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퍼온글] 고맙다는 인사...

* 심윤경 작가님이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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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참 그렇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인데, 알라딘 마을을 모르고 지낼 수는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저는 알라딘 리뷰 중독자로 지냈고, 얼마 전부터는 아예 마태우스님과 몇몇 마을분들의 서재를 즐겨찾기 해놓았습니다. 타스타님하고는 옛날부터 아주 친한 사이죠. 알라딘 마을은 천리안 주부동호회와 함께 제가 가장 마음 두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처음엔 마태우스님과 타스타님의 서재만 들락거렸지만 이제는 발걸음의 폭이 꽤 넓어지다보니 알라딘에서 머무는 시간도 만만찮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의 사인회에 와주신 알라디너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저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굉장히 기뻤습니다. 대화명으로만 보던 분들이 실물이 되어 눈앞에 움직이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아마 그분들은 저를 구경하고, 저는 실물 알라디너들을 구경하는 평등한 자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십여 편 가까운 독후감을 착착 쟁여두었고, 매일매일 잡문을 써서 누군가하고 킬킬거리며 노닥거리는 걸 낙으로 아는 저로서는 알라딘 마을이 첫눈에 고향같았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한달에 지출하는 책값만 해도 헉소리 납니다... 내 리뷰... 내 페이퍼... 올리기만 하면 단돈 얼마라도 보탬이 되지 않겠습니까... 텅 비어 초록색 바탕화면만 썰렁한 저의 알라딘 서재는 언제나 딜레마입니다.


제가 등단한 것이 2002년, 그 전에만 알라딘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한평생 소설 수요자로 살다가 소설 공급자로 한번 입장을 전환하고 나니까 소설이니 뭐니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직설적으로 다 공개하기가 쉽지 않더란 말입니다. 이전에 써놓았던 오십편의 독후감들 중에 절반 가량은 이걸 소설이라고 썼냐 이인간은 이래서 제일 싫다 어쩌구 나발나발 해놓은 것들인데, 이제는 옛날에 제가 욕했던 그 ‘인간’들이 고스란히 문학계 대 선배들로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는 처지가 되었으니 이런 망극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알라딘 마을에서 저는 언제나 마음은 시민권자인데 몸은 불법체류자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 책은 이래서 좋다 그런 이야기만 쓰는건 아무래도 살아있는 리뷰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고, 외국 소설만 리뷰하자니 제가 외국 소설은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고... 그렇다고 리뷰는 텅 비어놓고 페이퍼만 쓰자니 청승맞고... 하여 저의 서재는 늘 시퍼런 황무지로 남아있게 된 것입니다...


문이당 사장님께서 작가 사인회라는 기절초풍할 이벤트를 기획하셨을 때, 처음에는 절대로 못한다고 버티다가 죽지 못해 끌려나갔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으로만 친숙했던 알라디너 여러분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으니 잘된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마태우스님께 귓속말로 도움을 청했고 많은 분들께서 온정의 손길을 뻗치사 사인회는 무사히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교보와 영풍문고 양쪽에서 최근들어 이렇게 사람 많은 사인회는 처음 보았노라고, 인적 네트워크의 힘이 대단하신 것 같다는 덕담을 푸짐하게 들었습니다.


정신 없는 와중이나마 안면을 텄으니 (오랜만에 뵌 마태우스님도 정말 반가웠습니다. 근데 저한테는 아무래도 민이오빠라는 호칭이 더 익숙해요 ^^) 다음번엔 번개 참석도 한번 노려봐야겠습니다.


저를 위해 귀한 토요일 오후를 희사해주신 많은 분들께, 그리고 오시진 않았더라도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의 서재는 여전히 황무지일 확률이 높지만, 이집저집 놀러다니다가 한두마디 덧글 남겨도 괜찮겠죠? 제 닉네임은 ‘꾸요’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초면부터 도무지 갚기 어려운 큰 빚을 졌으니 앞으로 내내 무얼로 갚을지 고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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