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현대 무용’ 공연을 보았고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 이번 주에는 극장에 가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국가부도의 날’을 관람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켰고 ‘국가부도의 날’은 나의 기대 이하였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나서 ‘퀸’의 음악에 빠져 유튜브를 통해 프레디 머큐리의 노래를 여러 번 들었다. 내가 어떤 노래에 한번 빠지면 그 노래를 계속 듣는 경향이 있다. 지금껏 수십 번 들었는데 아마 앞으로 백 번은 더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이주일 동안 지내다 보니 차분히 앉아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내가 산 책 <서밍 업>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이 있어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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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성에서 주목한 부분은 도대체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는 한평생 일관성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한 사람 안에 평소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특성이 존재하면서도 그것이 또 그런대로 그럴듯한 조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늘 나를 놀라게 했다.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특성들이 어떻게 같은 사람 안에서 존재할 수 있는지 늘 의문이었다. 나는 사기꾼이 자기희생을 하는 것을 보았고, 좀도둑이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발견했으며, 창녀가 화대만큼의 돈값을 해주는 걸 명예로 여기는 것도 보았다.(77쪽)
- 서머싯 몸, <서밍 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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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인간은 착하기만 한 사람이 없고 악하기만 한 사람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악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나쁘게 보기보다 그가 처한 상황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늘 누구에게나 같은 표정과 같은 태도로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를 의심할 것이다. 그건 가면에 불과함을 알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이 있고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상대에 따라서 잘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고 잘해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친절하다는 것은 자신의 본심을 싣지 않은 거짓 얼굴일 때가 있다는 걸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마음이 편할 삶의 방식을 택했을 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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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착한 사람들의 선량함은 당연하게 여겼고 오히려 그들에게서 결함이나 악덕을 발견하면 흥미를 느꼈다. 나는 사악한 사람들의 선량함을 발견하면 감동을 받았고 그들의 사악함에 어깨를 들썩이며 양해해줄 용의가 있었다. (...) 나는 그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런 관찰의 결과, 나는 이런 믿음을 갖게 됐다. 도덕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선과 악의 확연한 구분은 없고, 그래서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79쪽)
- 서머싯 몸, <서밍 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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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지는 않으나 이런 차이를 발견하곤 한다. 남이 잘되는 것을 유독 싫어한 나머지 잘된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잘해 주면 그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가면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남이 잘되는 것을 축하해 주고 싶지 않아도 축하해 주는 가면 말이다. 누군가가 미워도 미워하지 않는 가면 말이다. 이럴 때의 가면은 비록 거짓일지라도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난 이 가면을 ‘선의의 가면’이라고 부르겠다.
나에게도 ‘선의의 가면’이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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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팬으로서 그의 저작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 1>, <인간의 굴레에서 2>, <면도날>, <인생의 베일>을 읽었다. 이번에 <서밍 업>과 <서머셋 몸 작품집>을 구입했다. 일곱 권 모두 추천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