 책에 따르면 만약 정치인이 연설에서 ‘열심히 일하는 가정’이라고 말한다면, 본인은 이성애 중심 가족 제도에 관심이 있음을 청중에게 알려주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여 사회적 보수층 유권자에게 잘 통한다고 한다. 또한 ‘열심히 일하는’이라는 말은 (미국에서)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를 나타낸다. 즉 복지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고 여겨지는 흑인을 겨냥하는 발언으로 유색인종에게 강경책을 펼치겠다는 신호가 된다. 


‘열심히 일하는’이라는 말을 들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마음에 찔리는 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노인이거나 젊더라도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가 없다. 이들에게는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인이 한 말의 올바른 의미를 알기 위해 국민의 지식수준이 높아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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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휘슬이란? : 개를 부르는 호각이나 피리를 도그 휘슬(Dog Whistle)이라고 한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 최대치인 20kHz보다 높아, 사람은 들을 수 없지만 개는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낸다. 정치학에서 도그 휘슬은 특정 정파나 지지 그룹의 호응을 얻기 위해 암시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 그룹 내에서만 통용되는, 본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정치사회적 의미를 가진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결속을 도모하거나 특정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브릿지경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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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6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종차별주의뿐만 아니라 어떤 혐오발언을 하는 인간들 대부분이 많이 쓰는 수법이네요. 그래서 저는 저런 말 나오면 일단 긴장합니다. 자신의 말에 일단 껍데기를 먼저 쒸우는 인간들의 말은 대부분 누군가를 행한 공격이더라구요. 제 나름대로 피하거나 맞받아칠 준비를 하는거죠. 젊을 때 어리숙하고 직설적인 제 성격때문에 많이 당했달까요. ㅎㅎ
아래 사진은 부산 해운대에서 기장가는 길에 있는 전망대 같은데 맞나요? 부산으로 휴가오셨을까요? ^^

페크pek0501 2025-08-07 13:53   좋아요 1 | URL
인종 차별뿐만 아니라 이슬람 혐오, 동성애 혐오 등 많지요. 이 책에도 나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속아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사진은 바람돌이 님이 말씀하신 대로 부산, 입니다. 폭염이 있기 전에 미리 휴가 다녀왔어요. 너무 더울 땐 집이 제일 좋더라고요.
오늘은 입추, 모레는 말복이니 앞으로 초가을 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25-08-06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8-07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5-08-07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대놓고 혐오발언 막 했는데 요샌 무화과잎으로 가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혐오가 나쁘단 걸 안다는 거죠. 근데 왜 그렇게 혐오를 하는지...ㅠㅠ 저는 가끔 뉴스나 유튜브 댓글들 보면 사람들이 참 화가 많고 싫은 것들이 많구나 싶습니다. 이 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요즘 너무 덥죠? 바다 사진 보니 시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5-08-07 14:00   좋아요 1 | URL
저도 꼬마요정 님과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참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구나 싶고 타인들에 대한 관심이 어찌 그리 많을까 싶어요. 자신의 발언이 누군가에겐 독화살이 될 수 있음을 헤아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다 사진, 무더운 여름엔 최고인 듯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좋은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