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운좋게도 마이클 무어의 신작 <화씨 11/9> 시사회 관람에 당첨되어
롯데월드 시네마에서 짱구엄마랑 보았다.
개봉은 다음주 11.22.(목)에 한다고 한다.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꼭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영화의 시작은 미국 대선 투표 전날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고,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 공화당의 분위기는 침울해서 누가 봐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 미시간을 기점으로 트럼프가 앞서더니 결국 우리가 이미 알다시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선거기간 중에 마이클 무어가 트럼프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는 멘트가 나오는데,
그가 막강한 예지력이 있다기보다 이 조차도 농반진반으로 한 말인데 결국 실현되어
버렸다. 무어의 자화자찬이 나름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이 영화는 이 궁금함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주목한 원인 중에 하나로 미시간주에 있는 플린트라는 도시의
사례를 들고 있다.
트럼프와 비슷한 성향의 주지사가 당선되고 그는 자신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하여
미국에서도 가장 맑다는 휴런호수에서 플린트에 공급되는 수도를 오염된 다른 강으로
바꾸게 되고, 그 결과 플린트시에 사는 많은 이들이 납중독에 걸리게 된다.
그 근처에 있는 제네럴 모터스에도 오염된 물이 공급되어 엔진 등 자동차 부품에
녹이 스는 현상이 발생하자 거기에만 맑은 물을 공급하고 주민들은 나몰라라 해버린다.
주민들은 격하게 반발하고, 시위 등을 통해 개선을 시도하고, 결국 오바마 대통령까지
플린트시를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오바마의 방문에 반전이 있다. 요란법석하게 방문에서 특유의 친화력있는
연설로 주민의 호감을 사는가 싶더니, 물을 한잔 마시는 쇼를 하면서 살짝 입술에만
대고 내려놓는다. 그 모습을 본 주민들은 실망감 가득한 모습이고..
결국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쇼만 하고
가버린 것이다. 그것을 알게된 플린트시민들은 대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거나
트럼프를 찍어버리고..
(오바마에게 가장 많은 정치헌금을 한게 골드만 삭스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지방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이긴 지역조차 전당대회에서는 경선 결과가
엉뚱하게 힐러리 우세로 나오기도 하고..
트럼프의 험한 발언들은 그동안 마음속에는 있지만 감히 표출하지 못했던
인종차별적 언행들이 일상다반사로 나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백인종이 아닌 나는 원래도 미국을 가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더욱 가기 싫어졌다)
화면에는 중국인, 흑인들에게 막말과 폭행을 일삼는 장면이 나온다.
가장 그럴듯하다고 느낀 장면은 히틀러의 연설 장면에 트럼프의 목소리를
덮쒸운 장면이다. 이게 실제 상황처럼 느껴진다는데서 소오름..
트럼프는 틈틈이 장기 집권의 욕망을 드러낸다.
한때 우리도 귀가 아프게 들었던 "국민이 원한다면"을 반복하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교원노조의 어리버리함을 교사들의 가열찬 투쟁으로 이겨내고,
총기가 난무하는 세상을 바꾸자고 어린 학생들이 들고일어나고..
나 나름대로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의문들이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 역사학자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1970년에
흑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므로
아직도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에는 진보정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보수정당들은 원래 그렇다치고, 나름 진보적이고,
서민을 위한다는 정당이 기득권과 결탁하거나 버벅거리는 순간, 서민들은 갈 곳을 잃고
극렬한 주장을 하는 전제주의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역사가
있었으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영화다.
다음 주에 정식개봉하면 한번 더 보고 dvd도 사서 소장하려 한다.
넷플릭스에는 마이클무어의 영화가 하나도 없던데 넣어달라고 떼를 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