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책을 읽어내는 인내심이 많이 약해졌다.
원래부터 끈기하고는 거리가 먼 천성적인 이유도 있지만,
조금 읽어보고 흥미가 동하지 않으면 바로 다른 책으로
바꿔드는 것이 요즘 나의 행태다.
그러다보니 주중에는 가방에 너댓권이
주말에는 대여섯권을 쓸데없이 들고다니게 된다.
주말에 집정리를 하던 짱구엄마가 안 쓰는 가방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발견하고는 잘 좀 정리하라고 핀잔을 주었다.
금요일 밤에 그다지 썩 기분좋지 않게 술자리를
가진 다음이라 혼자 툴툴거리며, 서너권의 책들을 뒤적거리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별다른 생각없이
미미여사의 <이유>를 펼쳐들었다.
그리고는 토,일요일 이틀 내내
이 책을 들고다니며
600여 페이지가 넘는 꽤 많은 양을
정신없이 소화해 내고야 말았다.
일가족 4명의 살인사건을 통하여
일본의 부동산 버블 문제, 우리 사회도 겪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의
삶에 대한 문제, 미혼모,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 등등등
삶을 즐긴다기 보다는 견딘다는 말이 어울리는
군상들을 미미여사는 생동감있게 그려낸다.
내가 읽은 미미여사의 책은 기껏해야 <모방범>과 <드림버스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유>를 통하여 그녀가 진정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임을 기쁜 마음으로 끄덕이게 된다.
정말 오래간만에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모방범>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에게는 <이유>를 추천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