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아토피가 있었고, 도토리는 비염으로 고생한지가 꽤 오래 되었다.

짱구는 어렸을 때부터 무척이나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으나, 우리 부부는 그런 전차로 극구

반대하였고, 짱구의 아우성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슴도치, 햄스터, 기니피그 등등의

다양한 동물을 대신 키우게햇다.

그런데 이런 류의 동물을 키우는 건 참 고역이었다.

고슴도치는 만지려하면 가시를 바짝 세워서 이게 애완동물인지 흉기인지 잘 구분이 안되었고,

햄스터는 수시로 집을 탈출하여 침대밑을 비롯한 집안 곳곳을 수색하게 만들었다.

일단 이런 류의 동물들은 사람 손을 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고, 얼마 못 키우고 이승과

하직하는 일이 생겨 상당 기간동안 "우리 집에 더 이상의 동물은 노"라고 선포하였다.

그런데.. 짱구가 중딩이 되면서 사춘기가 격하게 오고, 전문가 상담을 하니 자살 충동 지수도

높다고 하는 등 소정의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당시 (아마도 2013년으로 기억) 짱구는 극구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떼를 썼고,

동생인 도토리를 꼬드겨 그해 받았던 세뱃돈을 전부 털어 강아지를 한마리 구입하게 되었다.

ㅇㅇ 마트에서 말티즈와 요크셔 테리어를 놓고 고심하다가 좀더 얌전하다는 직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요크셔 테리어를 영입하게 되었다.

 

이름 짓기와 관련해서 나는 다른 거 해줄 건 없고, 삼시세끼 밥은 먹여 주겠다고 삼식이라고 명명을 내맘대로 했고 (얘들과 짱구엄마는 "아지"라는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작명을 해서 우리 집의 강아지는 한마리인데, 불리기는 "삼식이"와 "아지"로 각자 편한대로 부른다), 그렇게 동고동락한지 6년이 다되어 간다.

개키우는 아저씨들(아줌마나 아가씨들한테는 이런 얘기 못 들어봐서) 얘기들어 보면 퇴근 후 
집에 가면 가장 반겨주는 이가 강아지라고 했는데, 우리 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은 얘들이 아예 집에 없으니 더욱더)

어찌나 반가운 척을 하는지.. 우리집 강아지가 나를 무지 좋아한다고 자랑하면 그건 원래

3분 정도 하는 프로그램이고, 그 다음부터는 니 손에 먹을게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강아지의

행동이 달라질거라고 말해준 이들이 있는데, 정말로 그런거 같다.

헐리우드 액션이든 무엇이든 집에 갔을 때 격정적으로 반겨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나름 조그마한 행복이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짱구는 그 강아지를 진짜 동생처럼 집에 오면 꼭 안고 다니고, 잘때도 옆에 데리고 잤었다.더럽다고 머라고 해도 학교갔다오면 그 녀석하고 뽀뽀도 하고..

아마 지금 가 있는곳이 외국이 아니었다면 데리고 갔었을 거다..

짱구의 불안정한 사춘기 시절에 마음을 두고, 정을 붙일 수 있는 존재였던 듯하다.

지금도 가끔 카톡으로 연락이 오면 삼식이 안부부터 묻는다..

 

개가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사람한테 먼저 다가올 줄 안다는 것과 마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듯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얘들이 없는 집에서 나와 짱구엄마의 대화 중 상당 부분은 그 강아지에 대한 대화가 차지한다.

"삼식이 밥 주었나?" " 똥강아지 또 똥쌌스".. 마치 집에서 얘를 키우는 거처럼..

 

그 강아지는 이제 6살(나이 먹을만큼 먹었으니 개라고 해야하나?)..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라는데, 가끔 나이먹고 병든 개들의 노년과 유기되는 개들의 뉴스가

나오면 마음이 많이 안 좋게 된다.

처음에는 격렬하게 반대했는데, 이제는 그 녀석이 없으면 무지하게 쓸쓸하고 더욱 외로울 것 같고, 확률상 나보다 먼저 노년과 죽음을 맞을 건데, 그때의 상실감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그래서 주변에서 개를 키울까말까 고민하는 이들이 있으면 키우지 말라고 강권한다..

 

그렇지만 오늘도 삼식이의 반겨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퇴근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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