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매주 일요일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종이, 병, 플라스틱, 캔 등등을 분리수거하는 방식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이 되면 집안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물건들 중 버릴 것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가장 1순위는 이미 때지난 신문들, 그리고 그렇게 없애버린다고 했는데도
어디선가 나타나는 짱구와 도토리(요새는 도야지로 더 자주 불린다만)의 만화책..
얘들은 나나 와이프의 눈에 띌까 여기저기 숨겨놓고 나는 눈에 띄는대로
버릴라고 혈안이 되어있고..(내가 무슨 21세기 진시황도 아닌데 말야)
어느 토요일 저녁.. 다음날 일찍 나가야할 일이 있어 현관 입구에 종이 쓰레기 (물론
만화책 포함)를 쌓아놓고 새벽에 일어나서 쓰레기를 갖고나가려고 챙겨보니
만화책들만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숨겨진 만화책들은 몇 주동안 집안을 떠돌다 드디어 엊그제 일요일에 정리를
당하고 말았다..
하루에 한가지씩 버리는 이야기로 가득했던 선현경의 <날마다 한가지씩 버리기>는
저자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는 소소한 관음증적 재미도 주면서 때때로 물건을 버리면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추억과 작별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책의 말미는 작년 4.16.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절절하다. 그렇게 벌써 1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유족들은 거리를 헤매이고 있다.
진정 버려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정말 알 수 있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