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도서대여 서비스(물리적 공간의 도서관이 있는 건 아니어서)를 이용해서

빌린 두번째 책이 <한국이 싫어서>였다.

장강명 작가는 팟캐스트에서 요조랑 같이 진행하는 독서 프로그램이 있는데

지난 여름 휴가 기간동안 지루한 운전을 너무나 재미있게 해주어서

내 뇌리에 남아 있었는데, 반납 도서 코너에 있길래 냉큼 빌려와서 주말 이틀동안

다 읽었다.

 

계나라는 평범한 직장 여성(20대후반~30대 초반 정도 될걸로 추정)의 호주 영주권/시민권

도전기 또는 한국 탈출기라고 해야할까?

 

언제부터인가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여기저기서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만큼 내 조국인 한국에서의 삶이 고달프다는 표시이리라.

몇 군데 가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만큼 각종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나라도

드물고(다 아는 사실이지만 인터넷 잘되고, 모바일로 어지간한 건 다되고..),

치안도 안전하고(스페인만 가도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얘기를 하루에 20번 이상은

들었던 듯.. 시드니나 오슬로 밤거리는 별로 무섭지 않았으나, 미국이나 중남미 지역에서는

심지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사람들도 비교적 얌전하고...

 

긍정적인 측면만 보면 우리나라도 좋은 게 많은 거 같은데,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여러가지 아르바이트와 곤욕을 치르며 좋은 아이엘츠 점수를 얻어내고 거의

본인이 목적한 바에 다다른다.

그렇다고 그녀가 행복해질까?

 

모든 면이 행복해 지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모든 면이 불행해 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탈출을 꿈꾸었고, 결국 그 탈출에 비교적 성공했다.

나를 비롯하여 그녀의 친구들, 가족들, 애인(관계 설정이 좀 애매하긴 하나)은

불만은 있으나, 계나처럼 탈출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10여년 전 한창 다양한 꿈을 꾸던 시절에는 나도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1~2년

살다 오는 것을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진행했으나, 결국 실행에 옮기는데

이르지는 못했다. (대신 제주로 발령받아 이전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해볼 기회를

갖기는 했다)

 

이렇게 탈출을 꿈꾸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우리 모두의 삶은 언제부터인가

힘들어 진것일까?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를 읽으며 다수의 한국인들이

기본적인 복지를 누리며 사는 것이 얼마나 먼 길이고 힘든 일인지를

재차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안산, 인천,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노동자, 애슐리/빠리 바게트/이디야에서

일하는 초단기 알바생들..

그들이 받는 급여는 월 200만원을 넘지 못하고, 상당 기간 그렇게 되기 힘들것이다.

그런데, 지역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파트 1채를 갖고 있는 사람은 경우에 따라

불과 1~2년 사이에 몇 억을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이렇게 얘기하면 그런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발품을 얼마나 팔고 연구와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자랑반

충고반 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나) 거저 벌 수 있기도 하다.

 

근로소득은 아주 조금 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에 자산 소득은 몇배씩 급등을

하는 현상이 빈번하니, 죽자사자 일해봐야 재산은 느는게 없고,

다 같이 그렇게 살면 그런갑다하고 살건데, 비슷했던 사람이 순식간에 몇억내지

몇 십억의 자산가가 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움과 억울함이 병존하는

감정을 갖게 만든게 한국을 탈출하고 싶도록 하는 원동력이 아닐지..

 

이러한 상황을 보정해 나갈 수 있을까?

무지무지 어렵거나 불가능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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