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요즘 글이 안 써지네 하고 생각했다. 내가 써야 할 글은 그동안 다 쓴 것 같았다. 이제 쓸 글이 없는 건가, 더 이상 새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인가 하고 따져 보니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글을 써야 글과 관련한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글감이 떠오르기도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부르고, 하나의 글이 다른 글을 부른다는 걸 잊고 있었다. <글쓰기가 뭐라고>라는 책에도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지 않은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경험했겠지만, 어떤 생각을 갖고 글을 쓰더라도 글을 쓰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글쓰기를 함으로써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이건 내가 매일 겪는 경험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 37쪽.

 

 

글을 쓰지 않아도 시간은 잘 갔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다. 친정에 가야지, 친정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서 약을 타 와야지, 발레와 현대 무용을 하러 가야지, 걷기 운동을 해야지, 장을 봐야지, 반찬을 만들어야지, 청소해야지, 빨래해야지 등등 할 일이 많았다. 글쓰기를 하지 않아도 심심해 할 틈이 없었다.

 

 

아! 그렇다. 내가 한가할 때가 아니라 바쁜 와중에 글을 썼었다. 오히려 바빴기에 혼자서만 몰래 먹는 꿀처럼 달콤하고 짜릿하게 글을 썼던 것이다.

 

 

글을 써야겠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겠다. 내가 방황하지 않게 글쓰기가 나를 붙들어 줄 것이므로. 

 

 

 

 

 

 

2. 왜 마약이나 도박에 빠지는 걸까
재벌 2세들이 마약에 중독되었거나 도박에 빠졌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물질적으로 문화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니 보통 사람들보다 행복의 조건이 유리할 터인데, 그들은 왜 그랬을까?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자신이 매료될 만한 어떤 세계를 가지지 못함을 꼽을 수 있겠다. 좋은 취미만 있어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등산이나 테니스 또는 글쓰기로 즐거움을 얻는 자라면 마약이나 도박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즐거움을 얻는 걸 가지고 있다면 굳이 위험한 영역에 기웃거리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버트런드 러셀도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았던가.

 

 

「어떤 한 가지에 철저하게 만족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 다른 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 버트런드 러셀, <런던통신 1931-1935>, 146쪽.

 

 

그래서 글쓰기에 취미가 있다면 그가 재능이 있든 없든 글쓰기를 그만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므로. 설령 이름난 작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3. 화가 난다는 것은
유튜브로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듣고 팬이 되었다. 심오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데다 웃게 만드는 재미도 있어 좋다. 법륜 스님을 책으로도 만날 수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화가 나는 이유를 잘 살펴보면
‘내가 옳다’는 생각이 마음 깊게 있기 때문입니다.」

 

「잘난 내가 보기에 다른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화가 나는 것이지요.
이런 감정은 내면에 깊이 깔려 있어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는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옵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화를 낼만한 상황이라는 기준 자체가
지극히 자기중심적입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그 안에서 축적된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가치관에 따른 것이니까요.
말로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이고, 내 취향이고,
내 기준에 불과합니다.」

 

「화가 난다는 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내 분별심 때문입니다.
사사건건 옳고 그름을 가르려는 습관이
내 안의 도화선에 자꾸만 불을 댕기는 겁니다.」
- 법륜, <지금 이대로 좋다>에서.

 

 

화를 낼 때 자기 안을 잘 들여다보면 화가 난 일 거기다가 상대편에 대해 그동안 쌓여 있던 못마땅함이 더해 불만이 폭발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기한테 별일도 아닌 것에 화를 내는 이가 있다면, 그동안 그에게 기분 상하게 한 건 없는지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4. 장수가 축복인가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누구나 슬픔과 아쉬움이 오래 남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백 살이 넘게 산다고 가정하면 끔찍하다. 백발에,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고, 틀니로 음식을 먹으며, 잘 걷지 못해 눕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노인. 게다가 자신이 오래 살아서 자식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을 그림자처럼 달고 사는 노인. 이런 노인의 삶에도 어떤 즐거움이 있을지 의문이다.

 

 

장수 시대가 되고 보니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이제 그만, 하고 외치고 싶다가도 망설여지는 건 그 혜택이 내게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가령 안구 건조증을 완전히 낫게 해 주는 안약을 만들어 낸다면 나로선 대환영이니까. 현재 안구 건조증에 사용하는 일회용 인공 눈물이 있으나 이것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 치료제는 아니다. 안구 건조증이 있어서 난 노트북 사용을 하루에 서너 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할 일이 남았는데도 눈 건강을 위해 노트북을 닫아야 할 때 안타깝다.

 

 

 

 

 

 

5. 행운에는 불행의 함정이 있다

한때 행운을 바랐지만 이젠 바라지 않는다. 거기엔 불행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아서다. 이를테면 어느 분야에서 손꼽힐 정도로 명성을 날리면 이를 시기하는 무리들이 생겨 괴롭힘을 당하게 쉽다. 복권 당첨으로 거금이 생기면 주위에서 돈을 꿔 달라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걸 거절할 경우 등돌리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통계에 따르면 복권이 당첨된 뒤에 폐인이 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 복권 당첨은 행운이 아니라 불운이겠다.

 

 

몸과 정신이 건강하고 돈 걱정을 비롯해 큰 걱정이 없고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한데 이걸 다 갖추는 게 그리 쉽지 않다.

 

 

어느새 내가 큰 행복을 바라기보다 큰 걱정이 없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평범하게 살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6. 신간 예고편

마다 신간이 출간된다는 것은 독서에 싫증이 나지 않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언제나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간은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내가 관심을 가진 신간 두 권이 있다.

 

 

사비 아옌, <노벨문학작가와의 대화> – 노벨문학상 작가 23인과의 인터뷰

 

 

데이비드 롭슨, <지능의 함정> – 똑똑한 당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이유와 지혜의 기술  

 

 

 

 

 

 

 

 

 

 

 

 

 

 

 

 

영화 예고편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그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든다. 책도 마찬가지다. 신간을 살펴보면 흥미를 끌어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탁월한 작가들은 어떤 이들일지가 궁금하리라. 가령 오르한 파무크, 오에 겐자부로, 귄터 그라스 등은 어떻게 글을 쓰며 어떤 삶을 사는지 알고 싶으리라. 그렇다면 <노벨문학작가와의 대화>를 읽어 볼 만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 거장 23명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거장들에겐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권력, 명예, 돈보다도 자신의 일을 우선시했다는 것. 아마도 이것은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한 자들의 공통점일 듯싶다. 

 

 

똑똑한 사람들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그럴까? 똑똑할수록 자신의 생각을 과신해서 오류에 빠져들기 때문이란다.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타고난 직관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했지만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엉터리 치유법을 맹신해 완쾌될 수 없었다. <지능의 함정>이라는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사고 싶은 책이 많으나 그것들을 다 살 수는 없다. 책을 사들이는 속도에 비해 책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서다. 만약 한 달에 열 권을 샀다면 그달에 열 권을 다 읽을 수 없다는 걸 말함이다. 그래서 사고 싶은 책들을 골라 놓고 그중에서 3분의 1만 사자고 마음먹었다. 책 아홉 권이 사고 싶다면 그중 세 권을 골라 사기로 한 것이다. 이때 세 권을 선택한다는 것은 나머지 여섯 권을 포기한다는 걸 뜻한다. 뭐든 선택할 땐 버리는 것들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선택이란 무엇을 버릴지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토록 책을 살 때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책값이 많이 드는 것도 이유지만, 사고 싶은 책을 다 사게 되면 우리 집의 빈 공간이 없게 될 것 같은 게 더 큰 이유다.

 

 

 

 

 

 

7. 글을 감상하는 재미
책을 읽다 보면 눈길을 끌 만한 글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글을 잘 써서 좋고 내가 신뢰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런 문장은 한 편의 시 같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술에 취하면 어김없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그 누군가를 정말 만나고 싶은 것이 아닐 것이다. 만날 수 없음을 새삼 재연하고 있는 것이고 그 달콤한 고통을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만날 수 없는 이들에게만 전화를 건다. 자기 자신에게 걸고 있는 것이겠지. 걸어라. 시는 뒤늦게 조등 아래에서 마시는 술이고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거는 전화다. 시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그리워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
- 신형철, <느낌의 공통체>, 394~395쪽.

 

 

 

 

 

 

 

 

 

 

 

 

 

 

 

 

 

 

 

8. 조언하지 않기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 상대를 위해서라고 여기지만 이건 착각일 수 있다. 유익한 조언이라고 판단할 사람은 조언하는 이가 아니라 조언을 듣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상대에게서 답답함을 느끼고 내 속을 시원하게 풀기 위해 조언을 하는 건 아닐지 따져 봐야 한다.

 

 

나도 계획대로 살지 않는 주제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래서 조언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나에게 말했다. ‘남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 살아.’라고.

 

 

 

 

 

 

9. 생각을 전환하기
여름엔 덥다고 불평하지 말고 춥지 않다고 생각하자. 겨울엔 춥다고 불평하지 말고 덥지 않다고 생각하자.

 

 

미세 먼지가 있는 날은 그 핑계로 청소를 다음날로 미루고 편히 지내는 맛으로 하루를 보내자.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맑은 공기를 느끼며 산책하는 맛으로 하루를 보내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것에 대한 해석이다. 이렇게 여긴다면 세상살이가 덜 고달플 것 같다.

 


   

 

 

하늘 아래에 있는 것이 파도가 아니라 구름입니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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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설날 연휴가 시작됩니다.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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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2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01-23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장의 사진 모두 겨울 느낌이 들어요. 예쁘기도 하고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0-01-23 10:33   좋아요 1 | URL
사진은 올해 찍은 사진은 아니랍니다.
2년 전인가 제주도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찍은 거예요. 겨울이었어요.

서니데이 님도 설 연휴를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카스피 2020-01-23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벌자제들의 경우 일반일보다 쉽게 해와 유학을 가고 또 그들끼리만의 리그다보니 쉽사리 마약에 접근하는것 같아요.게다가 마약을 중독성이 강해 한번 발을 디뎌노으면 헤어날 길이 전혀 없는것 같아요.하페크님 설 명절 잘 보내셔요^^

페크(pek0501) 2020-01-27 16:07   좋아요 0 | URL
고견이십니다. 그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겠네요. 유류상종 문화라는 게 있을 테니.
돈 많으니 할 것 다 해 봐서 마약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고도 볼 수 있죠.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야 해 보지 못한 게 많으니 굳이 금기의 땅에 발을 들여 놓을 필요를 못 느끼죠.

카스피 님도 좋은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0-01-26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속에 나오는 사람이 무언가 안 좋은 것에 빠져들면, 왜 저럴까 해요 책을 읽으면 좀 나을 텐데 생각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안 좋은 것에 빠지지 않겠지요 좋아하는 게 안 좋은 거면... 그런 일은 없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정말 글을 쓰다보면 뭔가 알게 되기도 해요 아쉬운 건 그걸 시간이 가면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어떤 건 되풀이해서 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게 좀 나을 듯합니다 책 안 읽고 글 안 써도 살겠지만... 이게 재미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만두지 못하겠지요

페크 님 다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남은 설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1-27 16:10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ㅋ
시간이 가면 잊어버리는 일이 저도 있답니다. 그래서 메모하길 좋아합니다. 책상에는 노트, 메모지, 볼펜, 연필, 지우개. 이런 것들이 잔뜩 있어요.
글쓰기도 일종의 중독이라고 봅니다. 재미를 아는 자는 그만두지 못한다는 점에서요.

2박3일로 지방에 다녀오느라 답글이 늦었습니다.
좋은 겨울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