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우아한 동작을 하는 발레를 재밌게 배우고 있지만 빠르게 씩씩한 동작을 하는 현대 무용도 배우고 싶네. 왜 난 이 나이에도 하고 싶은 게 많은 걸까? 철이 들지 않아서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지난주 무용 공연을 보러 갔다. 분위기 있는 가을날에 분위기 있는 ‘예술의 전당’에서 ‘현대 무용’ 공연을 본 것인데 나 혼자 갔다는 게 중요하다. 얼마 전 티켓이 생겼다며 딸 손에 이끌려 뮤지컬을 본 적은 있어도 내가 직접 티켓을 예매하여 혼자 보러 가는 적극성을 보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늦은 예매를 하게 되어 티켓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2층 객석으로 예매하게 되었다. 무대가 잘 안 보이면 어떡하지, 하고 신경이 쓰였는데 막상 가 보니 무대가 잘 보여서 좌석이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요금이 저렴한 2층 자리를 애용해야겠다.
무용수들이 어찌나 춤을 잘 추던지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는 인간의 위대함을 목도한 좋은 시간이었다. 공연을 마친 무용수들이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할 때 나는 뜨거운 감동과 함께 뭉클함을 느끼며 크게 길게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 주었다.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길~~게 길~~게 오래 박수를 쳐 주었다. 거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나처럼 뜨거운 감동과 함께 뭉클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이 있다는 건 멋진 일임을 새삼 확인했다. 게다가 노력해서 보여 주는 재능이었기에 그들은 훌륭해 보였다. 감탄! 감탄!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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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함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눈물과 배려와 연민이 남아 있다는 얘기이다. 가슴 안쪽이 딱딱하게 굳지 않아서 누군가 들고 가는 한 양동이의 물처럼 출렁출렁한다는 얘기이다. 지핀 불처럼 가슴이 따뜻하다는 얘기이다. 이 가을 우리는 또 무엇을 만나서 또 어느 때에 뭉클해져 속울음을 울게 될 것인가.(69쪽)
- 문태준, <느림보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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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인 2층의 객석에서 무대를 찍어 봤다. 검은 부분이 무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