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인가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 나와 짱구엄마는 아르바이트 삼아
선거참관인을 했었다.
부재자 투표하고 법정 선거일하고 이틀을 했었는데,
아르바이트 치고는 몸도 편하고(하루종일 다른 사람들 투표하는 거만 지켜보면 되는 업무니까)
일하는 거에 비하면 일당도 짭짤하고,당시만 해도 의석하나 없던 민노당 참관인으로 참석을 하니
당원은 아니었지만 심정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정당이니 맘도 편했다.
(한나라당 참관인 이었다면 일당을 받아도 영 찝찝했을 터이므로 ....^^)

부재자 투표는 군부대가 밀집된 지역에서 이루어졌는데,
목발을 짚거나,휠체어를 타고 온 군인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침상에 누워 링겔을 꽂은 채 나타난 이들도 있었다.
투표 참여에 대한 그들의 참여의식에 감동 먹고 있는데,
영관급 장교인 듯 하는 사람이 우리하고 여담을 나누면서
불과 10여년전 부재자 투표를 할 때는 군인들은 무조건 여당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일을 이야기 하면서, "세상 참 맑아졌습니다"라며 한 마디했다.

90년대는 나의 둔한 기억 속에서조차 비교적 명료하게 남아있는 시대인데,
우리는 이 짧은 시간동안 수 많은 독재의 잔영과 비민주적 요소를 떨쳐내고
그래도 부담감 없이 투표 참관인 노릇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산다.
강준만 교수의 <한국현대사산책1990년대>가 역사책처럼 느껴지지 않고,
시사평론집이나 신문사들이 몇년치 기사를 묶어내는 축쇄판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리라....

외관상으로 80년대 보다는 민주화 되었고, 소연방의 붕괴로 사회주의를 정신적 버팀목으로 삼았던
이들이 혼돈을 겪고(이때부터 본격적인 전향 또는 변절도 봇물 터지듯 발생하고),
땅값은 겁나게 오르고,신용카드는 그때 당시에도 과소비와 가정 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찍혔음을     
마치 책장 속에 꽂아두고 잊어먹고 있던 오래된 스크랩북을 꺼내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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