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시비돌이 > 불안, 초조 ...

 


사실 책 홍보하는거 솔직히 너무 싫습니다. 이런 글 한번 올리고 나면 책이 어느
정도 팔리고, 그게 수입으로 연결된다면 몰라도 그렇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이런 글 한번 올리고 나면 상당한 비아냥을 하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무슨
앵벌이 취급까지 하곤 하죠. 

그런데 솔직히 이거 지식 노동자로서 대단히 정직한 행위 아닌가요? 온갖 타
이틀을 따내는데 주력하거나, 인맥 만들기에 주력하거나, 아니면 눈먼 프로젝
트 머니를 따내는데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요?  정당하게 자기
꿈을 이야기하고,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을만한 상품을 내놓고, '열심히 했
구요. 하나쯤 사둘만 한 것 같아요.'라고 얘기하는 것은 거대 기획사를 끼지 않고, 
자신의 CD를 술자리를 돌면서 파는 것만큼 소박한 건 아닌가요?

그리고 아무리 이렇게 얘기해도 안 살 사람은 안살거구요. 살 가능성이 있는데, 혹시
몰라서 못사거나 사려다가 망설이는 사람에게 이 책의 존재를 알리는 정도의 효과를
바라는건데, 그걸 가지고도 지겹게 야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글을 읽으면
참 기분 안좋고, 서글퍼지죠. 

10군데서 칭찬받는 것보다 한군데서 정당하지 못한(때로는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비판
을 받는 것을 더 아파하는 내 성격 탓에 더 그럴건데요. 독기를 가지고 살았을때는 '그래,
한번 해봐'라고 언제나 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말하는 방식을 바꾼 이후로는 더
견뎌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수도 있고,
위기감과 초조함의 반영일 수도 있겠죠. 요즘은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책이 나온 초기
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금새 시장에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내내 섭외는 될까, 인터뷰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등등 너무 예민해 있
다 보니 출판사 대표는 내게 '참 피곤하고, 특이한 성격'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어쨌든 열심히 했다고는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저한테는 자꾸 결점이 보이네요. 
아직까지 여기 저기 보인 결과 반응은 좋았지만, 인터뷰이와 독자들의 반응을 아직
보지 못한 이상 안심할 수도 없고, 읽은 사람의 반응이 좋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어느
정도 팔릴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겠죠.

제 스스로 가장 만족했던 책은 '7인 7색'이었는데, 그 책을 언론에서 철저하게 외면했고,
교보문고 이외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던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을 겁니다. 아무튼 그 책에
이어 내 스스로 어디다 내놔도 당분간은 크게 부끄럽지 않을 책이 이번 책인데, 두번 연속
흥행(?)에 실패한다면 다음 영화를 내내 찍을 수 없는 감독처럼 될거라는 불안감도 큽니다.

해볼거 다해보고, 내 스스로도 만족감이 컸는데,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생각만 해도 끔
찍하네요. 그런데 사실 요즘 책 값이 비싸서 가격도 만만치 않은 편이고, 영화 관련 서적
이 생각보다 안 팔리기 때문에 죽도 밥도 안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장준환 등의 감독을 좋아하시고, 이 책을 사볼 생각이
있으신 분이라면 좀 서둘러서 구입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며칠 전 김지운 감독님에게 책을 전하러 가서 기념 사인을 부탁드렸는데, 그 분은 이렇게
써주셨습니다.

" 항상
  우리나라 유일의, 또한 
  최고의 인터뷰어라고 생각하는
  분과 한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전 이 말을 제가 대단하다기 보다는 인터뷰 환경의 척박함의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잘하는게 아니라 다만 하는 사람이 없는거죠. 이번 작업을 하면서 참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제 부족함을 더 많이 느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 아직 유아기 내지
는 청소년기라는거,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님 같은 경우 인터뷰를 거의 하시지 않습니다. 찾아본 분들은 아시겠
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스스로 쓰는 촬영기로 거의 대체를 하시죠. 어쨌든 그런
분께 일정하게 신뢰를 드린 인터뷰를 하게 된 점은 스스로를 대견해할만한 부분이
긴 한 것 같습니다. 나머지 분들의 인터뷰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분량의
인터뷰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 책이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면 일본이나 프랑스어로 번역
을 해서 한국 영화를 알릴 수 있는 텍스트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책은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는) 외국어로 번역이 되는 한국의 첫번째 인터뷰집이
될 가능성도 있구요.  

제 작업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제가 앞으로 계속 한국의 기록을 더 많이 남길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기 싫으시면 도서관에 신청을 해주셔도 되고,
사실 거면 인터넷 서점이나 교보 등에서 되도록 빨리 사주시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러면 계속 계속 노력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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