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롬멜>을 읽기 시작했다.
롬멜은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장군이다.
2차 대전 당시 북아프리카에서 영국군과 독일군 간의 전투에서 과감한 기습작전과
용병술로 초기 우세한 전세를 이끌다가 보급의 한계로 인하여 결국 패퇴하였고,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그 지역 사령관을 하면서 방어전을 전개하였으며,
나중에는 히틀러 암살음모에 연루되어 가족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살을 하였다는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롬멜의 이력이다.
우리에게는 그가 나치인지 아닌지가 큰 관심사가 안되지만,독일에서는 롬멜을 나치로
보아야 할 것인지,전쟁영웅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쟁이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 같다.
독일의 논쟁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지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친일파 진상규명이라는
부분과 연결해서 드는 의문들이 있다.
1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배한 후 등장한  바이마르 공화국은 그 당시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가졌다고 헌법시간에 배웠었다.
그러나 바이마르 공화국은 결국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가진 탓에 나치의 발호를 막지 못했고,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다수를 점하던 독일사회민주당은 무능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정권을
강탈당했다. 하지만 나치가 집권하면서 베르사이유 조약으로 인하여 군비에 제한을 받던
독일 군부와 배상금 문제와 경제공황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상당수의 독일 국민들은
나치의 집권을 열광적으로 환영하였으며, 롬멜도 그러한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는 이후 군인으로서 승승장구하였고, 히틀러도 나름대로 그를 총애하였던 것 같다.
자 그럼 시각을 한반도로 돌려 일제한테 나라를 빼앗겼던 조선의 보통의 인민들이 먹고살기 위하여
일제의 관료가 된 상황을 생각해 보면,별반 차이가 없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3.1운동과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일제의 지배가 항구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조선(내지 한국)을 자신의 조국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본을 자신의 조국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지 않았을까? 아울러 일반 민중들보다는 관료체계에 접근하기가 용이하였던 지식인층에서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어 일제 강점 초기에는 독립운동가로 이름을 날리던 이들도 맛이 가기
시작한 것은 아닐런지.. 물론 일제 시대 우리 민족의 위치는 나치가 지배하던 독일에서 유대인보다
조금 나은 정도밖에 안 되었던 거 같지만....
만약 우리가 다시 일본이나 외국에게 주권을 빼앗긴다면 과연 나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독립운동에
가담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안주하면서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하여 지배국의 관료나 협조자가
될 것인가? 인간 실존의 한계를 뛰어넘었던 존경스러운 분들이 계시기에 당위적으로는 전자의 손을
드는 것이 정의관념에 부합하겠지만, 나약하고 심지가 굳지 못한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롬멜은 초기에는 비리비리하던 바이마르 공화국에 실망하여 강력한 추진력을 과시했던 나치에게
호감을 가졌지만,지내보니 자신의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아 결국은 나치의 수괴인 히틀러를 제거하려고
시도하기 이른 것은 아닌지.. 아직 그 부분까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불행한 현대사를 가진 우리 역사에서도 롬멜이라는 인물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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