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도, 타인도 모르는 ‘나’가 있다 :
타인이든 자신이든 인간의 마음을 알기란 참 어렵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구분하는 게 가능하겠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나’가 있고 당신은 아는데 내가 모르는 ‘나’가 있다. 당신은 모르는데 내가 아는 ‘나’가 있고 당신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나’가 있다.
어떤 경험을 통해 나를 알게 될 때가 많다. 만약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나를 몰랐을 거라는 얘기다. 난 나에 대해 죽는 날까지 모르는 게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걸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
2. 사랑함을 알게 된 경험 :
어떤 부부의 사례. 성격과 가치관 등이 너무 안 맞는 사람끼리 사느라 부부 싸움이 잦은 부부가 있었다. 불행한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 아내는 이혼을 결심한다. 남편에게 이혼 얘기를 꺼내고 나니 남편은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식욕을 잃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러더니 며칠 새 얼굴이 수척해지더니 체중이 계속 준다. 누가 봐도 환자처럼 보일 즈음 아내는 남편을 데리고 병원에 간다. 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하게 하더니 간암이라고 진단한다. 남편은 기운이 없는지 집에 오자마자 픽 쓰러지듯 누워 잠을 자기 시작한다.
누워 있는 남편의 마르고 초라한 몸뚱이를 보자 아내는 남편이 가엾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환자가 된 그를 돌봐 주고 싶어진다. 이때 비로소 아내는 자신이 남편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동안 남편에 대한 자기 마음을 아내는 몰랐던 것이다.
3. 속절없이 시간만 :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하지 못한 채로 하루가 매일 후딱 지나간다. 코로나19 시대가 끝나면 제일 먼저 시 강의에 등록하리라. 시를 감상하고 배우고 싶다. 발레도 등록하리라. 무용을 하고 싶다. 문학 공부도, 운동도 혼자서 해야만 하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자니 알찬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속절없이 시간만 가고 있다고 느낀다.
4. 독서량은 글쓰기 역량 :
독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는 건 나의 취미. 실천이 잘 되지 않는 게 문제다. 한 권을 계속 읽는 게 아니라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을 읽는 방식으로 하는데 열 권쯤을 돌려 본다. 그중 세 권을 완독하여 ‘독서 목록 노트’에 적어 놓고 이제 일곱 권을 가지고 읽고 있다. 난 아는 만큼만 글을 쓴다고 생각하기에 나의 독서량은 나의 글쓰기 역량인 셈이다.
5. 갑자기 시에 꽂혀 :
갑자기 시에 꽂혀 시집을 들춰 보곤 한다. 시의 함축성과 간결한 표현을 좋아한다. 내가 쓸 수 없는 시를 쓰는 시인들을 존경한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시를 여기에 옮긴다.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