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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 한국 단편 소설과 만남
오세영 지음 / 청년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오세영을 소똥을 그릴 줄 아는 작가로 평한 이는 한겨레만평으로 유명한
박재동 선생이다. <만화 내사랑>이라는 책에서 박재동은 다른 만화가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설명하면서 오세영에 대하여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오세영의 안회남의 소설 <투계> 중 술(아마 막걸리지 싶다)을 마시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그 묘사의 생생함으로 나의 기를 질리게 하였다.
<오세영-한국단편소설과 만남>은 주로 1920~40년대 사이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당시에 활동하던 작가들의 소설을 만화로 재현한 것이다.
개중에는 채만식 <맹순사>,이효석<메일꽃 필 무렵>,김유정<동백꽃>처럼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이 익숙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의 작가나 작품은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납월북작가로 그동안 우리 국문학사에서도 소외되고 있어도 없는 듯이 취급받았던
사람들인데 오세영은 이들의 작품을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재현해서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는 점에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오세영의 이 작품집이 갖는 특성은 문학을 만화를 통하여 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대부분의 문학작품이나 고전을 다룬 만화들이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원전을
요약해서 그 내용만을 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오세영의 이 작품집은 원전에 대한 충실도를
높이는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
문학을 만화로 변환하는 시도의 의미외에 내가 가장 이 만화를 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오세영만의
독특하고 탁월한 그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앞서 박재동이 오세영에 대하여 "소똥을 그릴 줄 아는 작가"라고 평한 것도 그러한 의미에서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오세영이 만화에서 흔히 다루는 공상과학이나 스포츠물을 그렸다면 어떠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영역에서도 나름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실력은 충분히 된다 생각하지만 상당한 역사의식과
저항정신을 내포하고 있는 그의 만화와는 어울리기 어려울 성 싶다.
일제 강점기의 피폐하고 퍽퍽한 삶을 사는 민초들 (특히 농촌 지역의 농민들)의 외모와 당시의 시대상에
충실한 비주얼은 그의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호소력과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다.
830여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아직도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빈틈이 메워지지 않는 영역에 대하여 오세영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전이 있기를 바라며,내 주변의 책을 좋아하는 이들 모두에게 아낌없는 추천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다만 아쉬운 점 한두가지를 짚자면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줄거리 설명과 작품의 의의에 대한 해설이 있는데 이 부분은 오히려 독자의 흥미와 호기심을 반감시키는 역할만 하는 것 같다.
아울러 작품 선택에 있어서 <쇠찌르레기>는 북한의 선전물을 보는 듯하여 불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점을 첨언한다. (물론 이것은 북한 작가나 작품을 배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