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떤 면에서 열등감을 가지고 있듯이 누구나 어떤 면에서 자만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만심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자만심은 우리로 하여금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니까. 그리고 자만심을 느끼는 순간에는 자존감도 있을 것 같으니까.
부자 친구가 고급 자동차를 자랑한다고 하면 난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 넌 부자로 살렴. 난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살게. 난 계속 노력할 거거든.’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영어 실력을 뽐내는 친구가 있으면 ‘그래 넌 영어 실력을 자랑스러워하렴. 난 글 실력을 자랑스러워할게.’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골프 실력을 뽐내는 친구가 있으면 ‘넌 골프 실력을 자랑스러워하렴. 난 글 실력을 자랑스러워할게.’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시기심을 갖지 않고 기죽지 않는 것. 이것이 자만심이 내게 주는 선물이다.(앞으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자만심에 빠지면 자기 자랑에 취해 신나게 떠들어 대다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른다든지 중요한 무엇을 놓칠 가능성이 있든지 하리라. 이 점이 자만심에 빠진 자의 주의 사항이다.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겉으로 자만심을 드러내지 말 것. 기죽지 않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살기 위해 마음속에 자만심을 가질 것.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 것 같다고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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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인간이 가진 감정 중에 ‘자만심’ 만큼 굴복시키기 힘든 것도 없다. 감추려 해도 때려 눕혀도 숨통을 막고 눌러도 자만심은 살아남아서 여기저기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쓰는 이 글에서도 그것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완전히 극복해 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겸손하다고 하는 자만이니까.(171쪽)
- 벤저민 프랭클린, <프랭클린 자서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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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람들이 적든 많든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과장하지 않고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나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가치를 과장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304쪽)
- 버트런드 러셀, <런던통신 1931-193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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