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은 저마다 해석하며 사는 것 :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해석’인가? 예를 들면 미세먼지로 인해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그래서 오늘처럼 공기가 맑은 날에는 기분이 좋다면 미세먼지의 등장은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인가? 어둠이 있어야 빛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과 같이 그런 것인가? 나의 경우, 확실히 미세먼지에 시달렸던 날들이 있어서 오늘처럼 맑은 날의 소중함을 알게 되긴 했다.
사진에 대한 해석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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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한 점을 찍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했다.
내 심장 속 한 켠에 작게 새긴 문신이 된 점 하나.
누군가 “사진은 찍는 것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감히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습니다.
대신, 가슴에 점 하나 찍기입니다.
점 점 점!
사진이 내 삶의 점 찍기 하나라면, 그리고 만족이라면
행복입니다.
- 유병찬, <소리 없는 빛의 노래>, 6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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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찬 님은 알라디너 유레카 님이시다. 포토에세이 책을 냈다는 것을 난 최근에 알았다. 사진에 관심 있는 나로선 사진 전문가인 유레카 님의 사진까지 볼 수 있는 책이어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2. 삶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것 :
<라틴어 수업>에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라는 문장이 있다. 난 이와 반대로 생각했었다. 모든 사람은 상처만 받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로 생각했던 것. 무엇에 대해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상처받는 걸로 끝이 나고, 또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상처받는 걸로 끝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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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마치 폭발 직전의 폭주 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삶에는 간이역 같은 휴게소가 필요합니다. 제 경우에는 상처가 오히려 그런 간이역 같은 휴게소가 되어주었습니다. 멈춰 서서 제 안을 들여다보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래도 때로는 '이 간이역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아픈 건 아픈 거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이 간이역을 지나고 또 지나면 제가 닿을 종착역도 어디쯤인가 있을 겁니다.
- 한동일, <라틴어 수업>,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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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난 독학 스타일 :
한 달에 한 번 나가는 ‘독서 모임’을 그만두기로 했다. 겨우 두 번 나가고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목적인 모임인데 열 명 정도 모인 사람들의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게 없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이 문장이 좋았다며 페이지를 말하면 내 책에는 이미 그 문장에 밑줄이 그어 있고 그 옆에 내 느낌을 써 놨다. 누군가가 자기 생각을 말하면 내 생각과 비슷했다. 그러니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나와 다른 생각을 들으러 나간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만 골라 읽는 ‘독서 편식’을 막아 보자고 시작한 모임인데, 지정된 책을 읽느라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시간이 모자라는 게 불편했다. 독서 편식이 되지 않도록 내가 스스로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
난 역시 독학 스타일인 모양이다.
푸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