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드라마 중에 <퍼시픽>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 드라마인데,
주 무대는 태평양 전쟁을 치룬 이름도 생소한 조그마한 섬들이다.
"과달카날"부터 "케이프 글로스터"까지...
현충일이 지나버렸지만 이른바 호국의 달이라는 6월 분위기에
맞는 드라마지 싶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공동으로 제작했고,
참전 군인들은 영웅으로 추앙하며 한껏 애국주의를 부추기는
부분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은 있지만,
전장이라는 현장에서 병사들이 버텨내야 하는 고통의 리얼리티는
대충 쏴도 일부러 가서 총알에 맞아주는 듯한 황당함과는 거리가 있다.
출간되고 시간이 좀 지나서 서재의 어디에 있는지 소재도 불명인
책...<펜더의 전쟁견문록>의 저자인 이성주의 <영화로 보는 20세기>는
위에서 언급한 영화 <퍼시픽>과 함께 보아가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영화를 소개한 책을 읽으면서 느낀 답답함...
영화를 보지 않으면 영화 해설을 읽어도 도통 이게 무슨 소리인지
맥락도 파악이 안되고, 저자들은 감동먹은 내용에 대해 열변을
토해가며 서술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오버질들을 해대는지 공감이
되지 않았던 그런 답답함...
이 책은 다행히 내가 다 본 영화들을 다루어서 그러한
답답함이 없어서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저자가 설명해 주는 무기에 대한 부분은
그닥 관심을 갖는 분야가 아니어서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으나,
영국와 독일간의 항공전을 다룬 <멤피스벨>,
베트남 전쟁을 다룬 저주받은 걸작 <지옥의 묵시록>...
특히 <지옥의 묵시록>은 너댓번을 보아도 영화 시작 시에 마틴 쉰이
술 마시고 난동을 부려대는 장면 등등 도통 이해가 안 가는 장면들에 대한
이해도가 아쉬운 대로 증진되었다는 점...
태평양 전쟁의 시발점이 된 <진주만>...
세계 전쟁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독소전, 특히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독일영화 <스탈린그라드>..
천안함 사건 이후로 감히 전쟁을 운운하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오락거리로 즐기는 이 전쟁영화들 (일부는 애국주의를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지만)만 보아도 온 세상을 지옥의 불구덩이로
만들고 수많은 이들에게 슬픔과 증오, 광기,굶주림을 선사하는 전쟁은
무슨 수를 쓰든 막아야 함은 상식을 넘어 당위이다..
60년전에 이러한 참혹을 바로 이땅에서 겪었지 않은가??


<펜더의 전쟁 견문록>은 외계인의 입장에 서서 본 미국과 이라크 전쟁을
묘사한 책이다. 당시에는 재미있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현재
뭘 읽었는지는 머릿 속에 남아있지 않다..오늘 집에 가서 다시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