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산에 오르는데 대하여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산을 가자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 나서고 가자는 사람이 없으면 안 가는 그런 방식으로 계속

지내왔다. 재작년 지금 다니는 스포츠센터에 있는 스쿼시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그 동호회 내에
등산반이 소모임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회장은 스쿼시는 그닥이나 산은 아주 잘타는 20대 후반 처자였고, 유머와 재력을 겸비한 50대초반 형님이 비서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총무 역할을 하고 계셨다.

동호회 가입 후 친분이 좀 쌓이니 등산반에도 동참하라는 권유가 왔었고,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

배낭을 둘러매고 따라나선 산이 예봉산이었다. 처음에 산행을 시작하면서는 룰루랄라하면서

소풍나온 기분으로 시작을 했는데, 예봉산 중턱을 지나니 이게 장난이 아니기 시작했다.

산도 가파른데다가 (물론 내 기준에서)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 비스무리한 길이 진땀을 나게 하는 거다. 속으로 이 좋은 토요일날 여기와서 이 무슨 개고생인가 싶어 후회의 마음이 잔뜩 들었는데.... 다행히 고난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등산 시작한지 2시간 남짓 되어 정상에 도착했다.

등산반 멤버 중에는 산을 정말 다람쥐처럼 잘 타는 사람, 나같은 등산 초보보다도 더 저질 체력인 사람,산에 대한 정보보다는 산주변 맛집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 등등 멤버도 몇 명 안되면서 다양한 구색은 두루 갖추었다.

아무튼 예봉산 정상을 정복한 후 운길산 방향으로 내려왔는데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것인지

험난하거나 오르막이 없이 편안하게 내려왔다.

그 다음에 기다리고 행사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특별한 일없으면 무조건 등산반에 무조건

따라붙게 되었다. 운길산역 인근에 가니 장어를 파는 곳이 많았는데, 그 중에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식당으로 갔고 한참을 기다리니 자리가 났는데 맥주 상자 같은 거를 의자 삼아서

자리를 잡는 식당이었다. 드넓은 식당안에는 장어 굽는 연기가 자욱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자리를 잡고 막걸리에 소주에 장어를 먹으니 그 분위기에 금새 동화되어 버렸다.

장어의 가격은 일반적인 식당에서 먹는 가격에 비하여 많이 저렴한 듯했고, 각종 야채나 기타 등등의 식재료는 셀프 방식으로 무제한 제공되었다.

그곳에서 맛있는 장어와 농담과 웃음이 그치지 않는 대화에 등산 그 자체 보다는 뒷풀이의 매력에 빠져 청계산으로 검단산으로 오대산 월정사로, 낙산사로 두달에 한번씩은 배낭을 둘러매고

떠났다. 언제나 산을 처음 오르기 시작하면 항상 내가 왜 이걸 따라왔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산행을 즐기는 게 이게 종종 듣는 산숨이 트이는 과정인 듯도하다.

진정한 매니아가 되려면 혼자서도 등산을 가야하는데 나는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고 그리고 여전히 등산보다는 등산 이후의 잿밥에만 눈이 어두워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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