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 - 이번 생은 우아하게 살고 싶어서
최영옥 지음 / 태림스코어(스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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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팝송을 즐겨 듣는 내가 클래식에 매료되었던 강렬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신혼 시절 아이를 재우느라 자장가로 틀어 줬던 슈베르트 음악. 어느 작은 음악회에서 들은 쇼팽의 피아노 곡. 몇 년 전부터 발레를 배우러 가서 듣게 된 여러 클래식. 만약 클래식 없이 발레를 한다면 아마 발레를 할 맛이 나지 않으리라. 내가 발레를 좋아하는 건지 클래식을 좋아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클래식에 흠뻑 빠졌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발레를 하러 가지 못해 아쉽다. 

 


  이런 강렬한 순간을 경험하고 나니 클래식을 좋아하는 건 취향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여겨졌다. 팝송의 가사를 몰라도 즐겨 들을 수 있듯이 클래식에 얽힌 이야기를 몰라도 감상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문학뿐 아니라 국외 문학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것처럼,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닌 서양 음악인 클래식에 빠져드는 이들이 많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그래서 음악을 세계 공통의 언어라고 하는가 보다. 

 


  바람둥이 남편인 바그너를 끝까지 사랑하며 지켜 줬던 아내 코지마. 어쩌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아내 생일에 자신이 만든 곡을 바친 감동적인 이벤트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를 추측하게 하는 대목을 소개한다. 「저택의 안주인이 일어날 즈음인 7시 30분이 되자 바그너가 새로 작곡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꿈결 같은 음악소리에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는 잠에서 깨어났고, 한동안 꿈인지 현실인지 몽롱한 상태에서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꿈결 같은 음악이 가득 차오른 가운데 남편 바그너가 꽃을 머리에 꽂은 다섯 아이들을 앞세워 침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 다발의 악보를 건넸다. 그날 연주한 곡의 악보였다. 『교향곡 생일 인사』라는 제목의 악보를 받아들고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코지마는 감동의 눈물을 흐렸다.」(20쪽)

 


  동성애자였던 차이콥스키가 자신에게 열렬한 사랑을 고백한 편지를 보냈던 안토니아 밀류코바와 결혼을 하게 된 이야기. 드보르자크가 두 자매를 지도했는데 동생 안나와 결혼하게 되고 아내의 언니 즉 처형을 짝사랑과 첫사랑의 대상으로 남겨 둬야 했던 이야기. 『교향곡 1번』이 실패하면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던 라흐마니노프가 담당 의사의 권유에 힘입어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대성공을 이룬 이야기. 이러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더욱 풍부한 감성으로 클래식을 들을 수 있을 듯해 오랜만에 유익한 독서를 한 것 같았다. 이 책이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에게 클래식에 빠지게 만들 책으로 손색없는 안내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 

 


  작은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기에 독자들이 클래식으로 인해 하나의 소중한 즐거움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간 <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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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8-26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과 문학 작품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만든 이를 아는 것은 아름다움에 사람내음까지 풍성함을 주는 듯 합니다^^:)

페크pek0501 2020-08-26 22:27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입니다. 제가 독서를 다양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음악 분야의 책은 별로 읽지 못했더라고요. 미술, 화가에 대한 책들은 읽었는데 음악과 관련해서는 로맹 롤랑의 베토벤의 생애, 를 읽은 게 떠오르는 정도예요.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니 제게 필요한 책이 있더라고요.
음악가들에 대한 책이 제게 영감 - 글감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는 듯해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졌어요.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든 흥미로운 것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0-08-27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래식 음악도 좋지만,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페크님, 오늘도 더운 하루, 편안하고 좋은 시간 되세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0-08-27 17:17   좋아요 1 | URL
예, 맞아요 음악 예술가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는 재미를 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0-08-28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은 세계 사람이 다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목을 모르는 것도 여러 가지에 쓰여서 많이 들어서 아는 것도 있을 거예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죠 클래식이어도 마음을 담아 곡을 썼겠지만... 자신이 느끼는 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에는 작곡가 이야기도 실렸군요 그런 것도 알고 음악을 들어도 좋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8-28 12:06   좋아요 1 | URL
클래식은 많이 들었으되 제목을 모르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말씀하신 대로 음악과 얽힌 이야기를 몰라도 좋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2020-08-28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무척 더운 날이었어요.
집 가까운 곳에는 잠깐 소나기가 지나갔는데,
그 비가 저희집 앞은 그냥 지나가서 그런지 저녁이 되어도 계속 덥습니다.
더운 날씨지만, 즐겁고 좋은 일들 가득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8-29 12:5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말았네요. 이번 여름은 안 켜고 지내보려 했는데...식구들의 원성이 무서워서. ㅋㅋ

오늘 비가 퍼붓기는 합니다만 곧 해가 나고 또 비가 오고 곧 해가 나고 이런 식으로
어제처럼 반복할 것 같네요.
좋은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