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회사 동호회 행사의 일원으로 마라톤에 참가했다.
내가 선정한 종목은 10킬로미터..
아침에 주섬주섬 챙겨갖고 나가려는데 마눌님께서 황사도 심하다는데 굳이
뛰러 가야겠냐고도 하고, 다른 때는 신청해 놓고도 잘도 안가더만 오늘은 왜 그렇게
가려고 아우성이냐고도 하고..
다른 대회야 기념품 보고 신청한 건데 기념품만 맘에 들면 된다는 거도 있었고..
이번 대회는 동호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참가비를 지원해 주는대신 불참하면 참가비를
토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기에 한푼이라도 가정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강너머 상암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하늘은 잿빛으로 우중충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황사나 미세먼지 쯤이야
라고 생각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9시가 되어 하프 코스가 먼저 출발했고, 5분 정도 뒤에 내가 참가하는 10킬로미터에
출발 신호가 울렸다.
거의 매일 짧게는 5킬로미터 시간 여유가 되면 8~10킬로미터 정도는 트레드밀에서
뛰거나 걷기에 완주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으나, 문제는 기록..
작년에 잠실에서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대회에서는 58분대 였는데, 과연 이번에는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지.. 황사나 미세먼지는 잘 인식이 안되었으나, 10킬로미터를
달리는 내내 든 생각은 내 앞으로도 내 뒤로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고,
앞서 있는 이들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내야하는데 그러다 오버페이스해서
중도에 지쳐버리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과연 어느 만큼을 달리는게 최적화된
달리기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갖고 달렸다.
작녀에는 며칠전부터 준비하여 허리벨트에 핸펀 넘고,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듣기도 했고
헤어밴드로 머리에서 나는 땀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치도 했는데, 올해는 허리밴드는
당최 찾을 수가 없고, 이어폰도 못챙겼고 헤어밴드와 땀닦기용 손목 밴드는 차에
놓고 내려버리는 등... 부실한 준비로 오로지 달리는 내내 아무런 위안장치 없이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해야 했다..
56분정도에 들어왔고, 작년보다 좀더 나아진 기록에 나름 만족..
회와 매운탕으로 이른 점심을 하고, 사우나 하고 스페인어 수업 듣고 나름 보람차게
하루를 보낸 후 귀가..
오늘 동호회 카톡방으로 약 100여장의 사진이 올라온 걸 보았다.
시종일관 나는 달리는 행위에만 집중했으나, 울 동호회 멤버들은 10킬로미터를 신청한
사람도 있지만, 5킬로미터 또는 4.5킬로미터 건강 걷기를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다들 즐거운 모습으로 걷거나 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만약 어제 내가 그렇게 걸었다면 아니면 5킬로미터만 뛰었다면 즐거웠을까?
안 즐겁지 않을 이유는 없었겠으나, 과연 만족했을란지..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한테 들은 중남미 친구들과 한국인들의 일솜씨와
일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최근 나의 생활에서 피폐해지고, 힘겹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만으로 스스로를 만족시키려고 발버둥을 치는데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충족되면 충족되는대로.. 발버둥은 치되 결코 좌절하거나
의기소침 하지는 않도록 또 노오력 해야될까 부다...
내년 10킬로 마라톤에서는 55분벽을 넘어봐야지...
올해 11월 델레시험 A2도 합격해야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