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이래저래 주말에 손님맞이를 하느라고 서울에 가지 못하고 계속 제주에 머물렀다.
연말을 앞두고 회사에서 기획해서 시행하는 행사도 많아서 제주를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제주에서의 생활이 처음이 아니기에 지인들도 제법 있고, 지금 같이 지내는 직원들,
직원이었다가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다니면서도 연락을 하는 지인들, 스쿼시 동호회 멤버들,
업무상 알게된 거래처들 대략 손꼽아 보니 100여명 이상 되는 듯하다.
업무와 운동 등의 시간을 보낼 때는 잘 못느끼다가 혼자 밥을 지어서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밥을 먹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불현듯 외롭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부리는 짱구와 도토리의 밉디 미운 모습도 그리워지고,
음주,건강,교육 등등 갖은 주제로 볶아대는 마눌님의 잔소리조차 듣고 싶어 지기도 한다.
마눌님이 얘들을 데리고 한 두어달 외국 나가 잠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할 때에는 
초기에 적응이 안 되었는데, 제주에서는 처음 한두달은 적응이 되다가 지금부터 조금씩
외로움의 강도가 강해지는 거 같다...
외로움인지 허전함인지 모르는 감정을 추스리기 위하여 클래식 음악 씨디와 새로 나온 
아이유의 음반을 사서 열심히 듣고, 책도 이전보다 더 세게 질러대면서 독서에 몰입해 보지만,
이러한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란지는 의문이다.
저녁식사를 지인들과 하면서 시끌벅적함을 통하여 저녁 식사 시간에 찾아오는 외로움을 
피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저녁을 같이 함은 술을 마셔야하고, 이로 인한 체력 저하와
생활의 망가짐에 두려움을 느껴 결국은 혼자 식사하는 횟수를 늘려 버렸다..
앞으로 얼마나 제주에서 혼자 지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러한 외로움의 덫을 
잘 벗어나야 마음의 평안과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지낼 수 있지 않을런지...

서울에 있을 때는 오매불망 오고싶던 제주였는데, 제주에 오니 나에게 주어진 풍성한 
저녁 시간 만큼이나 외로움이라는 복병이 버티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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