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문자를 보내왔다.

<에델과 어니스트>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굉장히 좋았다고..

기회가 되면 꼭 보시라고 강추한다고..

씨지브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부지런히 검색해 보니,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하루 2번 상영하길래 냅다 예매를 했다.

짱구엄마와 오래간만에 코엑스몰을 걷는데, 뭔가 많이 바뀌었음을 알았다.

별마당 도서관이라는 거대한 서가를 보유한 도서관 (서점이 맞는거 같긴한데)이 눈에 확

들어왔고, 저 높은 곳에 있는 책은 어떻게 꺼내서 보나라는 궁금함이 솟구쳤다.

(사다리로 올라가기에는 좀 무서울 거 같고, 어떻게 책을 거기다 올려놓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덩달아...)

이전에 종종 왔을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 별마당 도서관 덕분인지 제법 많은 인파의

흐름이 이어졌다. 메가박스에 도착하고 둘러보니 까페와 게임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어 주말에 오면 심심하지는 않을 듯하고, 영화 상영 기다리면서 책과 차한잔을 누릴

만했다.

상영 시간이 되어 영화관에 들어가니, 여태까지 가본 영화관 중 가장 작은

대략 30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나왔다.

 

영국에서 에델이라는 여인과 어니스트라는 남성이 서로를 만나 죽음에 까지 이르는

과정을 아들이 되새겨놓은 작품이었다.

어니스트는 아내 바보내지 애처가여서 아내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집안일은 열심히

찾아서 하는 성실한 남편이었고, 에델도 어니스트를 지극히 사랑하고,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부인이었다.

처음 집을 사서 집을 가꾸고, 그러다가 레이먼드라는 아들을 얻고 나름 영국의

서민으로 행복하게 살던 이들에게 2차 대전의 암운이 드리운다.

아들은 시골로 피난보내고, 어니스트는 소방대원으로 독일군의 폭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매일 밤 고생을 하고, 두 내외는 매일 이어지는 독일군의

폭격에 불안하고, 때로는 집이 파손되는 고초를 겪기도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들은 전쟁으로 누군가를 잃거나 본인들이 다치지 않는 행운을

누리며 종전을 맞는다.

그 이후에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축적으로 우유배달 수레를 차로 바꾸고,

마이카를 하나 뽑는 등 나름의 풍요를 누리며, 공부를 잘하는 아들 레이먼트를

자랑하는 재미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레이먼드의 미술로의 방향 전환으로 실망을 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다른 정치적 성향을

약올리기도 하면서 여전히 무던한 노년을 보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델의 치매/죽음과 이어지는 어니스트의 죽음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자신의 부모의 생애를 그리는 작가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데, 그 조차도 그의 부모의

노년 못지않게 늙은 모습이었다.

자신에게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부모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도..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가 태어나서 늙어 죽는 지극히 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러한 뻔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졸리지 않게) 잘 풀어내었다.

영화의 3분의2까지는 평상심으로 마음이 따듯해 지는 애니메이션을 잘 보았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델이 치매에 걸려 병상에 누워서는 아들 레이먼드와 남편 어니스트를 비롯한

사람들을 바라보며,자신은 행운아라고 얘기할 때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주어진 행복의

연속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잠시 어니스트가 자리를 비울 때 그녀는 아들에게

"좀전에 그 사람은 누구니?" 하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 이후 에델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차디찬 병원 한켠에 시신이 되어 누워있는

모습, 홀로된 어니스트가 침대에서 고양이와 함께 잠들고, 식사하는 모습이

이어지는데 눈물이 멎지를 않았고, 울음이 쏟아지려해 참는데 힘들었다.

 

치매로 가족들을 수년간 알아보지 못했고, 결국은 돌아가신 아버지..

언제인가부터는 못 알아보고, 말씀도 못하는데 익숙해져서 병상에 있는 모습을

보고도 담담했는데... 죽음을 맞이한 어니스트의 모습에서 아버지가 겹쳐져

보였던 듯하다..

 

이제 나의 나이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고 보니, 

에델과 어니스트와 비슷한 노년을 보낼텐데 결국 그들의 최후의 모습이 나의 최후의

모습이겠구나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온 후에도 슬픔인지 아쉬움인지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꽤나 고생을 하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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