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운동 삼아 많이 걸었다. 걸으면서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의 어릴 때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엔 귀여운 줄 모르고 키웠는데 돌이켜 보니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애들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 감회가 새로웠다.
어느 겨울날이었다. 큰애가 초등학교 삼 학년이고 작은애가 다섯 살쯤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서점에 가자고 하면 좋아해서 우리 셋은 동네 서점에 가서 각자 자기가 사고 싶은 책 한 권씩을 골라 사곤 했다. 그날은 책을 사고 나서 서점 가까이에 있는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기도 했다. 오므라이스, 떡볶이, 우동 등을 팔아 애들이 가기 좋은 음식점이었다. 그 음식점 계산대 앞에는 여러 종류의 사탕이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손님들이 맘대로 집어 가도록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이 지루했는지 사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사탕을 가지고 오더니 벗어 놓은 외투 주머니 속에 사탕을 집어넣었다. 이를 나는 무심히 봤고 음식점 탁자에 그날 산 책을 놓고 들춰 보고 있었다.
뜻밖의 일이 벌어진 건 점심을 먹고 나서 음식값을 내기 위해 계산대를 향해 나올 때였다. 작은애가 걷다가 넘어져서 음식점 바닥에 엎어져 길게 뻗어 버린 것이다. 그 애가 입고 있던 외투의 주머니 속에 있던 갖가지 사탕들도 동시에 바닥으로 나와 버렸는데 사탕 수가 많았던 게 문제였다. 아마 삼십 개쯤 되는 것 같다. 언제 그렇게 많은 사탕을 주머니 속에 넣어 놨는지 나는 몰랐다. 난 작은애가 넘어져 다친 것보다 사탕 수가 많은 게 신경이 쓰여 작은애를 일으켜 세우며 음식점 주인아저씨의 얼굴을 보았다. 뭐라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주인아저씨는 우리를 보고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마운 일이었다. 다행히도 작은애는 별로 다치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에 사탕을 많이 넣은 작은애가 우스워서 속으로 웃었다. 내가 작은애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묻고 상처가 났는지 살펴보는 동안 큰애는 흩어져 있던 사탕을 주워 모아 작은애에게 주었다. 이런 큰애도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아이들이 어릴 때의 모습을 보고 싶을 때마다 앨범 속의 사진을 보곤 한다. 어떤 사진은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에 옛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작은애가 엎어져 있는 그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 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엎어져 있는 다섯 살짜리 꼬마와 그 옆에 마구 흩어져 있는 사탕들’은 그땐 민망했던 장면이었지만 지금은 재밌는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딸들이 내게 준 선물로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