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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 -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과 맛을 나누는 따뜻하고 정갈한 사찰 음식 레시피
홍승스님.전효원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식구에게 '절(사찰)음식'은 무등산 자락의 뷔페식당 '수자타'로 기억된다.
'수자타'는 부처님께 맨처음 공양을 드린 여자다. 절음식이라 고기류는 없지만, 콩고기나 묵을 말려 채소와 무친 반찬은 고기를 씹는 것 같은 질감이다. 정갈하게 차려진 뷔페는 맘에 드는 걸 골라 양껏 먹을 수 있어 청소년들도 좋아한다. 우리아들은 수능 끝내고 친구랑 셋이 무등산에 올랐다 내려와 '수자타'에서 음식을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두 녀석은 기어이 토해냈다는 전설의 뷔페다. 한참 먹성 좋은 나이엔 목구멍까지 차도록 먹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녀석들이다.

내가 절밥을 먹어 본 건 2011년 가을 선암사에서다. 난생처음 절밥을 먹는 일은 신선했고, 주방에서 일하시는 스님 모습은 생경스러웠다. 절밥을 먹은 모든 사람이 자기의 식판을 설거지하는 건 기본이고,식당 진열대 스님들의 발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스님들은 1식 3찬으로 식사를 마치고 맑은 물로 담아 먹은 그릇을 정갈하게 씻고, 그 물마저 본인이 마시는 친환경적 밥상 수행을 하신다.

특별한 절음식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특별한 게 없어 살짝 실망했지만, 일상에서 먹는 음식이야 절이든 일반가정이든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도 육수가 아닌 '채수'라는 말을 알게 됐고, 절음식을 알아도 만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또 다시 통감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음식은 만들지 않고, 일반음식점에서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주부의 게으름을 부추기는 이유가 된다. 주부들에게 남이 해주는 음식만큼 달콤한 유혹도 없으니까.

절음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 또는 무엇을 먹지 않느냐보다는 음식이 우리 몸에 어떠한 작용을 하느냐를 이해하는 게 먼저라는 말씀은 동의가 된다. 음식을 통해서 몸을 건강하고 맑게 유지하기 때문에 음식은 넓은 의미에서 '약'이다. 스님들의 규칙적인 식생활과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MSG를 쓰지 않는 천연 조미료와 각종 양념을 만들어 쓰는 것도 실천해야지 새롭게 다졌다.

이 책은 여섯 꼭지로 나누었다.
1. 사찰음식 톺아보기
2. 생식으로 즐기는 사찰음식
3. 스님 일상식 한상차림
4. 조금 더 색다른 사찰식 도시락
5. 마음과 정성을 다한 손님상
6. 마음을 열어주는 차와 간식

참나물 무말이, 일반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재운 쌈무에 봄소식을 알리는 참나물과 파프리카로 눈도 호사로운 깔맞춤이다. 참나물이나 파프리카가 아닌 다른 채소로 대체할 수 있어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겠다. 요리 순서에 따른 사진을 물론이요, 재료 준비와 요리과정 및 팁까지 새내기 주부도 겁내지 않고 할 수 있게 친절히 안내했다.

생식으로 즐기는 절음식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돌아, 앞에서 특별한 게 없다고 했던 말은 취소한다.^^ 주재료와 보조재료도 다양하여 영양도 충분하겠다. 참외깍두기, 된장소스 생마무침, 수박 속껍질 무침, 고구마 샐러드, 나박김치, 수삼냉채,고수나물 무침, 도라지 잣즙 무침, 토마토 오디 샐러드까지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이다.
서양의 샐러드는 소스를 뿌려주는 음식으로 양념을 겉에 '묻히는' 것이고, 우리의 겉절이는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먹는 반찬이다. 우리는 참기름과 고추장만 있으면 거의 모든 풀을 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 생식으로 먹는 나물은 바쁜 현대인들이 먹기에 간편한 영양식으로 추천한다.

스님의 일상식 한상 차림에 나온 표고버섯밥이다. 산속의 쇠고기라 불리는 버섯을 우리 아이들은 독특한 향과 씹을 때 물컹한 느낌이 싫다고 잘 안 먹는다. 그래도 버섯을 먹이려고 김밥에도 넣고 가루를 내어 찌개에도 넣지만 용케 알아채고 가려 먹는다.ㅠ 우리집에선 고구마밥이나 콩나물밥, 무밥은 한두 번 해먹었지만, 표고버섯밥은 꿈도 못 꾼다.

한상 차린 스님의 일상식에서 칠절비빔밥과 새송이버섯 깨무침이 눈에 띈다. 깻잎처럼 생긴 김장아찌는 만들어본 적이 없고, 매생이탕면은 면보다는 떡국으로 먹었고, 오이나물 무침이나 호박선은 오래전에 해 먹었고. 콩나물비빔국수는 즐겨먹는 여름 별미로 콩나물 대신 각종 채소로도 대신한다. 절에서는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스님들이 하신다니 놀랍다.

위궤양과 암세포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양배추와 깻잎김치는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이다. 양념장을 만들 때는 채수에 무즙을 넣으면 시원한 맛이 나고, 매실효소가 아닌 어떤 효소를 넣어도 괜찮다고 한다. 음식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고려하여 주재료를 선택하고 양념장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책에 수록된 음식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 어떤 것인가 판단 기준도 생긴다.

조금 더 색다른 사찰식 도시락에서는 과일초밥과 두부 김밥, 우엉 샐러드와 모듬쌈밥이 눈길을 끈다. 챕터는 색다른 도시락인데 주로 반찬류라서 혹하고 끌리는 맛은 덜하다.

마음과 정성을 다한 손님상은 색깔이 화려해서 먼저 눈을 호강시키고 입맛을 돌게 한다. 가만히 앉아서 이런 음식을 받아 먹는다면 정말 대접받는 기분이 들 거 같다.
삼색 생두부 튀김, 버섯삼색전, 채소말이 색초밥, 삼색 전병말이 등 삼색으로 맞춤한 음식들이 맛나 보인다.

차와 간식 챕터에서는 먹고 싶은 후식류가 많다. 집에서는 도전하기 쉽지 않은 강정은 2010년 여름 담양 시티투어에서 처음 만들어봤고, 우메기는 좀 만만해보이니 도전해보면 좋겠다. 다섯 가지 재료를 뭉근히 우려낸 오과차와 환절기에 좋은 감기탕과 우엉 연근차 등은 꾸준히 마시면 정말 좋을 듯하다. 특히 식초를 넣어 발효시킨 효소차를 만들어 마시면 산사의 스님이 부럽지 않을 듯...^^

보통의 요리책이 그렇듯 이 책도 요리의 기본을 책머리에 실었다. 튀김온도 맞추기, 채소별 데치는 방법, 찹쌀풀 만드는 법, 밀가루 풀물 쑤는 법, 맛있게 국수 삶는 법, 밥 짓는 법, 죽순 손질하는 법과 보관하는 법, 누룽지 만들기까지 알아두면 좋을 팁이다.
음식 사진 책을 보면 음식을 담은 접시나 식탁을 꾸민 센스에 감탄하는데, 절음식도 다르지 않다. 소박한 음식도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 내면 더욱 맛깔스럽고 근사한 상차림이 된다. 음식을 담은 접시보다 그 음식을 먹는 우리 몸이 더 소중한 존재임은 두말이 필요없다.

저자는 절음식을 만드는 것은 수행이고, 음식에 담긴 부처의 마음이 절음식의 본래 뜻이라고 말한다. 부처의 마음을 담은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도 부처가 발견돼야 하는데... 건강한 식단과 초대음식으로도 모자라지 않을 음식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절음식에 깃든 정신과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의 노고를 감사한다면 최고의 밥상이 될 것이라 호언한다. 절음식이 우리 몸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가? 절음식은 보약이상으로 스님의 수양을 돕는 도반과 같다 한다. 그래서 향이 진하고 자극적이라 수양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향신료의 사용을 금했다. 과다한 육식과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건강을 위해 절음식으로 식단을 바꾸면 좋겠다. 좋은 음식으로 섭생을 조절하면 특별한 약이 필요없으니, 절음식은 곧 약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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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3-03-2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식당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요.^^

순오기 2013-03-27 01:14   좋아요 0 | URL
여름방학에 네식구 광주에 오시면, 무등산에 오른 후 수자타에서 대접할게요.
가격도 착해서 온식구가 포식해도 부담없어 좋아요!^^

순오기 2013-03-27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88로 예약주문한 디카 usb 연결선 가지러 버스로 지하철로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시간을 잘못 알려줘서 물건을 찾아올 수 없었다.
AC 뭐야~ 4월부터 9시까지 하는구만, 투덜투덜~~
이 리뷰에 사진 올리고 수정하려면 하루 더 기다려야~~ ㅠ

BRINY 2013-03-27 11:47   좋아요 0 | URL
AC하니까, 생각나네여.
얼마전AC!라고 말한 학생에게 한마디 하니까, 그 학생 왈'기원전이라고 한거에요, 샘~'.
그 학생은 주위 친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네요 ㅋㅋㅋ AC가 기원전이라니!

순오기 2013-03-28 07:23   좋아요 0 | URL
AC를 기원전!ㅋㅋ

BRINY 2013-03-2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주 어릴 때, 지금은 돌아가신 큰 이모를 따라 간 절에서 감잎 튀김을 먹었던 것이 지금도 잊을 수 없답니다.

순오기 2013-03-28 07:24   좋아요 0 | URL
감잎은 차로만 마셨는데 튀김도 해먹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