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간 이해의 중요성

 

 

<장자>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말(馬)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좋은 광주리로 말똥을 받고, 큰 대합 껍질로 말 오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말 등에 모기가 앉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말 등을 때렸습니다. 놀란 말이 재갈을 벗고 야단하는 바람에 ‘말 사랑하던 사람의’ 머리를 깨고 가슴을 받았습니다. 말을 사랑하는 뜻은 극진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이었습니다.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이것은 말(馬)을 극진히 사랑하는 사람이 잘못된 방법으로 말을 보살펴서 결국 말이 그를 해치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야기로, 사랑하는 일에는 방법이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말(馬)뿐이겠는가? 사람을 상대로 사랑하는 일에도 방법이 중요하다. 어떤 어머니는 자식에게 지극한 사랑을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아들을 또는 딸을 마마보이 또는 마마걸을 만들어 버려서 자식의 인생을 망치게 하고 주위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다.

 

 

좋은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언젠가 오랜만에 만난 선배에게 젊어진 것 같단 인사를 했더니 그분이 기분 나쁜 표정을 보여 당황한 적이 있다. 나는 선배가 젊어 보인다고 말해 기분 좋게 해 주려 했는데 그 선배는 ‘내가 그만큼 늙었다는 말이냐?’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말 한마디로 낭패를 보았다. 상대를 기분 좋게 해 주려고 함에도 방법이 중요함을 알았다. 마음만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어느 날 우리 집 우편함에 어떤 봉지가 들어 있어서 꺼내 보았다. 거기엔 글씨가 씌어 있었는데, 아파트 주변에 쥐들이 많으니 이 쥐약을 곳곳에 뿌려 놓아 쥐들을 잡자는 내용이었다. 귀찮은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동네를 위한 일이므로 그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이웃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봉지를 들고 그 약을 어디에 뿌리는 것이냐고 묻기 위해 경비원 아저씨를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비원 아저씨가 내가 들고 있는 쥐약 봉지를 보더니, 쥐약을 함부로 뿌리는 사람 때문에 어제 개 한 마리가 죽었다면서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차 싶었다. 길에 쥐약을 뿌리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이란 걸 난 왜 생각 못했는지 모르겠다. 좋은 이웃이 되려다가 나쁜 이웃이 될 뻔한 내 마음을 그 아저씨는 알 턱이 없을 게다.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도 방법이 중요함을 알았다.

 

 

좋은 방법을 알려면 인간 이해가 필수다

 

 

호의나 사랑을 베풀 때에는 그것이 잘 전달되고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좋은 ‘방법’을 알아야 한다. 좋은 ‘방법’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것이다.

 

 

예전에 어느 TV 드라마를 통해 본 것이 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 생모가 나타나서 “너를 낳아 준 진짜 엄마는 나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유치원생 아이가 큰 충격을 받아서 뇌에 장애가 생겨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다. 어린아이에게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기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어느 집에 강도가 들어 왔는데 집주인이 무서워하지 않고 강도에게 화를 내고 오히려 먼저 폭력을 휘둘러서 한 대 맞은 강도가 크게 흥분해서 집주인을 죽이고 말았다. 그 강도는 처음엔 사람을 죽일 마음까진 없었다고 한다. 이럴 땐 강도를 흥분시키면 안 되는 일이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에게 부모의 잔소리가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고민도 결국은 그 아이(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연인 사이에서나 부부 사이에서도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상대(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조건이다. 그 상대가 자신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면 상대의 마음이 뒤돌아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니까. ‘나의 어떤 모습을 그가(그녀가) 사랑할까?’ 하고 연구하는 자세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을 말해 주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를 겨냥한 악의의 댓글을 함부로 써서 누군가가 자살을 했다면 그것도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함부로 던지는 돌에 어떤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간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과 인간이 다양하게 얽혀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곧 세상에 대한 이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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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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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파이낸스투데이에 게재된 글입니다.

 

(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이란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는 칼럼 18번째의 글입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는 중복 게재는 독자를 속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출처를 밝힙니다.

 

원문은 여기로 ⇨ http://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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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19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 이론 중에 ‘후광 효과’라는 게 있어요. 특정 인물의 좋은 점을 보면 그 사람을 좋다고 믿는 경향이죠. 반대의 사례(특정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보면 그 사람을 나쁘게 보는 경향)도 있어요. 이러한 심리적인 편향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아요. 특히 온라인 공간의 익명의 상대방을 이해하는 건 어려워요. 글만 가지고서 익명의 글쓴이의 성품을 판단하기 어렵고, 후광 효과로 인해 익명의 상대방을 오해할 수 있거든요. ^^;;

페크pek0501 2019-03-19 17:35   좋아요 0 | URL
후광 효과. 이런 게 저는 재밌습니다. 후광 효과는 일종의 선입견의 영향일 듯해요.

저는 이렇게 알고 있었어요. 어떤 사람에 대해 좋게 보면 그 사람의 단점까지 좋게 보고, 반대로 그 사람에 대해 나쁘게 보면 그 사람의 장점까지도 나쁘게 본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이 있어서 그냥 알게 되었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단점은 너그럽게 봐 줄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장점은 장점까지도 꼴보기 싫은 경우죠.

강준만의 책 <감정독재>에는 50가지의 이론이 담겨 있는데 읽어 보면 흥미롭습니다. 이 책에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 것에 대해 ‘인지 부조화 이론‘이 설명되어 있어요. 인간을 알게 해 주죠.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19-03-19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호의가 그 진의 대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
습니다. 표현의 문제일까요?

타인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설득하
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요즘 들어 더더
욱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9-03-19 19:23   좋아요 0 | URL
그래서 혼자 지내는 게 속편하게 생각할 때가 있지요. 책을 읽든지 영화를 보든지 하는 시간이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좋을 때가 있어요.

저의 경우도 나와 코드가 맞는 친구들만 만나게 되더라고요. 넓은 세계에서 살아야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좁은 세계를 선호하게 됩니다. 대체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