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팔불출인 것이다
네꼬님이 편집한 '콩 하나면 되겠니?' 출판 기념 팔불출 이벤트에 참여하는 페이퍼다. 표지의 개미가 물고 가는 저 콩 한 알과 같은 씨앗을 나는 셋이나 가졌다는 자랑질이니, 사설이 좀 장황해도 두 눈 질끈 감고 들어주기 바란다.^^
독서회 엄마들이나 이웃들은 '인생을 되돌아보며 내가 이뤄 놓은 게 없구나!'하는 허무감에 빠진다고 한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걸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란다. 과연 세상의 모든 걸 경제가치로 평가해야 하는 걸까?
나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별로 없지만, 많은 여자들이 기죽어하는 한비야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비야가 죽었다 깨나도 절대 할 수 없는 삼남매' 를 세상에 내 놓았기 때문이다. 애 셋 낳은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한다면, 굳이 얼굴 붉히며 따지고 싶지는 않다만... 그래도 내가 세상에 와서 뜻있게 한 일이라곤 삼남매를 낳아 키운 것 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이 나처럼 그만그만하게 살다 가더라도 국민의 머릿수를 보태는 일은 장한 일이라고 믿는다. 너도 나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어찌 되겠는가? 엄마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대의 가치다.
가정을 이룬 이들이 열심히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도 따라야 하지만, 아이를 낳는 일의 사명감(?^^)을 새롭게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런지... 나비님, 마기님, 섬사이님 동의하시나요?^^ 아이 셋 낳은 분 또 누가 있나요? 신고해주세요~ ㅋㅋ(여기에 잎싹님도 추가요~
자식을 낳아 키우지 않았다면 죽었다 깨도 알 수 없을 '감정의 파도'를 겪으며, 미숙한 사람이 점차 그럴듯한 인간으로 되어가는 거 같다. 어떤 일이나 감정을 관념으로 아는 것과 체험으로 아는 것은 엄청나게 다르니까.
각설하고, 본격적인 자랑질이나 하자.
네꼬님은 요런 딸과 아들, 셋은 기본이라는 거 아시나요?^^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은 딸들의 편지는,두고 두고 꺼내 봐도 입가에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엄마는 어찌나 인간이 덜 되었는지, 아이들 앞에서도 부부싸움 하고~ 심지어 화가 치밀면
"내가 죽어야지~ 정말 지긋지긋해, 내가 집을 나가버려야지~"라는 말도 서슴없이 뱉었다.ㅜㅜ
그래도 우리 딸들은 엄마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심지어 "엄마가 내 엄마라는 게 자기 인생의 첫번째 행운"이라고도 썼다. 오~ 이런 부끄러운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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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자라면 일찍 철이 드는 거 같다. 작년 어버이날엔 과외해서 받은 돈으로 엄마 아빠 보약을 해줬는데, 엊그제 남편 생일에는 멘토링해서 번 돈으로 10만냥을 보냈다. 인증샷~^^
철 든 우리딸, 이 정도면 자랑해도 되지 않을까? ^^ http://blog.aladin.co.kr/714960143/2837293
아들녀석은 딸들처럼 속내를 편지에 담아 내밀지는 않지만, 과묵한 모습만으로도 엄마를 든든하게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마의 낯을 세워줘야 했을 때, 그 역할을 확실하게 해줬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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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초등학교 때 개선해야 될 심각한 문제가 있어 선생님과 마찰이 있었다. 그 일로 막내의 담임샘은 '선생님이 아닌 같은 학교의 학부모 입장에서 어머니 말씀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마의 활동이 아이한테 안 좋을수도 있다'며 한 발 물러서기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께 미움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해도 물러설 수 없었다. 문제의 발단이 되었을 때, 문제제기 방식이 좀 지나쳤다고 반성한 나는 무릎꿇는 심정으로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생님은 1년 내내 회의석상이나 사석에서 나를 즐겨 씹었다. 하지만 '당신은 고것 밖에 안되는 인간이구나' 생각했기에 두 번 다시 입맞추고 언쟁하거나 맞대응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 해의 끝자락에 문제의 원인이었던 교문을 넓히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순 오기로 뭉친 내 가슴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나는 이렇게 덜 된 인간이었다.
다음해 5분 연설로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어 금메달 당선으로 학교운영위에 참여하게 되었고, 아이들한테는 엄마의 낯이 부끄럽지 않게 공부를 잘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해에 막내는 학년에서 1등을 했고, 아들은 중학교 반배치고사에 일등 했으며 큰딸은 문과 수석을 먹었다. 이후 그처럼 찬란한 성적표를 다시 보진 못했으니 딱 한번씩이지만... 머리는 되게 낳아 줬다는 엄마의 자뻑이 먹히고, 앞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거라 조심스레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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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거론한 그 선생님은 당시 교직경험 30년이 넘는 베테랑이셨지만, 미혼이라 그랬는지 엄마들이 갖는 일반적인 마인드를 갖지 못했다. 그 이후도 그분의 행보는 여전했고... 지난 5.18 민주화 항쟁 30년 기념 오페라 '무등둥둥'을 같이 관람했는데, 여전히 소녀같고 철없는 마인드는 바뀌지 않았더라. 애를 낳아보지 않은 비혼여성의 한계가 아닐까...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겠다는 절박한 모성애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한계... 혹자는 그네공주에게도 그런 걸 느낀다고 하지만... 어쨋든 죽을동 살동 하늘이 새까매지는 산고와 아이를 키우며 경험하는 감정의 파도를 겪지 않은 사람의 한계는 분명 있다. 그때 맞대응하지 않고 끝냈기에 6~7년이 지나고 다시 만나도 웃을 수 있지 않는가... 나, 이렇게 원수를 만들지 않는 인간관계라고 자랑질이다.ㅋㅋ
위에 그림처럼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장미꽃에 색깔이 물들듯이, 때론 섞이고 싶지 않은 관계도 너그럽고 쿨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감정의 파도를 겪으며 점차 멋스러운 인간으로 완성된다고 순오기는 믿는다. ^^
아~ 중요한 거 하나 빠졌다. 돈 잘 버는 재주는 없어도 듬직한 울 남편. 애증을 넘어 연민으로 살아 왔고, 앞으로 남은 인생도 의리로 같이 가게 될... 느티나무 같은 남편 그늘을 가졌다는 것도 자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