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위해 운동을 꼭 해야겠어.’ 하면서도 좀처럼 하게 되질 않았다.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워낙 운동에 취미가 없어서였다. 학창 시절에도 체육 시간을 싫어했다. 그러던 내가 걷기를 좋아하게 된 데는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오래전의 일이다. 소화 불량에 자주 걸려 내과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위에 이상은 없으나 소화 능력이 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방치하면 큰 병이 생길 수 있으니 몸을 많이 움직이라고 조언하며 산책을 권했다. 의사의 말이 걱정이 되기도 했고 소화 불량으로 배가 더부룩하고 답답한 느낌이 싫었다. 그때부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걷기 운동을 매일 한 시간씩 하게 되었다. 걷고 나면 신기하게도 소화 불량 증세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이것이 지금껏 십 년 넘게 걷기 운동을 하게 된 이유다.
오랫동안 습관처럼 걷다 보니 산책의 맛을 알게 되어 이젠 걷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릴 정도다. 폰에 연결한 이어폰으로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집 주변을 다니면서 이 동네 저 동네를 구경하는 게 흥미롭다. 예쁘게 조성된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안에서 나무와 꽃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걷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어 두어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이런 행복은 소화 불량이 나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걸음으로써 건강해짐은 덤으로 받은 셈이다.
이럴 때 소화 불량으로 인해 걷기 운동을 했더니 즐거워졌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여긴다면 긍정적인 해석을 한 것이다. 반대로 소화 불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걷기 운동을 해야 돼서 귀찮다고 여긴다면 부정적인 해석을 한 것이다. 나는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가능한 한 긍정적인 해석을 하려고 노력한다.
몇 년 전에는 팔에 문제가 생겼다. ‘테니스 엘보’라는 병으로 한동안 병원에 다녔었다. 지금은 병이 많이 호전되긴 했으나 팔을 무리하게 쓰면 여전히 통증이 생긴다. 집안을 청소기로 삼십 분 이상 청소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면 팔이 아파 조심하며 살 수밖에 없다. 방 걸레질을 깨끗이 하고 싶어도 팔 때문에 다음날로 미루어야 할 땐 답답하다. 해야 할 일을 하루에 다 끝내야 속이 시원할 텐데 말이다. 팔이 불편한 게 불행한 일이라고 느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환자라서 좋은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점이란 가족이 나를 배려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편은 나를 위해 휴일마다 대청소를 해 주고 쓰레기를 치워 준다. 아이들은 함께 장을 보러 가면 산 것들을 내가 들게 하지 않고 자기들이 든다. 이와 같은 배려는 나에 대한 가족의 사랑 같아서 난 기분이 좋아지고 예전보다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팔의 병을 생각할 때 나는 현명해야 한다고 다짐하곤 한다. 팔의 통증에 주목하느냐, 가족의 배려에 주목하느냐.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에 현명해야 함을 말한다. 팔의 통증에 주목하면 불행한 자가 되고 가족의 배려에 주목하면 행복한 자가 되므로.
이러한 예를 보자. 커피를 좋아하나 건강을 위해 하루에 한 잔만 마시기로 한 사람이 있다. 마시다 보니 커피잔에 커피가 반만 남았다. 이때 그는 커피가 반이나 없어졌다고 보거나 또는 커피가 반이나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나라면 후자를 택하겠다.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데 긍정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부정의 눈으로 봐서 스스로 불행한 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이 사고(思考)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데이비드 번즈의 <우울한 현대인에게 주는 번즈 박사의 충고>에 의하면 인간의 사고(思考)가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사고가 감정을 만든다는 얘기다. 부정적으로 본 것도 자기 의지로 긍정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는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니 생각하기에 따라 평안을 얻는 건 얼마든지 가능함을 말해 준다.
살면서 겪은 이런저런 일들을 뒤돌아보면 당시의 해석과 훗날의 해석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가령 처음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일이 나중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니 해석이란 게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11.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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