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로 검색하니 예상과는 달리 제법 여러권의 책이 나온다.

(한권도 안 나올거라 예상 ^^;;;)

알라딘 서재를 비우고 다닌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직장의 사옥 전체가 이전하는 나름 굵직한 일이 있었다.

1995년 입사해서 거의 25년 정도를 근무했던 (나야 중간에 제주에서 지낸게 한 2년반

되기는 하지만) 서초동을 떠나서 을지로 4가에 새둥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거주지 기준으로 서초동은 10킬로미터, 을지로4가는 16킬로미터 정도되는데

그 6킬로미터의 차이가 제법 된다.

일단 출퇴근의 기본인 지하철 노선이 3호선에서 5호선으로 변경되었고,

2개로 분리되었던 사옥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아침마다 엘베 전쟁을 겪고

(조기 출근하는 나는 덜 영향을 받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튀어나오는 점심 시간의 혼잡은
불가피하다), 점심때 새로운 맛집을 발굴해 내는 쏠쏠한 재미가 생겼고, 말로만 들었던 힙하다는 만선호프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노브레인의 길거리 공연을 바로 지척에서 보는 호사도 누렸다.

 

동료들과 만나면 근황을 묻는 패턴도 셋팅되었다.

출퇴근 시간은 어떠한지, 더 멀어졌다고 하면 시차출근제를 하는지,

몇 층에서 근무하는지 (내가 근무하는 층조차 생소하니 다른 층을 가면 아예

다른 회사를 온 느낌..) 등등

 

서울에서 태어나서 거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지냈건만

을지로로 오고나서 보니 서울의 뒷골목 풍경은 아직도 70~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 많다.

도심 재개발이 을지로 3가까지는 어느 정도 되었지만

이곳 을지로 4가까지는 미치지 않았는지 곧 무너질 듯한 건물들도

제법 보이고, 돌아다니는 거리마다 조명가게, 철공소, 인쇄소 등

중소형 업종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광장시장이야 익히 들었지만,

(한번도 와본적은 없음), 그 주변에 다른 시장들도 많음을 알았다.

신진시장, 중부시장, 방산시장 등..

서울 한복판에 재래시장이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음을..

그 안에는 일반적인 식당들에서 느끼지 못하는 또다른 재미와 낯섬이 있다.

 

서울촌놈이란 단어가 있는데,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 지리나 상황에 둔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지금 내가 딱 서울 촌놈이 된듯하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그 중심이 어찌 굴러가는지도 몰랐고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많은 것을 새로이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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