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감기로 골골대고 있다.
겉보기에는 튼튼체질인데도 감기 한번 걸리면 온 동네 감기는 혼자 다 앓는 것처럼
심하게 걸린다. 오늘도 나는 출근을 하고 유치원에 갔다온 두 녀석을 맞아 집사람은
간단히 간식을 채려주고 힘들어서 누워있었단다.
그런데 여전히 철이 없는 4살짜리 둘째는 지 엄마한테 와서 왜 안놀아주냐는 둥, 엄마 일어나라는 둥
한참 동안을 괴롭히다 갔다고 한다.
그런데 나름대로 철이 들었다는 느낌을 종종 주는 큰놈은 지 엄마한테 와서 자기가 약을 사오겠다고
하더란다. 가끔 두녀석이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서 타게 하고 집사람은 창문으로
아이들을 예의주시하는 정도에서만 밖에 내보냈기 때문에 집사람은 큰놈한테 괜찮다고 했단다.
그런데 계속 지 엄마를 졸라대고,집사람도 견디기 힘들었는지 증상을 적은 메모와 대략적인
금액을 큰놈 손에 쥐어주고,차 조심하고,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고, 약국에서 약만 사서 바로 집으로 오라고 하고는 약국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기다리기를 15분.. 이때 집사람은 괜히 보냈다는
후회가 들었고,은근히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뒤가 무른 편이어서 유치원에서도 주로 때리기보다는 맞고 다니는 녀석인지라 ...  
15분쯤 뒤에 상기된 얼굴의 큰놈이 집으로 약을 사가지고 왔다고 한다.
자기 나름대로는 엄마를 위해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에 더하여 약국 아줌마가 심부름 잘하는 착한 아이라고 사탕을 준 것이 그 상기된 표정의 원인인 거 같다고 한다.
항상 보호해야할 어린애로 생각한 녀석이 이제 조금씩 어른스러움을 갖추어 가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그런 경험을 몇 번 더하고 나면 큰놈도 지 스스로의 길을 찾아 떠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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