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책을 읽어내는 인내심이 많이 약해졌다.
원래부터 끈기하고는 거리가 먼 천성적인 이유도 있지만,
조금 읽어보고 흥미가 동하지 않으면 바로 다른 책으로
바꿔드는 것이 요즘 나의 행태다.
그러다보니 주중에는 가방에 너댓권이
주말에는 대여섯권을 쓸데없이 들고다니게 된다.

주말에 집정리를 하던 짱구엄마가 안 쓰는 가방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발견하고는 잘 좀 정리하라고 핀잔을 주었다.
금요일 밤에 그다지 썩 기분좋지 않게 술자리를
가진 다음이라 혼자 툴툴거리며, 서너권의 책들을 뒤적거리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별다른 생각없이
미미여사의 <이유>를 펼쳐들었다.

그리고는 토,일요일 이틀 내내
이 책을 들고다니며
600여 페이지가 넘는 꽤 많은 양을
정신없이 소화해 내고야 말았다.
일가족 4명의 살인사건을 통하여
일본의 부동산 버블 문제, 우리 사회도 겪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의
삶에 대한 문제, 미혼모,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 등등등
삶을 즐긴다기 보다는 견딘다는 말이 어울리는 
군상들을 미미여사는 생동감있게 그려낸다.
내가 읽은 미미여사의 책은 기껏해야 <모방범>과 <드림버스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유>를 통하여 그녀가 진정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임을 기쁜 마음으로 끄덕이게 된다.
정말 오래간만에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모방범>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에게는 <이유>를 추천해야 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8-04-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불허전이겠죠??
그럼 이쯤에서 전 역시 짱구아빠! 를 외치고 주문장이나 날려야 겠습니다.ㅋㅋ

해적오리 2008-04-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진짜 오랫만이여요.
이렇게 새로운 뻬빠 올리신거요...
(그동안 오간 빔일 댓글과 책은 일단 제외~^^;)

저두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는 습성이 있는데...요즘은 전공과 어디라도 관련있는 책들을 주로 읽고 있단 생각이 드네요. 추리소설 읽어본지 어언...헉...얼만지 기억도 안나요. 일단 보관리스트에 꼬불쳐 놔둬야겠어요. 전 짱구아빠님의 책고르시는 안목을 믿잖아요. ^^

짱구아빠 2008-04-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썰렁한 제 서재에 항상 관심을 가져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시간이 좀 지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제 전공인 법학(이 책에서는 경매와 관련된
강제집행과 관련됨)과 부동산(명도 집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인 "버티기꾼")이야기가 주된 줄기를 이루어서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아무리 보완을 해도 제도상의 헛점을 잡아내고 이를 통하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부동산 투기꾼 정도되겠죠?)과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욕망의 실현을 꿈꾸다 파멸하는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을 생생하게 풀어내었습니다.강추 합니다.

해적의탄생님> 2008년이 벌써 4월까지 와 버렸네요.. 내일은 서재에 뭔가 글을 남겨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불량 서재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출퇴근하면서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고,독서가 제 생활의 윤활유 임은 분명하네요... 어제 저녁부터는 금태섭 변호사님의 <디케의 눈>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도 훌륭합니다. 요새는 너무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서 지름신의 강림을 막느라 애 좀 먹고 있슴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