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혼하고 독신이 된 남자의 인생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책을 사고 나서 살펴보면 소설은 없고 전부 에세이류다. 예전엔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어느새 내 독서 취향이 에세이 쪽으로 기울어 버렸을까. 앞으로는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해야겠다.
오랜만에 소설책을 잡았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이라니. 제목 한번 창의성 있게 지었네. 이혼하고 독신이 된 48세의 남자가 새 인생을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각해 보게 되는 문장.
................
결혼은 친척을 두 배로 늘리고, 짐을 두 배로 늘리고, 싸움을 네 배로 늘린다.(26쪽)
- 마쓰이에 마사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에서.
................
내가 덧붙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은 결혼을 해 볼 것. 왜냐하면 자신의 밑바닥까지 훤히 보이게 하는 게 결혼 생활이니까.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자신의 더러운 성질까지 끄집어내게 해 주는 게 결혼 생활이니까. 반대로 결혼 생활은 자신의 인내심을 발휘하게 해 주는 장점도 있다.
2. 글을 씀으로써 삶의 고단함을 잊는 생활
헝가리에서 태어난 저자는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가서 모국어를 잃고 '문맹'이 되어야 했다.
................
시를 쓰는 데는 공장이 아주 좋다. 작업이 단조롭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기계는 시의 운율에 맞춰 규칙적인 리듬으로 반복된다. 내 서랍에는 종이와 연필이 있다. 시가 형태를 갖추면, 나는 쓴다. 저녁마다 나는 이것들을 노트에 깨끗이 정리한다.(88쪽)
-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에서.
................
이 글을 읽고 나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없으리라. 핑계를 대지 말지어다.
3. 시인이 산문을 쓰니 시적 분위기를 풍긴다
내가 수필을 쓴다면 이 책에 담겨 있는 수필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수필이 많다.
................
마른 번개가 치더니 비가 시작된다. 오늘 하늘은 물동이를 이고 가는 키 작은 누이 같다. 돌풍이 불고 빗방울이 굵어진다. 넓은 잎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가 내 귀도 함께 두들긴다. (···)
하늘의 소란이 집으로 들로 내려온다. 비가 오던 과거의 여름날을 나는 떠올린다. 어머니는 마당을 쓸고 계신다. 비가 오는 것조차 하나의 경이로 생각하는 나의 어머니는 마당을 정갈하게 비질해서 손님 맞듯 비를 맞이한다.(235쪽)
-문태준, <느림보 마음>에서.
................
저자는 손님 맞듯 비를 맞이하는 어머니의 아들이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4.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독서광인 저자가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책이다. 인용문이 많아서 여러 글을 맛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
이런 반문이 가능할 것이다. “시적 감수성이 있어서 뭐하나요? 먹고 살기도 바쁜데.”
역시 『문학 콘서트』에 나온, 한용운의 대답을 들려드린다.
우리 생활에 있어서 기름이나 고추나 깨는 없어도 생활할 수 있어도 쌀과 불과 나무가 없으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술이 없어도 최저한의 인간 생활은 이룰 수가 있겠지요. 그러나 좀 더 맛있게 먹자면 고추와 깨와 기름이 필요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어떤 사람은 항의하리다마는 나는 이렇게 예술을 보니까요.(302쪽)
- 서민, <서민 독서>에서.
................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꼭 필요한 양념 같은 게 예술이라는 것. 더 나은 삶을 위해 예술이 필요하다는 뜻이겠다.
5. 고전 입문서 세 권
<서민 독서>를 보면 저자가 고전 입문서로 책 세 권을 추천해 놓았다. 고전을 깊이 이해하여 고전의 재미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 되겠다.
이현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김용석,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
잭 머니건, <고전의 유혹>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 봤는데 이런 책은 유익할 뿐만 아니라 책 자체로도 재미가 있다.
.......................................
저자 이현우 님은 알라디너 로쟈 님이시고
저자 서민 님은 알라디너 마태우스 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