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한 국회의원이 한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최저생계비로 생활해보는 체험에 참여해서 6,400원으로
황제같은 생활을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어렸을 적 집안이 곤란을 겪으면서 몇날 며칠을
짜장면과 라면으로만 때웠던 적이 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 별식으로 짜장면이나 라면을
(사실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먹지만, 그 당시에는 짜장면이나 라면만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긋지긋 했었다.
<넘버3>에서 송강호의 졸개들(불사파 조직원들)이 짜장면에 물리고 물려
남은 돈 탈탈 털어 포장마차에서 소주한잔하는 장면에 깊은 공감을 느끼는 체험이
나에게도 남아있다.  
이들이 한석규(극중 이름은 서태주지 아마도)로부터 담배 한대 얻으려다 "어린 놈들이 어쩌구  
저쩌구"라며 거절하자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려치고, 포장마차를 다 때려부신 후에 불을 지르는
행위까지 이어지는데 이 장면부터는 짜장면에 물린 거라고 보긴 좀 그렇고..
얘기가 많이 옆길로 샜다만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여건이 극도의 고통을 안겨준다면
그러한 고통을 겪는 이들은 체제에 마지못해 순응하다가도 일순간 폭력 등의 방법으로
전복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4천원 인생들은 그저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꾸려갈 뿐이다.
식당 아줌마로, 공장의 공원으로, 마트의 판매원으로...
사회적 지명도와 소정의 안정성을 갖는(이는 노동조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론 노동자인  
저자들은 위장취업을 통해 이른바 4천원 인생들의 실체를 염탐한다.
실제 겪어보는 식당 아줌마(물론 아줌마만 있겠는가마는)의 생활은 고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끔은 식당에서 불친절한 아줌마와 시비도 붙고, 음식이 늦게 나오면 항의도 하는데
앞으로 당분간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아침에 출근해서 화장실, 매장 청소, 음식 준비 등을 부리나케 하고 나면 점심 시간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손님들과 그야말로 전쟁을 치른다.하기야 돈내고 밥먹는 나같은 사람조차도
점심 한 끼 먹는게 전쟁같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으니, 돈을 벌어야 하는 식당 아줌마들은
오죽 할 것인가?? 가끔은 점심 시간이 지난 2~3시 무렵에 식당에 가는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통상 아줌마들의 분위기가 "귀찮다"로 느껴져서 의아했는데(손님 없을 시간에 와서 식사를 하니 가외 수입이 생겨 좋아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손님이 없어야 할 시간에 진짜로 
없어야 이들에게도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여유가 생기므로 나 같은 사람들은 영 성가신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식당 아줌마들에게는 저임금과 가혹한 노동 조건만이 문제가 아니다.
손님들의 성희롱, 사장과 사장 주변 인물들에 의한 번잡한 요구, 비인격적 대우,가사노동에
대한 부담 등등... 하나하나의 문제가 결코 손쉽게 해결하거나 풀릴 수 있지 않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마찬가지..
더군다나 더욱 큰 문제는 현재는 대략 100여만원의 수입밖에 없지만, 열심히 일하면 승진도
하고 급여도 올라가는 구조가 이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언제인가 부터 신용카드 가입신청서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 놓았는데,
그만큼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의 증가 속도가 빠르고, 그 영역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거다.
향후 짱구와 도토리가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할 때가 되면 정규직 일자리는 서울대
들어가는 것 만큼 극소수가 되어 버리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인물과 사상이라는 월간지에 조준현 교수가 쓴 글을 읽었다  
구미 선진국 자본가들의 영리한 점이 노동자들에게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었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노동자들을 한없이 착취할 수 있지만, 결국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만든 상품들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결국 대부분의 경우 이들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아동 노동조차도 서슴없이 해대던 초기 자본주의 체계에서 점진적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 건강권을 보장해 가면서 공존을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구미 선진국 자본가들에 비하여 한국의 재벌이나 중소 자본가들은
그렇게 영리해 보이지 않는다. 시급 4천원 짜리 인생들이 국민대다수가
되면 몇 억하는 아파트나 몇 천만원 하는 자동차는 커녕, 
불과 몇 십만원하는 스마트폰 조차도 사줄 계층이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4천원 인생>에서 제기하는 문제의 솔루션은 이들에게 시급 4천원을
주는 이들이 계속 번영을 누리고 싶은지, 아니면 몰락의 길을 걷고 싶은지에
달려있다..


(디 엔드....이제 또 일하러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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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9-0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비 컨티뉴 일하러 간다


라는 표현이 뭐라고 말하기 힘든데 영화에서 말하는 페이소스(?) 이거 맞나?

아무튼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네요~

주인장께서도 가장으로서 직장에서 맡은 위치에서 고생하실걸 막연하게나마

짐작해보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저의 미래도 그렇겠죠? ^^

항상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응원합니다 ^^

짱구아빠 2010-09-0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꾸랑님> "투비컨티뉴 일하러간다"는요...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근무 시간 중에 인터넷 쇼핑몰 기타 등등 업무랑 무관한 사이트에는 아예 원천적으로 접속을 차단해여..회사에서 알라딘에 들어올 수 있는 시간대도 오전 9시이전, 점심시간, 오후 6시 이후 정도죠. 그리고 오후 6시 이후에 남아서 일하는 건 야근해야 한다는 얘기고, 그건 시급을 다투는 급한 일인 경우가 많구요.. 글타보니 알라딘 페이퍼 작성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못하여 조금조금 쓰는 거여요..쓰다가 말면 글을 읽는 분들이
"이게 뭬야?"라고 황당해 하실 듯하여 "투비 컨티뉴"라고 코멘트달고 빠지는 겁니다....^^;;; <4천원 인생>을 후딱 마무리 해야 하는디. 님도 항상 건강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