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학생이던 시절에는 상당히 친하게 지냈는데 서로 사회생활하고 먹고 사는데
바쁘다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현재 고등학교 친구들은 거의 연락되는 놈들이 없고(그 이하는 아버지 직장 따라
두루두루 다녀서 더 말할 나위도 없고),대학 친구와 선/후배도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10여명 정도 밖에 안된다.
대부분의 일상을 가족과  직장 동료들,스포츠센타 동호회원들과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거의 이름도 까먹을 정도로 교류가 없던 이들한테 연락이 오곤 한다.
처름에는 참 오래간만에 목소리를 듣는다는 반가움이 있지만,이런 이들은 대체로
결혼식이 조만간 있거나,보험가입을 권유하거나 가장 곤혹스러운 보증이나 금전대여 관계로
전화하는 경우가 내 경험상 열의 일곱,여덟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상대방이 약간 지리한 서론을 마치고 나서 본론으로 진입하면 반가움은 곤혹스러움으로
변하게 된다.

보통 결혼식은 조금 얄미운 정도에 그치지만,이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한번은 모은행에 근무하는 1년 선배가 자신이 결혼한다고 전화를 하면서 꼬-옥 오라고 결혼 한달전
쯤에 전화를 했다. 당연히 알았다고 했고,달력에 잘 체크도 해 놓았다.
그런데 결혼식 이주일전,일주일전에도,그리고 결혼식 3일전에도 전화를 해서 꼬-옥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주 많이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서른 넘어 늦장가 가는게 좋은가 보다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원래 같이 만나기로 했던 다른 선배가 약속을 펑크내는 통에 결혼식 시간보다
1시간이나 먼저 도착했다. 신랑인 그 선배도 그 무렵 도착해서 하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후배중에 와있는 사람도 없고, 다른 팀 결혼식 하는데 뻘쯈하게 있기도 그래서 그 선배한테 축하한다는
인사를 하고,축의금 내고,몇마디 결혼식에서 흔히 하는 농담을 하고 바로 철수했다.
그리고는 며칠이 지난 후에 다른 일로 그 선배와 통화하는데 대뜸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야,너 내 결혼식 왔냐??" .... 거의 제일 먼저 인사한 사람이라면 자기 결혼식 왔다는 사실 정도는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리 후배지만 자기 결혼식 왔는지 여부를 전화상으로 확인한다는
것도 기분이 상쾌하지는 않았다. 뭐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보편화된 정서이기는 하지만 이 양반은
나를 후배 ㅇㅇㅇ 으로 기억하기 보다는 자기 결혼식에 다만 얼마의 축의금을 낼 대상으로 밖에
안 본거 같아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후로 그 선배한테는 일체 연락을 하지 않았고,(지나놓고 보니 그 선배가 자기 아쉬울 때만 전화했고,
내가 그 선배에게 전화한 적은 없었다.이거 본전은 찾아먹었어야 하는데 ^ ^ )
그 선배도 더 이상 나한테는 아쉬울 것이 없는지 그 후로 연락이 없다.

다른 사례도 많지만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어서 그만할란다.
여하간 간만에 전화하는 지인들이 이제는 반갑지 않고 솔직히 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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