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 전날 심야에 말도 없이 내려온 큰딸이 물었다.
"엄마, 학교 끝나고 몇 시에 올 수 있어?"
"왜? 어버이날이라고 이벤트 준비했어?"
"응~ 늦어도 여섯 시까지는 꼭 와야 해."
"알았어, 끝나고 책 한 권 읽고 오면 더 늦지만 오늘은 그냥 올게."  

그 날은 무척 더웠다. 돌아와서 부랴부랴 반팔로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러 모두 나섰다. 그런데 우리가 가려던 식당과 반대쪽으로 가면서 무조건 따라 오란다. 큰딸의 뒤를 졸졸 따라 가는데 누구 딸인지 참 예쁘다. 젊음이 좋은 것인지 살랑거리는 치마자락도 예쁘고, 우린 현대의 호빗족이라고 말하지만 엄마보다 키크고 늘씬하면 됐지 싶어 몰래 디카에 담았다. ^^ 

  

어디를 가느냐 물어도 식당을 가기 전 갈데가 있단다. 우린 묵묵히 따라갔더니 불쑥 한의원으로 들어선다. 두 달 전 고3 과외를 시작했는데 그 돈으로 엄마 아빠 한약을 해주려고 맘 먹었다니, 나이테가 쉰개나 된 나보다 나은 딸이다. 난 그런 딸이나 며느리 노릇을 못했기에 감동보다 염치없고 부끄러움이 앞섰다. 제 동생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엄마가 가던 한의원을 알아내서 미리 상담을 다 해 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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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출금 상환과 시아버님의 대장암 발병으로 최고의 스트레스를 받은 남편은, 순간 고혈당으로 쇼크가 와서 119에 실려갈 상황이 연출됐었다. 엄마 아빠가 이제는 성인병과 동무할 나이테라 제딴에도 신경이 쓰였나 보다. 한의사님은
 "딸 잘 키웠어요, 졸업해서 돈도 벌기 전에 부모 한약 해주는 자식은 처음 봅니다"
말씀하면서 대견해 하셨다. 내 맘이 딱 그 맘이란 말이지~^^ 첫딸로 낳아 20년 키웠더니 이런 호강도 하게 되누나.

 

어제 저녁무렵 작은 녀석 둘이 한의원에 가서 찾아 온 우리 부부의 약이다. 아침 저녁으로 큰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먹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서 우리딸 말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 앞으로 삼남매의 효도를 받아야지.^^  

"사랑하는 큰딸, 고맙다~~~~"   

딸들을 위한 책 담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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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05-1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앞으로 5년만 더 키우면 한약을 받을 수 있을까요? ^^
참 좋으셨을것 같습니다.

순오기 2009-05-12 11:01   좋아요 0 | URL
예예~ 5년만 더 키우시면~~~~ ㅋㅋ
염치없고 부끄러우면서도 좋더군요~~~~ ^^

야클 2009-05-1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참 좋으시겠습니다. 착하게 잘 키우셨네요. ^^

L.SHIN 2009-05-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견스러우시겠습니다. 보약 먹고 늘 힘내세요 ^^

다락방 2009-05-1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나중에 엄마가 되면 지금 우리엄마가 나한테 해주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닮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따님이 부모님을 감동시킬때도 따님 맘속에는 부모님께 받은 사랑이 훨씬 더 크다는 깨달음이 들어있었을 거에요. 모든 자식들이 그러하듯이 말이죠. 대견스런 자식으로 키워냈다는 건, 좋은 부모가 있었다는 뜻이죠, 순오기님.

순오기님께서 좋은 부모로 자식들곁에 있어주셨던 거에요.
:)


조선인 2009-05-1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엄마가 이런 딸을 가질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 반듯한 엄마의 반듯한 딸! 무조건 추천입니다.

후애(厚愛) 2009-05-1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찡한 감동이었어요.^^
보약 열심히 드시고 힘 내세요~!

세실 2009-05-1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얼굴도 마음도 예쁜 따님 참 훌륭합니다.
엄마의 사랑을 듬뿍 먹고 자란 흔적이 보입니다. 부러워요~~~

하늘바람 2009-05-1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정말 아름다운 따님이네요. 엄마 닮아서 그런 거겠죠. 아 참 가슴 찡합니다. 그리고 같은 딸이면서 속만썩이는 저 많이 반성한네요

마노아 2009-05-1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가족이에요. 이렇게 예쁜 딸을 둔 순오기님의 복이기도 하구요.
동네방네 자랑을 해도 부족함이 없어요.^^

꿈꾸는섬 2009-05-12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닮아 마음씀씀이가 예쁜 딸이군요.ㅎㅎ
우리 현수도 이렇게 예쁜 딸로 자랐으면 좋겠어요.ㅎㅎ
무지 무지 부러워요.ㅎㅎ
보약 드시고 건강하세요.^^

울보 2009-05-1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농사 잘 지으셨네요
부럽고 전 부끄럽습니다
저도 누군가의 딸인데,,저보다 나은 딸이네요,,

웽스북스 2009-05-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요 예뻐
저도 서른 먹도록 부모님 보약한번 안해드렸는데,
아, 부끄러워져요.

이매지 2009-05-1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급부끄러워지네요.
정말 감동적이예요!

순오기 2009-05-1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딸자랑 페이퍼에 줄줄이 댓글 달아주신 님들께 감사해요.^^
우리 모두 좋은 딸노릇 잘 하자고요!

행복희망꿈 2009-05-13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마음이 따뜻하고 이쁜 딸이네요.
저도 딸만 둘인데~ 한약 받을수 있을까요?
그러러면 아이들에 엄마가 더 베풀어야겠지요?
가족의 힘이란 이럴 때 제대로 발휘되네요.
집안일로 많이 지치신 남편분과 순오기님~ 이 한약 드시고 힘내세요.
따님의 정성에 얻혀서 응원 보냅니다. 아자아자~~~

소나무집 2009-05-1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스무살에 저런 생각을 하다니..
남의 딸이지만 너무 기특하고 대견한지고.
동시에 딸로서 며느리로서 어버이날 그닥 내놓을 만한 일을 하지 못해 제가 부끄럽네요.

가시장미 2009-05-1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이고.. 그러게요.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세요. :)
근데 큰 따님이 벌서 20살이세요?
순오기님께서 너무 젊은 감각을 소유하신지라.. 몰랐어요.
약 잘 챙겨드셔서 더 건강해지시길 바랄께요!!

BRINY 2009-05-1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딸이 좋지요. 그래도 전 스무살때 그런 생각까진 못했는데 부끄럽기도 해요.

순오기 2009-05-1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면 스무살에도 철이 들고 속이 드나 봅니다.
님들 모두 좋은 딸이리라 믿어요, 저도 여전히 부끄러운 딸이예요~~

프레이야 2009-05-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고 대견하고 참 예쁘군요.
잘 키우셨어요. 다 순오기님 보고 배운 거라 생각해요.^^

순오기 2009-05-16 10:30   좋아요 0 | URL
혜경님이 예쁘게 봐주는거죠. 고마워요~ ^^

미루 2009-05-1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부럽고도 부끄러운 생각이 앞서네요...
딸에게 용기를 주는 27가지 이야기 검색하다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순오기 2009-07-09 02:26   좋아요 0 | URL
누구실까요? 모르는 분일지라도 댓글을 남겨주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