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장례로 예상치 않은 휴가를 얻게 되었다.

발인, 삼우제를 지내면서 비교적 장거리 운전하고 다닐 일이 많아

유투브 인기채널 중에 하나인 "체인지 그라운드"의 강연을 몇 편

듣게 되었다.

그중에 빡독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의 책읽기(독서) 방식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알라딘 서재 블로그 간판에도 써 놓았듯이 나의 독서습관은 나 스스로가 봐도

많이 어수선할 정도로 잡식적인 경향을 띈다.

어제부터는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를 읽으면서 책에 등장하는

술들 (맥주, 위스키, 칵테일 등등)을 탐닉하려는 시도를 하겠지만,

사실 책에 등장하는 허다한 하루키의 작품들에 도전할까봐 스스로가 겁난다.

(나는 하루키의 소설은 <상실의 시대>만 읽었고, <1Q84>는 사 두었는데,

짱구가 일본으로 갖고 가버렸고, 나머지의 하루키의 책들은 모두 음악, 달리기,

대담, 여행을 다룬 에세이다. 그리고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지름신이 강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런데 이 책은 술만 유혹하는게 아니라 책도 옆구리를 쿡쿡

쑤시면서 지르도록 권한다는 느낌이다)

지금 책상에는 <말이 칼이 될때> (이 책은 약간 법서에 가까운 편이다),

<한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 <정형외과 운동법>,

<비밀독서단>,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올해의 판결> 등등의 책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이 중에는 거의 다 읽어가는 책도 있는 반면에 초입이나 중간 정도만 읽다가 만 책들도

제법 된다.

마치 미로를 헤매는 쥐가 여기저기 조금씩 쏠아대는 것처럼 책을 읽은 것이다.

 

생계를 위하여 하는 수험, 공부는 독서로 여기지 않는데, 그렇다보니 수험, 공부 외에

하는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헛갈린다.

마음의 안정, 지적 허영심의 만족, 아니면 그냥 습관??

책을 읽는게 시간도 잘 가고 책 읽을 시간이 아까워 지하철 타러 걸어가면서도

책을 보고, 지하철에서는 당연히 책만 보는데, 그래서 내가 얻는 것이 정녕

무엇인가에 대하여 갑작스런 회의가 든다.

 

새로이 직원을 채용할 때 면접위원으로 종종 참여하는데,

그 경우에도 독서를 많이 했나 안했나를 보는 경우보다는 무슨 자격증이 있으며,

어떠한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프로젝트는 무엇을 해보았는지,

신입이라면 전공 지식은 얼마나 갖고 있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남달랐던 점은

무엇인지 묻지 독서와 관련해서는 거의 물어볼 일도 없고, 물어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른 회사도 다르지 않다면 독서가 나의 커리어 관리에도 도움을

주는 요소는 없는 듯..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서 책읽기를 하며, 적지 않은 돈을 책사기에 투입하고

있는 것인지...

빡독 강연에서는 책을 최소한 두번 읽으라는 얘기도 하던데, 그러고 보니

나는 대부분의 책을 한번 아니면 0.5번 0.3번만 읽었는데, 그런 경향이 쌓이고 보니

갑작스레 회의감이 든 것인가?

왜 읽는가와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다른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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