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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ㅣ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월
평점 :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시애틀 추장'의 수잔 제퍼스 그림으로 재탄생한 그림책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는 단숨에 35년 전 학창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 암송해야 할 추천시가 여러 편 있었는데
그 리스트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있었다.
감성적인 여고생들은 프로스트에 빠져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도 좋아했었다.^^
여학생 때 읊었던 시와 세 아이를 키워낸 중년의 엄마로 읽는 시의 맛은 다르다.
학창시절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내가 가야할 인생길에 미련을 두지 않는 선택을 꿈꾸게 했다면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는 아저씨가 왜 숲에 갔는지
그가 '지켜야 할 약속'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케 한다.
또한 수잔 제퍼스의 겨울 그림에 압도되어 지난 겨울 눈쌓인 산행이 떠오른다.
수잔 제퍼스의 그림만큼 아름다웠던 우리동네 어등산의 눈꽃은 서비스!^^
나는 이 그림책의 화자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저씨와 늘 함께했던 말은, 그 숲에서 아저씨가 한 모든 걸 지켜보고
말(語)이 아닌 말(馬)의 눈길과 침묵으로 들려준다.
아저씨는 혼자가 아니다.
마을과 숲으로 오가는 길을 늘 함께 한 동반자는 말이다.
말은 모든 신경을 아저씨에게 집중한다.
말의 눈길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느닷없는 부엉이의 날갯짓에 혼비백산한 아저씨~
동물들은 놀라서 달아나지만 말은 그 자리에 있다.
놀라 자빠졌던 아저씨가 천사의 날개를 그려낸 것도 말은 지켜보았고~^^
놀란 작은 동물들이 덤불속으로 숨어든 것도 지켜보았다.
말은 '난 숲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 있어!' 혼자 생각했다.^^
하지만,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꽁꽁 얼어붙은 호수 사이서 서서
아저씨가 무얼 하려는지 말은 알 수 없었다.
마차에서 꺼낸 마른풀과 씨앗 주머니를 들고 어디로 가는지를....
방울을 딸랑이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아저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말방울 소리 말고는 스쳐가는 바람 소리뿐인 그 숲에서 삼매경에 빠졌다.
지난 겨울 눈이 폭폭 쌓인 숲에서 나도 저런 순간을 맞이했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빠져든 그 황홀경과 무이지경을~~~~ 나는 알지!^^
폴폴 날리는 눈송이 소리뿐인 그 숲에서 아저씨는 무얼 했을까?
소리없는 침묵으로 누구와 소통하고 교감했는지...
하지만 말은 짐작했을 거야.
아저씨가 두손 가득 들고 간 마른풀과 씨앗을 어떻게 했는지...
친절한 아저씨는 말에게 돌아와 손을 얹으며 눈빛으로 말했을 거야.
눈 쌓인 숲속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친구들에게 주었다는 것을...
말은 아저씨의 다음 행보를 알고 있지.
아저씨가 아무리 숲을 좋아해도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새들이 나무에 깃들고
숲속 동물들이 편안한 잠자리에 들 듯이
아저씨도 편안한 잠자리에 들기 위해 한참을 더 가야 한다는 것을...
눈쌓인 숲에서 나눈 말과 아저씨의 교감을 독자도 느낄 수 있다.
아저씨가 숲속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듯이
인간과 자연은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절제된 한 편의 시와 그림으로 전해준 멋진 그림책이다.
카테고리를 '청소년과 같이 읽을 책'으로 분류한 건
시 한편에 담긴 철학과 인생의 진수를 그림과 같이 감상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수잔 제퍼스의 그림에 매료된 독자를 위한 서비스로 <시애틀 추장> 그림 몇 컷 추가한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에 보이는대로 그리는 법'을 알려주신 그의 어머니에게 존경을 보낸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엄마들이 꿈꾸던 '어머니'상이라는 것도 알려드리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