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계사 사계절 1318 교양문고 5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이 등장하는 영화 <쇼생크탈출>에는 주인공인
팀 로빈스가 간수들이 없는 틈을 타서 마이크에다 대고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이라는 노래를 틀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 이 노래는 서로 계급관계가 다른 두 여자가 가부장적 남성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해 함정을 꾸미는 장면에서 등장하는데요,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는 이 노래를 틀어준 후 팀 로빈스가
탈옥을 음모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쇼생크탈출을 보면서 범상하게 보았던 장면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 책이 서울대 주경철 교수의 <문화로 읽는 세계사>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빠 역사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건가요?"
라는 프랑스의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 제기된 의문을
공유하는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역사는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의미있는 삶을 살려는데  도움을 주며,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곧 기억의 문제로 귀결되고,
기억은 내 정체성의 핵심 요소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일을 열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기억할만한 요소들을 가려 내어 그것들을 어느 정도 가공하고,
다시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의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대하면 역사를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여 그리스,스파르타,알렉산드로스,
로마,바이킹,중세,종교개혁,근세를 거쳐 우리도 더불어 함께하고 있는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익숙하고 친근한 사실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깊이있는 설명이 재미있는 일화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공부는 좋은 사고 연습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는가를
살펴보고 거기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것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고 한다.

세상이 오직 돈을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데 대하여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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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2-2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주경철씨가 쓴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라는 책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요. 짱구아빠님이 쓴 단평을 보니까 예전 책 읽은 기억이 나네요. 시간이 한참 지나서

테이레시아스의 눈물로 제목을 잘못 기억하고 있었지만 말이죠~

조선일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손바닥만한 칼럼 화요일에는 최재천, 토요일에는 주경

철 의 짤막한 글들은 사소하지만 읽는데 감칠맛이 있어요.

짱구아빠 2010-02-2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꾸랑님>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서재 서핑하다가 님의 서재에
읽을만한 얘기들이 많아 <즐겨찾는 서재>로 등록했습니다. 근데 오늘 제 서재에 댓글을 달아주시고, 제가 즐겨읽는 주경철 교수님의 다른 책(테이레시아스의 역사)도 읽으셨다니 더욱 반갑습니다. 사실 주교수님 책중 <대항해 시대>를 완독해야 하는데, 다른 책들보다는 좀 어렵다는 느낌도 있고 두께가 만만치 않아 저의 주된 독서 장소인 지하철에서 읽기에도 수송상 난점이 있어 서재 한켠에서 먼지만 쌓이는 안타까움이 있네요..저는 조선일보 끊은지가 대략 10여년이 되어서 주 교수님께서 조선일보에 기고한다는 건 몰랐네요.. 언제인가 주교수님 책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비판하는 글을 읽었는데, 비판의 주 요지 중에 하나가 시오노 나나미가 "극우"라는 점을 들었던 걸 기억하면 조금은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합니다.

다이조부 2010-02-22 20:54   좋아요 0 | URL
저의 별 볼일 없는 공간을 즐겨찾기 해주시고 고맙습니다.

원체 신통치 않은 협소하고 보잘곳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몇 분

이 즐겨찾기 해주셔서, 그 분들이 누굴까 궁금해 했는데, 다들 자신의 신분을

숨기셔서, 두 분 정도만 짐작만 할 수 있었는데, 짱구아빠님은 노출시켜

놓아서 방문해 봤습니다 ^^

일본만화인 <짱구를 못 말려>를 즐겨 봤던지라 닉네임이 친근감이 가네요~

짱구아빠님의 영화평도 읽어보고 이곳 저곳 기웃거려 봤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챕터는 <읽어볼만한 판례>였어요.

저희 집은, 어머니가 중학생부터 조선일보를 보셔서 어쩔수 없이 저에게는

신문선택권은 없어요 흑~ 대학에 입학하고 2달 동안 한겨레를 받아봤는데

기숙사로 들어간 사이에 다시 조선일보로 바뀐걸 보고 좌절했지요.

정말 신문은 습관적인 구석이 있어서, 보던것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조선일보가 악의적이고 나쁘다는 생각을 자주 하지만, 얄밉게도

신문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게 됩니다.

<대항해 시대>는 잘 쓰여진 책이라고 소문은 들었지만, 게을러서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에 좋은 책은 넘쳐 나고, 저는 게을러서

읽어야 할 책은 넘쳐나네요.


짱구아빠 2010-02-2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꾸랑님>짱구아빠라는 닉네임은 저희 큰넘(지금 벌써 초딩 6학년이 되었네요)이 소싯적에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와 비슷한 악동 짓을 하고 다녀서 붙여본 닉네임이구요.. 요새는 좀더 멋진 닉네임으로 바꾸어볼까 생각중입니다. 근데 워낙 오랜 시간 사용한 닉네임이라 쉽게 바꿀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때 안티 조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지금은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네요.. 그만큼 벽은 높고 두텁다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항상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여유있고 차분하게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면 언제가는 큰 변화를 추동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