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인 어제 아침 운동하고 와서 점심을 먹고나서는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아댔다..
대략 12.5킬로미터를 1시간 30분 정도에 뛰고 걸었더니 좀 많이 지친 모양이었다.
졸기 전에 찰스 왕세자의 부인이었던 <다이애나>(나오미 왓츠 주연)라는 영화를 비몽사몽 간에 보다가 잠들었다. (영화가 좀 지루한 듯도 했으나, 내 체력이 고갈된 게 더 큰탓이다)
그 영화 중에 다이애나가 파경의 위기에서 파키스탄 출신 심장 전문의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꽤 오랜 시간 할애된다.(실화인지는 좀 더 확인해 봐야할 듯)
그녀가 연인의 조언을 받아 재즈 cd를 구입하고 재즈바에 가고,
나중에는 <그레이 해부학>이라는 책을 구입하여 읽는 장면까지 나온다.
연인을 통하여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그녀의 눈은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가득하고,
답답하고 꽉 막힌 왕실의 규범을 벗어나 신세계에 접어드는 모습이
애잔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그레이 해부학>은 언듯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분량에 접근 불가라는
위세를 떨치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과거 <한겨레 신문>에서
재미나게 있었던 해랑 선생의 책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인문학 책들에 비하여
조금은 딱딱한 어투이고, 이 책을 통하여 내가 해부학의 지식이 고양되기는 어려울 듯
하지만, 좀더 본격적인 해부학에 도전하기 전에 거쳐갈만한하다.
아주 조금 맛을 보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다이애나도 그렇게 보였고, 좀더 거시적으로 지뢰 제거 등
인권과 복지를 위하여 그녀 나름의 최선을 다한 삶을 산 듯하다..
나중에 저승에서 그녀를 만날 기회가 된다면 <그레이 해부학>은 다 완독했는지
물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