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일이다..

입사해서  몇 년이 지나 과장 계급장도 달았고,

지금처럼 운동보다는 음주가무와 흡연을 즐기는 방탕(?)한 생활을 하던 시절에..

막역한 술친구 직원들과 1차를 거하게 걸치고,

2차를 가자며 종종 가던 단골 술집으로 향하는데...

왕복 6차선 도로를 술기운에 무단횡단들을 하는거다..

나도 질세라 질풍노도와 같이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을 뒤로 한채

무단횡단이라는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를 감행하였고,

무사히 반대편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찰나 술김에도 죽기는 싫었는지

너무 열심히 달려서 인도 턱에 발이 걸려 "부~~~웅"하고 공중 부양을
한후 자유 낙하를 해버렸다.

하체부터 먼저 떨어졌으면 덜 망신스러운 텐데..

얼굴부터 떨어져 오른편을 보도블럭에 말그래도 갈았다.
맨정신이었으면 나도, 같이 자리한 동료들도 병원으로 달려갈
상황이었으나, 1차를 지나치게 거하게 했는지 아무도 병원으로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고, 2차 술집에 가서 신나게 더 퍼마시고 귀가를 했다.

담날..

욱신거리는 얼굴과 숙취로 인하여 쓰린 속을 비비적 거리며 일어나
"회사 가야지"하는데 울 마눌님이 소리를 버럭 지른다..
"얼굴을 그 모양으로 해 갖고 가긴 어딜가?"
거울을 보니 갈린 얼굴에서는 피고름이 맺혀 있고,
앞으로 이런 얼굴로 살아가야할 생각에 비명이 절로 나왔다.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얼굴 갈린 거에 대한 진료 과목이
정확치 않아 동네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퇴짜를 맞고
종합병원으로 달려가 응급치료를 하고
온 얼굴에 덕지덕지 반창고(나중에 알고보니 상처 치유에 영험한 효험이 있는 메디팜인가
뭔가였다능)를 붙였다.

그리고는 출근...
당시 나의 사무실 위치는 임원실 바로 옆...
사장님을 비롯한 임원들의 눈에 띄면 칠칠치 못한 넘으로 찍힐 우려가 있어
엘리베이터에 내려 놀라는 비서에서 가도 좋냐는 사인을 보낸 후
후다다닥 우리 부서로 달려갔다.
다들 놀라는 동료들에게 길가다 넘어졌다고
둘러대었는데, 그날이 거래처 직원들을 인솔하여 연수를 가야하는 날..

다른 파트의 선배가 가기로 하고 처연히 앉아
버스 떠나는 걸 온갖 자책과 회한의 맘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당시 팀장님이 옆에 오셔서 하는 말씀..
"ㅇ 과장, 남자들이 가끔 철없는 짓을 하긴하지"하고 가벼운 미소를 띄우며
한 말씀하고 가신다..그 말씀을 듣고, 이러한 상황이면 아무리
좋은 성격의 부서장도 질책과 비난,꾸중을 할 터이고 나도 단단히
욕먹을 각오를 하고 갔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죄송스럽고 반면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화가 엄청나는데 그걸 억지로 누르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닌
그냥 일상을 대하듯 덤덤하게 한마디 하시는 그 포스...

이제 초짜 팀장이 되었는데 나는 저럴수 있을까?

과연 부하 직원이 나와 같이 어이없는 행동을 할 경우
질책을 하는게 맞는건지 위의 팀장님처럼 득도한 도인과
같은 풍모를 보이는 게 맞는건지??
아직 인품의 수준으로 후자가 어렵긴한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