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유아들의 옹알옹알 책놀이터 세번째 시간은 '무지개 물고기'가 주인공이다. 

아이들은 반짝반짝 무지개 물고기에 집중했고, 특히 <꼭꼭 숨어라, 무지개 물고기> 팝업북은 목을 쭉 빼고 들여다보고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디카 USB 케이블이 끊어져 새것을 사느라 페이퍼가 늦었다.ㅠ)

 

 

 

 

 

 

 

   


세 살 디마는 <뭘 배웠니? 아가야> 물개 이야기 책에 빠져서
아기 물개를 움직여보느라 책을 흔들고 거꾸로 돌리고...^^

독후활동은 특별한 걸 준비하지 못해 아이들이 놀던 종이에 물고기를 그려주고 알록달록 색칠놀이~
자기들 솜씨를 자랑하느라 높이높이 쳐들어서 한컷씩 찍어주었다.
어른이 볼때는 엉망이지만 다들 자기 솜씨를 뽐내는 이런 모습이 정말 이쁘다~ ㅋㅋ
 

   

    

 

아이들은 여전히 나를 보면 '안아줘'하면서 달려들었고, 나도 덩달아 과장된 몸짓으로 안아주며 놀아준다.

이날은 책읽기와 활동을 끝내고 다리를 사이사이에 끼워넣고 '한거리 두거리 각거리~'를 했는데, 내가 손으로 짚어가며 하나 둘 세었더니 다같이 소리내어 하나둘셋넷~ 열까지 거뜬히 헤아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떳다 떳다 비행기'~ 우리는 아이 키울 때 엄마 아빠가 붕붕 비행기를 잘 태워주는데, 얘네들은 그런 놀이를 하지 않았는지, 처음엔 무서워 긴장하고 움츠리더니 나중엔 재미를 붙여 너도나도 달려들어 기운이 빠질 정도로 비행기를 태워줬다. 특히 포동포동한 올리가는 제법 묵지근해서 뻗은 다리가 털썩 꺽이는 수난도...ㅋㅋ

나탈리아 선생님도 처음엔 비행기를 몰랐던 거 같은데, 나중에는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니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 삼남매 키우던 15년 전에나 했던 놀이로 쉰하고도 넷이나 돼서 고려인 아이들과 놀았다는.ㅋㅋ 


   

 

이 날은 책놀이터가 아니라 완전히 몸놀이터였다. 난, 얘네들과 이러고 놀면서 더 어려져 꼬마아이가 될지도 몰라~ㅋㅋ

나중엔 기운이 빠졌지만, 확실히 몸으로 놀아주고 나니까 여섯 살 디마까지도 착착 안기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비행기 놀이를 끝내고 아이들과 발바닥을 맞대어서 다리를 쫙 뻗으며 밀어줬더니,
뒤로 쭉 밀리는게 재밌는지 아이들 모두 같은 말을 외치며 달려들었다.

 "야 도제 미내 도제"

내가 러시아 말은 모르지만 느낌으로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았다.^^

 

애들하고 통할려면 러시아 말을 알아야겠다 싶어 준비해 간 공책에 나탈리아 선생님께 써달랬더니

러시아 글자로만 써 줘서, 내가 러시아어 까막눈이니까 한글로 토를 달아 달랬다.ㅋㅋ

아이들이 외친 '야 도제 미내 도제'는 짐작대로~ ^^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아이들은 내가 '나도 나도'하고 말했더니 자기들도 한국말로 '나도 나도' 외쳤다.

우린 이렇게 한국말과 러시아말을 같이 쓰면서 통한다~  난, 앞으로 러시아말도 할 줄 아는 아줌마가 될지도 몰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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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려인 아이들은 어디서 놀까?
    from 엄마는 독서중 2013-07-10 04:06 
    자치·소식복지/교육 고려인 아이들은 어디서 놀까? 월곡2동 혜윰마루작은도서관,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책놀이터' 운영월곡2동 | youngs@korea.kr //-->승인 2013.07.05 14:58:14월곡2동 혜윰마루 작은도서관(명예관장 이순옥)은 고려인 아이들을 위해 ‘고려인 유아들의 옹알옹알 책놀이터(이하 책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책놀이를 통해 고려인 아이들이 한국말을 재미있게 익히고
 
 
세실 2013-03-2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표정이 살아있네요^^ 비행기도 타고 얼마나 좋을까?
도제 미내 도제는 나도 태워줘? ㅎㅎ

순오기 2013-03-29 17:05   좋아요 0 | URL
사진을 크게 넣으면 얘네들 표정이 잘 보이는데, 내가 민망해서 줄였어요.ㅋㅋ
공책 사진 넣기 전에 댓글 달았군요, 야도제 미내도제는~~~~~~~~~~ 접힌 부분 컨닝하세요!ㅋㅋ

세실 2013-03-29 17:20   좋아요 0 | URL
러시아도 같은 단어의 반복을 싫어하는 군요. 야 도제 야 도제 하면 헷깔리지 않았을텐데....ㅎ

2013-03-29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3-03-2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순오기님 항상 님 이야기를듣다보면 제가 스스로 반성하고 ,,반성한답니다,.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보여요,,

순오기 2013-03-29 23:29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좋아서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잃어버린 순수를 찾아 회춘하는 기분입니다.^^
내 아이에게 집중하던 시기가 지나면 차츰 멀리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소나무집 2013-03-3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러시아 말을 하는 순오기님 넘 멋져요.^^
저도 다문화 아줌마들 만나면서 서계에 얼마나 많은 언어들이 있는지 깨닫고
간단한 말 몇 마디는 배우기도 하고 그래요.
자기네 나라 말을 해주면 선생님한테 부쩍 친근하게 대하고 넘 좋아하더라구요.

순오기 2013-03-30 16:24   좋아요 0 | URL
러시아 말을 아이들한테 배우는 중입니다.^^
맞아요~ 우리도 외국인이 한국말로 인사하면 후한 점수를 주니까요.ㅋㅋ

수퍼남매맘 2013-03-3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행기 태워주기 힘든데 아이들을 위해 몸을 불사르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책 2권 목록 보내주셔요. 제가 선물할게요. 부담 갖지 마시고요.
저도 러시아말 하나 외웠네요. 야 도제 미네 도제

순오기 2013-03-30 16:24   좋아요 0 | URL
하하하~ 몸을 불사르기까지야!ㅋㅋ
야 도제 미네 도제~ 잊지 말고 자주 써보세요!^^
댓글은 님 서재에 남길게요.
 

3월이 다 끝나가는데 영화 한 편도 못 봤다. 백수로 지낸 3월인테 영화 볼 짬도 없었다니.... 나, 백수 맞아?^^

모처럼 오전 시간이 비어서 <파파로티>를 예매했다.
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차도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오늘 일정도 내게는 빛나는 시간이다.

 

영화를 볼 짬이 없었던 3월은 손에 잡아 본 책도 몇 권 안된다.

구입한 책과 선물로 온 책이 쌓이고 쌓여, 차분히 앉아 책읽는 시간을 3월 끝자락에라도 만들어야지.

 

새봄에 맞는 이금이 작가의 신작 <얼음이 빛나는 순간>표지가 확 들어온다.

엄마는 글을 쓰고 딸은 그림을 그리고... 이상적인 조합으로 태어난 책이다.

파랑 바탕의 꽃나무는 얼음꽃이 아니고 화려하게 피어난 봄꽃인가 보다.

표지의 두 소년 '지오와 석주'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 궁금...

 

2012년에 나온<사료를 드립니다>와<신기루> 이후에 만나는<얼음이 빛나는 순간>은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누가 말하는 걸 받아 적는 것처럼 막힘없이 집필하다가.... 뒤늦게 소설에 대한 불안감과 의구심으로 주인공 지오의 동선을 따라 기차를 탔다는 작가의 후기에 반짝 귀가 열린다. 어린이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20대가 되었을 독자의 성장과 더불어 작품 속 주인공도 성장시킨, 작가의 신작을 만나는 설레임이 봄날의 꽃처럼 화알짝 피어난다.

 

쉰 중반에 접어든 내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앞으로 남은 인생에 빛나는 순간은 또 언제고?

그 누구의 인생에도 빛나는 순간은 있으리라...

 

오늘 하루를 빛나는 시간으로 살아가는 것,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내 인생을 빛나게 하리라 믿는다.

 

4월부터 1.3주 토요일 오후에 어린이 독서회를 시작한다. 

강사를 모시고 북아트로 독후활동 작품도 만들고 독서토론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작년에 토요교실 참여했던 아이들이 중심 되어 꾸려갈 거라 크게 걱정은 않지만 책은 몇 권 봐야겠다.
어린이 독서회는 처음이라 세실님과 희망찬샘, 수퍼남매맘님께 자문도 구하고... ^^

 

 

 

 

 

 

 

 


2006년부터 시작한 어머니독서회는 '춘기'씨를 맞은 10대들처럼 분주하다.

새댁들은 아기를 낳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엄마들은 업그레이드 교육에 참여하고,
아이를 다 키워 대학에 보낸 엄마들은 인생의 빛나는 순간을 누리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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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03-2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하루를 빛나는 시간으로 살아가는 것.
네... 저도 오늘 그래야겠어요.
순간 순간을 느끼면서, 감사하면서, 즐거워하면서. 그럼 제 인생도 빛나게 되겠지요?ㅎㅎ

그나저나 제가 일등, 일빠입니다. 이야호~~~~!!

순오기 2013-03-28 08:53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빛나는 하루를 살아야지요~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을 위해서!!
일등, 일빠 단발머리님 댓글에 힘이 납니다, 꾸벅~~~~ 배꼽인사!ㅋㅋ

라로 2013-03-2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다 키워내지 못한 저같은 엄마도 빛나는 순간을 누리느라 바쁩니다,,ㅎㅎㅎㅎ
오늘 파파로티를 보신다니 저도 보러가고 싶어지네요~~.ㅎㅎㅎ
한석규인가?는 별로인데 이제훈은 완소거든요. 근데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왜 한석규가 별로일까요??한석규 스크린에 나오면 제가 막 거북해져요,,암튼 그래서 베를린 더 별로였는데
파파로티는 좋다고하니,,,또 모르죠? 파파로티로 한석규를 좋아하게 될지~ㅎㅎㅎ
근데 언니 방문자수가!!!!@@ 70만이 넘었잖아요!!!오늘~~~. 암튼 축하합니다.^^

순오기 2013-03-28 13:30   좋아요 0 | URL
엄마의 인생을 빛나게 해주는 해든이 사랑스러워!^^
한석규는 어깨에 힘을 빼면 소탈한 모습이라 좋아요, 파파로티에서 그런 모습이었고...
방문자수는 먼댓글 달린 꼬부랑 카페 때문인가본데 저걸 삭제할 방법이 없네요.
서재지기한테 차단시켜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었는지...나보고 삭제하면 된다는 답변이고.ㅠ

blanca 2013-03-2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다 키우면 빛나는 순간이 오는 건가요?^^ 너무 희망적인 메시지네요. 순오기님의 얘기니 더욱 신뢰가 가고. 어머니 독서회의 역사가 장구해지고 있어요. 대단하세요. 참,<파바로티>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즐겁게 보시고 에너지 충전하고 오세요. 저는 <안나 카레니나> 보고 싶었는데 이게 인기가 기대이하인지 상영시간이 너무 안 좋네요.

순오기 2013-03-28 13:32   좋아요 0 | URL
인생은 항상 빛나고 있을 텐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지도 몰라요.
파바로티가 아니고 '파파로티'인데 내가 잘못 적어서 고쳤어요.
왜 파파로티인지는 영화를 보면 알아요.ㅋㅋ
우리동네 극장에선 안나 카레니나 안 하는데...개봉했나요?
요즘 영화소식에 어두워서 잘 몰라요.

꿈꾸는섬 2013-03-2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은 은근히 바쁜 달인 것 같아요. 저도 이래저래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새 3월말이네요.
파파로티는 아는 언니가 보여주어서 보았는데, 재밌었고, 안나 카레니나는 금새 내릴까봐 혼자가서 얼른 보고 왔는데 좋았어요.
매일이 빛나는 시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13-03-29 17:18   좋아요 0 | URL
학부모에겐 3월이 아이들 학교생활이 시작되는 달이라 더 바쁘겠지요.
파파로티~ 괜찮았죠?
같이 본 친구는 영화처럼 우리도 짜장면 먹자고...
배달은 안 시키고 중국요리집 가서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먹었어요.ㅋㅋ
나름대로 빛나는 시간을 보냈어요.

파란놀 2013-03-2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고운 하루요
즐겁게 빛나는 삶이리라 느껴요

순오기 2013-03-29 18:18   좋아요 0 | URL
고운 말만 쓰시는 님은 언제나 빛나는 삶을 누리시지요.
산들보라와 함께~ ^^

2013-04-04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4-04 23:49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지난 3월에 통화해서 소식을 잘 알지요~
님 서재에 댓글 남겼어요~ ^^
 
[마음을 담은 사찰음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 -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과 맛을 나누는 따뜻하고 정갈한 사찰 음식 레시피
홍승스님.전효원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식구에게 '절(사찰)음식'은 무등산 자락의 뷔페식당 '수자타'로 기억된다.
'수자타'는 부처님께 맨처음 공양을 드린 여자다. 절음식이라 고기류는 없지만, 콩고기나 묵을 말려 채소와 무친 반찬은 고기를 씹는 것 같은 질감이다. 정갈하게 차려진 뷔페는 맘에 드는 걸 골라 양껏 먹을 수 있어 청소년들도 좋아한다. 우리아들은 수능 끝내고 친구랑 셋이 무등산에 올랐다 내려와 '수자타'에서 음식을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두 녀석은 기어이 토해냈다는 전설의 뷔페다. 한참 먹성 좋은 나이엔 목구멍까지 차도록 먹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녀석들이다.

내가 절밥을 먹어 본 건 2011년 가을 선암사에서다. 난생처음 절밥을 먹는 일은 신선했고, 주방에서 일하시는 스님 모습은 생경스러웠다. 절밥을 먹은 모든 사람이 자기의 식판을 설거지하는 건 기본이고,식당 진열대 스님들의 발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스님들은 1식 3찬으로 식사를 마치고 맑은 물로 담아 먹은 그릇을 정갈하게 씻고, 그 물마저 본인이 마시는 친환경적 밥상 수행을 하신다.

특별한 절음식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특별한 게 없어 살짝 실망했지만, 일상에서 먹는 음식이야 절이든 일반가정이든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도 육수가 아닌 '채수'라는 말을 알게 됐고, 절음식을 알아도 만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또 다시 통감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음식은 만들지 않고, 일반음식점에서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주부의 게으름을 부추기는 이유가 된다. 주부들에게 남이 해주는 음식만큼 달콤한 유혹도 없으니까.

절음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 또는 무엇을 먹지 않느냐보다는 음식이 우리 몸에 어떠한 작용을 하느냐를 이해하는 게 먼저라는 말씀은 동의가 된다. 음식을 통해서 몸을 건강하고 맑게 유지하기 때문에 음식은 넓은 의미에서 '약'이다. 스님들의 규칙적인 식생활과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MSG를 쓰지 않는 천연 조미료와 각종 양념을 만들어 쓰는 것도 실천해야지 새롭게 다졌다.

이 책은 여섯 꼭지로 나누었다.
1. 사찰음식 톺아보기
2. 생식으로 즐기는 사찰음식
3. 스님 일상식 한상차림
4. 조금 더 색다른 사찰식 도시락
5. 마음과 정성을 다한 손님상
6. 마음을 열어주는 차와 간식

참나물 무말이, 일반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재운 쌈무에 봄소식을 알리는 참나물과 파프리카로 눈도 호사로운 깔맞춤이다. 참나물이나 파프리카가 아닌 다른 채소로 대체할 수 있어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겠다. 요리 순서에 따른 사진을 물론이요, 재료 준비와 요리과정 및 팁까지 새내기 주부도 겁내지 않고 할 수 있게 친절히 안내했다.

생식으로 즐기는 절음식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돌아, 앞에서 특별한 게 없다고 했던 말은 취소한다.^^ 주재료와 보조재료도 다양하여 영양도 충분하겠다. 참외깍두기, 된장소스 생마무침, 수박 속껍질 무침, 고구마 샐러드, 나박김치, 수삼냉채,고수나물 무침, 도라지 잣즙 무침, 토마토 오디 샐러드까지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이다.
서양의 샐러드는 소스를 뿌려주는 음식으로 양념을 겉에 '묻히는' 것이고, 우리의 겉절이는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먹는 반찬이다. 우리는 참기름과 고추장만 있으면 거의 모든 풀을 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 생식으로 먹는 나물은 바쁜 현대인들이 먹기에 간편한 영양식으로 추천한다.

스님의 일상식 한상 차림에 나온 표고버섯밥이다. 산속의 쇠고기라 불리는 버섯을 우리 아이들은 독특한 향과 씹을 때 물컹한 느낌이 싫다고 잘 안 먹는다. 그래도 버섯을 먹이려고 김밥에도 넣고 가루를 내어 찌개에도 넣지만 용케 알아채고 가려 먹는다.ㅠ 우리집에선 고구마밥이나 콩나물밥, 무밥은 한두 번 해먹었지만, 표고버섯밥은 꿈도 못 꾼다.

한상 차린 스님의 일상식에서 칠절비빔밥과 새송이버섯 깨무침이 눈에 띈다. 깻잎처럼 생긴 김장아찌는 만들어본 적이 없고, 매생이탕면은 면보다는 떡국으로 먹었고, 오이나물 무침이나 호박선은 오래전에 해 먹었고. 콩나물비빔국수는 즐겨먹는 여름 별미로 콩나물 대신 각종 채소로도 대신한다. 절에서는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스님들이 하신다니 놀랍다.

위궤양과 암세포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양배추와 깻잎김치는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이다. 양념장을 만들 때는 채수에 무즙을 넣으면 시원한 맛이 나고, 매실효소가 아닌 어떤 효소를 넣어도 괜찮다고 한다. 음식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고려하여 주재료를 선택하고 양념장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책에 수록된 음식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 어떤 것인가 판단 기준도 생긴다.

조금 더 색다른 사찰식 도시락에서는 과일초밥과 두부 김밥, 우엉 샐러드와 모듬쌈밥이 눈길을 끈다. 챕터는 색다른 도시락인데 주로 반찬류라서 혹하고 끌리는 맛은 덜하다.

마음과 정성을 다한 손님상은 색깔이 화려해서 먼저 눈을 호강시키고 입맛을 돌게 한다. 가만히 앉아서 이런 음식을 받아 먹는다면 정말 대접받는 기분이 들 거 같다.
삼색 생두부 튀김, 버섯삼색전, 채소말이 색초밥, 삼색 전병말이 등 삼색으로 맞춤한 음식들이 맛나 보인다.

차와 간식 챕터에서는 먹고 싶은 후식류가 많다. 집에서는 도전하기 쉽지 않은 강정은 2010년 여름 담양 시티투어에서 처음 만들어봤고, 우메기는 좀 만만해보이니 도전해보면 좋겠다. 다섯 가지 재료를 뭉근히 우려낸 오과차와 환절기에 좋은 감기탕과 우엉 연근차 등은 꾸준히 마시면 정말 좋을 듯하다. 특히 식초를 넣어 발효시킨 효소차를 만들어 마시면 산사의 스님이 부럽지 않을 듯...^^

보통의 요리책이 그렇듯 이 책도 요리의 기본을 책머리에 실었다. 튀김온도 맞추기, 채소별 데치는 방법, 찹쌀풀 만드는 법, 밀가루 풀물 쑤는 법, 맛있게 국수 삶는 법, 밥 짓는 법, 죽순 손질하는 법과 보관하는 법, 누룽지 만들기까지 알아두면 좋을 팁이다.
음식 사진 책을 보면 음식을 담은 접시나 식탁을 꾸민 센스에 감탄하는데, 절음식도 다르지 않다. 소박한 음식도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 내면 더욱 맛깔스럽고 근사한 상차림이 된다. 음식을 담은 접시보다 그 음식을 먹는 우리 몸이 더 소중한 존재임은 두말이 필요없다.

저자는 절음식을 만드는 것은 수행이고, 음식에 담긴 부처의 마음이 절음식의 본래 뜻이라고 말한다. 부처의 마음을 담은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도 부처가 발견돼야 하는데... 건강한 식단과 초대음식으로도 모자라지 않을 음식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절음식에 깃든 정신과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의 노고를 감사한다면 최고의 밥상이 될 것이라 호언한다. 절음식이 우리 몸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가? 절음식은 보약이상으로 스님의 수양을 돕는 도반과 같다 한다. 그래서 향이 진하고 자극적이라 수양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향신료의 사용을 금했다. 과다한 육식과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건강을 위해 절음식으로 식단을 바꾸면 좋겠다. 좋은 음식으로 섭생을 조절하면 특별한 약이 필요없으니, 절음식은 곧 약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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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3-03-2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식당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요.^^

순오기 2013-03-27 01:14   좋아요 0 | URL
여름방학에 네식구 광주에 오시면, 무등산에 오른 후 수자타에서 대접할게요.
가격도 착해서 온식구가 포식해도 부담없어 좋아요!^^

순오기 2013-03-27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88로 예약주문한 디카 usb 연결선 가지러 버스로 지하철로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시간을 잘못 알려줘서 물건을 찾아올 수 없었다.
AC 뭐야~ 4월부터 9시까지 하는구만, 투덜투덜~~
이 리뷰에 사진 올리고 수정하려면 하루 더 기다려야~~ ㅠ

BRINY 2013-03-27 11:47   좋아요 0 | URL
AC하니까, 생각나네여.
얼마전AC!라고 말한 학생에게 한마디 하니까, 그 학생 왈'기원전이라고 한거에요, 샘~'.
그 학생은 주위 친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네요 ㅋㅋㅋ AC가 기원전이라니!

순오기 2013-03-28 07:23   좋아요 0 | URL
AC를 기원전!ㅋㅋ

BRINY 2013-03-2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주 어릴 때, 지금은 돌아가신 큰 이모를 따라 간 절에서 감잎 튀김을 먹었던 것이 지금도 잊을 수 없답니다.

순오기 2013-03-28 07:24   좋아요 0 | URL
감잎은 차로만 마셨는데 튀김도 해먹는군요.^^
 

햇살 좋은 눈부신 아침에 행복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잘하는 일인지는 몰라도 잘못하는 일은 아닐거라 확신하며...

 

무슨 일이든 맨 처음 하는 건 '생애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요즘에 내가 하는 많은 것들이 '생애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는 일이다.

그래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순오기 여사는 지금 꽃이다!^^

 

나는 지금 꽃이다    -이장근-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

 

사각사각

미용실 누나 손에 들린 은빛 가위

붙었다 떨어졌다

내 머리 주위를 날아다닌다

 

폴폴 날리는 꽃가루

살랑살랑 나는 은빛 나비

 

나는

지금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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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3-25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오기님은 아름다운 꽃이죠~~
저도 무언가를 슬슬 시작해야 하는데 그저 놀고만 싶어요^^

순오기 2013-03-27 01:05   좋아요 1 | URL
우리 4월에 만나면 인생2막 수다도 떨어야겠어요.ㅋㅋ

세실 2013-03-25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늘 서재지수 2219.....헉!!

순오기 2013-03-27 01:07   좋아요 1 | URL
영문으로 달린 먼댓글 트래픽 때문에 방문자만 올라가는 거 같은데
당췌 저걸 삭제할 수가 없단 말이죠.
에이~ 내가 요즘 바빠서 그냥 넘어가는데 서재지기한테 댓글 차단부탁할거얍!!

파란놀 2013-03-25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언제나 꽃이지요.
다만, 어릴 적이랑 젊을 적이랑 나이들 적
모두 다른 꽃으로
활짝 피어나리라 생각해요.
순오기 님은 요즈음 어떤 꽃일까요.
명자나무꽃일까요, 함박꽃일까요...

순오기 2013-03-27 01:08   좋아요 1 | URL
예~ 누구나, 언제나 꽃이지만, 별로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어요.
봄날엔 명자꽃이 제격이겠죠.^^

수퍼남매맘 2013-03-25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장님 말고 또 무슨 일을 시작하였을까요? 궁금합니다.

순오기 2013-03-27 01:09   좋아요 1 | URL
하하~ 도서관장님 직함을 두개나 갖게 되었어요.
왜 2개냐구요? 궁금하죠~~긍금하면 500원!ㅋㅋ
나중에 페이퍼로 올릴게요.^^

북극곰 2013-03-26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메일로 저 동시를 받고, 빙긋 웃었어요.
멋지세요!

순오기 2013-03-27 01:10   좋아요 1 | URL
출판사 메일로 받는 시 편지~ 기분 좋아요!!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서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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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시애틀 추장'의 수잔 제퍼스 그림으로 재탄생한 그림책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는 단숨에 35년 전 학창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 암송해야 할 추천시가 여러 편 있었는데
그 리스트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있었다.
감성적인 여고생들은 프로스트에 빠져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도 좋아했었다.^^

여학생 때 읊었던 시와 세 아이를 키워낸 중년의 엄마로 읽는 시의 맛은 다르다.
학창시절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내가 가야할 인생길에 미련을 두지 않는 선택을 꿈꾸게 했다면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는 아저씨가 왜 숲에 갔는지
그가 '지켜야 할 약속'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케 한다.

또한 수잔 제퍼스의 겨울 그림에 압도되어 지난 겨울 눈쌓인 산행이 떠오른다.
수잔 제퍼스의 그림만큼 아름다웠던 우리동네 어등산의 눈꽃은 서비스!^^

나는 이 그림책의 화자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저씨와 늘 함께했던 말은, 그 숲에서 아저씨가 한 모든 걸 지켜보고
말(語)이 아닌 말(馬)의 눈길과 침묵으로 들려준다.

아저씨는 혼자가 아니다.
마을과 숲으로 오가는 길을 늘 함께 한 동반자는 말이다.
말은 모든 신경을 아저씨에게 집중한다.
말의 눈길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느닷없는 부엉이의 날갯짓에 혼비백산한 아저씨~
동물들은 놀라서 달아나지만 말은 그 자리에 있다.

놀라 자빠졌던 아저씨가 천사의 날개를 그려낸 것도 말은 지켜보았고~^^

놀란 작은 동물들이 덤불속으로 숨어든 것도 지켜보았다.

말은 '난 숲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 있어!' 혼자 생각했다.^^

하지만,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꽁꽁 얼어붙은 호수 사이서 서서
아저씨가 무얼 하려는지 말은 알 수 없었다.

마차에서 꺼낸 마른풀과 씨앗 주머니를 들고 어디로 가는지를....
방울을 딸랑이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아저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말방울 소리 말고는 스쳐가는 바람 소리뿐인 그 숲에서 삼매경에 빠졌다.
지난 겨울 눈이 폭폭 쌓인 숲에서 나도 저런 순간을 맞이했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빠져든 그 황홀경과 무이지경을~~~~ 나는 알지!^^

폴폴 날리는 눈송이 소리뿐인 그 숲에서 아저씨는 무얼 했을까?
소리없는 침묵으로 누구와 소통하고 교감했는지...

하지만 말은 짐작했을 거야.
아저씨가 두손 가득 들고 간 마른풀과 씨앗을 어떻게 했는지...

친절한 아저씨는 말에게 돌아와 손을 얹으며 눈빛으로 말했을 거야.
눈 쌓인 숲속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친구들에게 주었다는 것을...

말은 아저씨의 다음 행보를 알고 있지.
아저씨가 아무리 숲을 좋아해도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새들이 나무에 깃들고
숲속 동물들이 편안한 잠자리에 들 듯이

아저씨도 편안한 잠자리에 들기 위해 한참을 더 가야 한다는 것을...

눈쌓인 숲에서 나눈 말과 아저씨의 교감을 독자도 느낄 수 있다.
아저씨가 숲속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듯이
인간과 자연은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절제된 한 편의 시와 그림으로 전해준 멋진 그림책이다.

카테고리를 '청소년과 같이 읽을 책'으로 분류한 건
시 한편에 담긴 철학과 인생의 진수를 그림과 같이 감상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수잔 제퍼스의 그림에 매료된 독자를 위한 서비스로 <시애틀 추장> 그림 몇 컷 추가한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에 보이는대로 그리는 법'을 알려주신 그의 어머니에게 존경을 보낸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엄마들이 꿈꾸던 '어머니'상이라는 것도 알려드리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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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4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5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03-25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잔 제퍼슨의 다른 그림책도 알려 주시고, 고맙습니다. 학교 도서실 가서 찾아봐야겠어요.
고등학생 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암송하셨다니 좋은 국어선생님이셨나 봅니다.

순오기 2013-03-25 08:58   좋아요 0 | URL
수잔 제퍼스의 다른 책 <히어서와의 노래>도 있는데 우리집에 없어서 못 찍었네요.
우리 학창시절엔 시 외우기는 기본이었어요.^^
지금은 입시공부만 하느라 많은 걸 놓치고 있어 안타깝지요.ㅠ

2013-03-25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3-25 08:59   좋아요 0 | URL
아~ 바쁜데 폐를 끼친거 같아 죄송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