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손가락을 꼽아가며 기다리던(이건 좀 과장이긴 하다만
유독 이번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던 듯하다)
<조선왕조실록-경종,영조 실록>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예약 판매시에 구매를 신청하여 함께 구매한 책들이
띄엄띄엄 오는 통에 가뜩이나 수많은 택배에 시달리는 우리 회사
경비실 직원들을 더 번잡하게 만들어 가며 받은 책이다.

경종은 연민을 자아내는 왕이다(모든 것을 가진 왕이지만
결코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이지 싶다)
그를 축출하는데 명운을 건 노론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하여
장장 19년의 세자 시절동안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는데도
조심조심 해야했다.
결국 그 지난한 세월을 이겨내고 왕이 되었으나,
그에게 왕으로서 주어진 시간은 불과 4년...
왕 하나 빼고는 노론 천지였던 정국을 소론 중심으로
재편해 가는 과정에서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영정조 시대를 연 영조도
경종 독살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등극하고, 경종을 추종하던 소론 준론과 남인들은
경종 사후에 "게장"을 입에 대지 않고, 영조를 "나리"라고
호칭하는 등 그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영조는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한다.
더군다나 그의 어머니가 무수리 출신이라는 신분상의
약점까지 존재했으니...
조선을 병들게한 당파간의 상쟁을 타파하기 위하여
탕평을 부르짖었으나, 결국 부지불식 간에 세상은 노론의
것으로 바뀌어 갔고, 그의 즉위 기간동안에는 카리스마와
현란한 정치 공학적 대처로 신하들이 그를 넘보지 않게
하는데 성공했으나, 이미 시대적 한계에 다다른 조선의
시스템은 불과 몇 십년을 버티지 못하고 안동 김씨를
비롯한 몇몇 가문에 의하여 국사가 좌우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결국 왕조의 멸망을 초래하게 된다.

사람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늙고 병들어 가듯
조선이라는 국가 체제도 이제 쇠퇴의 기미가 완연해진다...
이제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도 결말에 이르른다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정조를 마치고 나면 순-헌-철종의 시대에 이야기 거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고, 고종-순종은 이제 본격적으로 조선의 침몰을 맞닥뜨릴 왕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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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4-04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영진 의 평양프로젝트 를 작년에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짱구아빠님도 프로젝트와 관련된 페이퍼가 검색되길래 반가운 마음에

몇 글자 적어 봅니다 ㅎ

짱구아빠 2010-04-0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꾸랑님> 오영진의 <평양 프로젝트>를 읽은지 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듯합니다.
북한 사람에 대하여 적(!)이라는 개념을 부지불식 간에 갖고 있는데요, 그러한 생각을 많이 이 이 책을 통하여 많이 바꾸게 되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교시를 떠받드는 듯하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이들도 많고, 요소요소에 파고드는 자본주의의 물결을 막기 위해 혹은 맛보기 위해 숨바꼭질을 하는 데서 멀게만 느끼던 북한 사람들에 대한 거리감도 많이 줄어들더군요...
오영진 님의 다른 만화도 괜찮아요...기회가 되시면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