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의 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렌즈처럼 앵글에 비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과시키지 않는다. 가령 석양에 물든 산자락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자연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는 마음을 비우고 본다 생각할지라도, 실상은 바라보는 대상 위에 영혼의 얇은 막을 무의식적으로 덮어씌운다. 그 얇은 막이란 어느 사이엔가 성격이 되어버린 습관적인 감각, 찰나의 기분,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풍경 위에 이러한 막을 얹고, 막 너머를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 

- <초역 니체의 말 2>, 21쪽.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집을 팔고 작은 전셋집에서 살게 되고 게다가 남편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살게 된’ 여성이 있다고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이 부부는 가난하지만 사이가 좋아서 아내는 남편을 그리워한단다. 이 얘기를 듣고 어떤 이는 사이좋은 부부가 경제 사정으로 떨어져 살게 되었으니 불행한 부부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사이좋으니 행복한 부부라고 한다. 니체가 말한 대로 그가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의 일부이기에 해석이 다르리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A라는 사람이 친구 B에게 전화를 걸어 C라는 친구의 안부를 묻는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부부 사이가 좋으면 뭐 해. 걔가 그렇게 불행해질 줄 몰랐어.”


같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남편이 보고 싶대.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부부 사이가 좋으니 참 행복한 애야.


이처럼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여 전할 수 있다. 전해 주는 사람이 사실만 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해석도 함께 전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

위의 글은 2014년 1월 27일에 내가 쓴 글을 조금 고쳐 쓴 것이다. 다시 말해 10년 전의 오늘 날짜에 올린 글을 고쳐서 올린 것이다. 


오늘 알라딘 ‘북플’에 들어갔더니 다음과 같은 글이 눈에 띄었다. 


”10년 전 오늘, 페크pek0501님이 재미있게 읽은 <초역 니체의 말 2>에 남겨주신 글입니다.“


알라딘 ‘북플’ 덕분에 내가 위의 글을 쓴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글감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한 가지 글감을 얻은 기분이다.  


알라딘에 감사드린다. 







새해에 구매한 책이 다섯 권이다.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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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1-27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알라딘 북플이 10년전에 쓴 글도 알려주나요? 저는 제일 오래된 게 3년전 걸 보여줘서 이건 언제 거까지 보여 줄건가 했는데 꽤 오래된 것도 보여주네요. 하긴 제가 북플을 설치한게 3년쯤에 스맛폰으로 바꾸고 나서니까 그때 것부터 보여주나 보네요. ㅋ
전 책은 작년 말에 사고 아직 안 사고 있는데 좀 근질근질 합니다. 사 봐야 고리짝 옛날 소설인데 전 왜 요즘 나오는 쌈빡하고 멋진 소설은 안 읽나 모르겠어요. ㅋ

페크pek0501 2024-01-28 12:37   좋아요 2 | URL
10년 전뿐 아니라 그 전의 것도 알려 주지요. 서재에 글을 올린 시작일로부터 글을 올린 날짜가 겹치면 알려 주는 것 같아요. 제가 2009년에 서재를 개설했으니 15년 동안 쓴 글 중, 오늘 날짜에 올렸던 글이 뜨는 거니까 뜰 가능성이 많지요. 스텔라 님은 3년전쯤 오류가 발생해서 그럴 거예요.
오! 책을 안 사시다니 놀랍네요. 요즘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한강의 소설이 인기인 듯합니다. 저 역시 요즘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레 미제라블 3, 몽테뉴와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고 있으니 요즘 나온 책을 볼 여유가 없네요. 고칠현삼 독서법이라고 있잖아요. 고전과 현대가 7 대 3이니 괜찮다고 봅니다.^^

stella.K 2024-01-28 13:24   좋아요 1 | URL
아, 그러고니 예전에 서재 날릴뻔 하다 복구한적 있는데 그때부터 되는 건가봐요. 이전 건 날리고. ㅋ

2024-01-28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1-27 2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도 트렌드코리아를 사셨군요. 저도 얼마전에 읽었는데, 매년 이 책이 출간되어서 참 좋아요. 그 해의 가장 빠른 트렌드 정리가 되는 것도 좋고, 올해는 작년보다 읽기가 더 좋게 구성된 것 같더라구요.
전에는 10여년이면 긴 시간 같았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페크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28 12:39   좋아요 2 | URL
트렌드 코리아가 이번에 재밌는 내용이 많아졌어요. 점점 나아지는 듯합니다. 특히 분초사회, 를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그것 정리해 올리고 싶은데 정리하느라 시간 보내면 제가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생략하게 되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1-2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은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소크라테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글도 글쓴이의 참모습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지만요. ^^

페크pek0501 2024-01-28 12: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오히려 독서 모임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전문가의 생각을 주입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게 유익하다는 점에서요. cyrus 님처럼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시면 좋은 공부가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1-28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같은 걸 봐도 다르게 생각하겠습니다 다르게 살고 생각이 달라서 그렇겠네요 아무리 좋은 것도 보는 사람 그때 형편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습니다 어떤 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는군요 안 좋은 일에서도 좋은 걸 찾아내는 것도 좋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28 12:43   좋아요 1 | URL
같은 걸 보면서도 시각 차이가 생기는 게 신기하지요? 굳이 나누자면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