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봄날의책] (2020)




어제 동네 책방에 갔다가 놓여있던 책 <그냥, 사람>이 기억났다.  
아침에 무심하게 펼친 책에서 눈에 들어온 문장이다.


오랜 시간 절박한 이들과 함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디까지나 연대하는 사람이었을 뿐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걸, 둘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손 벌리는 자’의 마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손 잡아주는 자’의 자부심으로 살아왔던 시간이 부끄러워서 펑펑 울었다.” (124)


절대’라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본다. 결코 만날 수 없고, 넘어설 수 없는 무한대의 특이점 같은 것. 나는, 혹은 우리는 과연 타인을 정말로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가? 


나는 결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당사자성'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들은 적이 있지만, 무엇보다 타인에게 '왜 나를 이해해주지 않느냐'고 기대할 수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널 이해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그럼에도’ 타인의 손을 잡아야 한다. 나와 타인 사이의 절대 간극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길은 '구체적으로 상상하기'가 아닐까 싶다. 타인의 손을 잡을 용기가 없어도,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러므로 손을 내미는 일은 '상상하기'의 시작이다. '상상하기'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부터 시작된다. 우린 모두, ’그냥, 사람‘아닌가.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채워진 광막한 황야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오해라도 이것이 가득 차있는 '공유지', 시끌벅적한 ‘목초지’가 될 수 있기를.





"오랜 시간 절박한 이들과 함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디까지나 연대하는 사람이었을 뿐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걸, 둘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손 벌리는 자’의 마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손 잡아주는 자’의 자부심으로 살아왔던 시간이 부끄러워서 펑펑 울었다." (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법의 바다 -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이언 어비나의 말 “바다는 숨이 멎도록 아름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암담한 비인도적 행위가 난무하는 디스토피아적 공간이기도 하다.”는 말에 이 유동적인 공간을 둘러싼 문제들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인권, 환경오염, 자원 남획 등등의 문제들..여기에 인간은 핵 오염수까지 더하고 있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의 요새 - 사유의 미로를 통과하는 읽기의 모험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유의 거점을 밝혀 주는 지도를 손에 넣다

- 생각의 요새를 읽고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3)

 




내가 읽은 생각의 요새는 작전 지도와 같았다. 작가에게 이 책은 오랜 시간 여러 책을 읽고 사유하며 구축해 놓은 생각의 요새라면, 독자에게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지도가 되어준다. 이 요새를 독자와 함께 나누면서 독자는 이 요새를 출발점 삼아 새로운 책읽기의 고지로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셈이다. 물론 작가는 독자의 생각을 일일이 대신 해줄 수는 없다. 이 작업은 독자가 스스로 생각을 전진시킬 수 있도록 길을 밝혀놓은 작업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은 한 권 한 권이 읽기 만만치 않은 사유의 결과물들이다. 다만 저자는 독자 보다 먼저 지적 모험을 경험하며 여러 거점들을 찾아 두었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적이고 지속적인 책읽기작전에서 중요한 고지를 독자를 위해 밝혀 놓은 것이다.


 

우선 확인할 수 있는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각 저작의 핵심 개념을 명료하게 요약해놓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요약 잘하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에 작가가 파악한 책의 가치와 맥락을 더하여 책읽기 작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도서들의 위상을 제시하여 독자가 이 책을 지도삼아 따라가다 방향 감각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개별적인 도서의 이해뿐만 아니라, 해당 작가의 사상, 또는 사상의 변화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은 생각의 요새에 보관되어 있는 일급비밀의 작전 계획서 같다고 느꼈다.


 

특히 이 책은 철학, 정치 및 사회, 종교, 문화, 동양 사상, 과학, 문학 및 비평 등 폭넓은 사유의 고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 작전 지도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독자가 요새로 삼고 싶은 사유의 거점을 먼저 정하면 좋을 것이다. 이 작전 계획서를 기반으로 독자가 사유의 거점을 정하고 이를 향해 나아가 이를 제 것으로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본문에서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추방당함으로써 비로소 실존하기 시작했다’(29)실존의 의미를 소개하고 있듯이, 결국 독자는 저자가 마련해놓은 요새를 언젠가는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자신이 선정한 거점을 찾아 익숙한 요새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생각의 요새는 독자의 책읽기 작전을 도와주는 작전 지도이면서, 이 탐험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든든한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한다.


 

1장에 소개된 철학서들을 보면, 내가 이 책들을 읽고 이해하려면 족히 몇 년을 걸릴만한 책들이다. 하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해당 철학서들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모르는 철학자들의 저작도 많지만, 이름을 들어보았더라도 막연히 이 철학서들이 어려울 것이라 여겼던 책들도 있다. 여기서 저자의 소개를 듣다보면 왠지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철학서 읽기에 실제로 도전한다면, 현실은 다를 것이다. 곧바로 가수면 혹은 혼수상태에 빠져들 테다. 그러므로 생각의 요새을 읽을 때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 철학서들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유지하되, 저자가 마련해 놓은 생각의 요새를 출발점삼아, 다른 사유의 거점들을 향해 과감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나는 철학서들에 대한 저자의 소개를 따라가며 몇 권의 거점을 발견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 철학적 사유의 거점들에 도전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악어, 수학 예찬, 그리고 신유물론 입문, 폭력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책들이다. 언젠가 이런 사유의 거점들을 탐험하게 될 때, 나는 저자가 공들인 독서 및 사유의 시간과 글쓰기의 시간에 힘입어 그가 밝혀 놓은 길을 따라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또 나는 어디에 있는지를 꾸준히 묻고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밝혀 놓은 다양한 사유의 거점들 가운데, 우선 나의 관심을 끄는 분야는 과학이다. 그래서 5마음과 우주라는 사유의 거점을 먼저 탐색해보았다. 이 지점에서 내가 관심을 가진 작가는 D. H. 로런스와 괴테, 뉴턴, 그리고 일본에서 존경받는 지식인이자 물리학자인 야마모토 요시타카다. 뉴턴의 경우, 올해 새로 완역 출간된 프린키피아가 소개되고 있어 반가웠다.


 

이 장에서 이 책의 전반적인 특징 하나를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가 책을 소개할 때, 유명 작가의 저작과 해당 작가의 면모를 다룬 저서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D. H. 로런스의 저작 아포칼립스를 소개한 후, 이어서 로런스의 면모와 그의 사상을 연구한 백낙청 교수의 저작 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을 함께 소개하는 식이다. 이렇게 관련 있는 주제아래 함께 읽기를 하면 로런스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가 보다 깊어질 것이다. 나아가 저자가 보여준 것처럼 해당 주제에 대한 나름의 맥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른 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다.

 


같은 장에서 이렇게 동일 작가나 작품을 짝을 지어 다룬 방식은 관련 주제나 작가에 대해 특정한 맥락 속에서 이해를 깊게 해줄 수 있는 읽기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독자가 괴테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 수 있도록, 관련 도서를 짝지어 놓은 느낌이다. 괴테는 일생의 역작 파우스트60년 가까이 쓰고 고쳤다. 저자는 이 작품에 대한 광범위한 해설서 불멸의 파우스트를 소개한다. 이어서 이 작품과 관련하여 괴테의 면모를 좀 더 파악할 수 있는 괴테와 융이란 저작을 또 다른 사유의 거점으로 제시한다.


 

생각의 요새가 지니는 장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전에 파우스트를 읽었을 때,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레트헨은 과오 많은 파우스트를 인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파우스트가 구원을 얻었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많은 남자를 무슨 근거로 구원했는지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파우스트가 구원을 받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독문학자 전영애의 견해를 소개한다. 파우스트자체가 대문호의 방대한 사상이 응집된 작품인 것은 알고 있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전문 연구자들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하는 저자의 예민한 안목이 놀랍다. 이처럼 생각의 요새는 독자가 이미 읽었더라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 놓기도 한다. 나는 조만간 이 책을 출발점 삼아, 파우스트라는 높고 중요한 고지를 향해 다시 탐험에 나설 예정이다.

 


이 책에 재인용된 D. H. 로런스의 말 중에서 마음에 든 한 문장이 있다. 소설 읽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소설이란 감정의 모험의 기록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사유의 모험이기도 해야 한다.”(391) 이전에 로런스의 고백적인 에세이와 소설 일부를 읽고 놀란 적이 있다. 처음부터 로런스의 문장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작가의 지성적인 측면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책에 인용된 로런스의 말은 생각의 요새가 표방하는 사유의 모험이란 취지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로런스는 당대에 외설 작가라는 비난과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계급적이고 기득권적인 제약과 관습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병적인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었다. 나는 저자가 설명해준 것처럼, 로런스가 자기다움의 실현을 추구했다는 점에 공감했다. 로런스 소설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작가가 독자에게 요구하는 사유의 모험이라는, 지적인 면모를 분명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 분야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사유의 거점은 야마모토 요시타카라는 작가와 그 저서였다. 저자 고명섭은 이 놀라운 작가의 여러 저작물 중에서 과학혁명과 세계관의 전환이라는 제목의 과학사 서적 1·2권을 소개한다.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일전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역작 과학의 탄생을 우연히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저자 고명섭은 소개하는 도서와 작가에 대한 이해를 마찬가지로 저자 나름의 맥락에서 알려준다. 역시나 그는 요시타카의 다른 저서인 과학의 탄생16세기 문화혁명, 그리고 나의 1960년대일본 과학기술 총력전후쿠시마, 일본 핵 발전의 진실까지 묶어서 독자에게 소개해주는 꼼꼼함을 잃지 않는다. 이제 여기에 최근 출간된 과학혁명과 세계관의 전환3권까지 포함하면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근대 과학사 3부작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과학 분야에서 탐험할 사유의 거점은 야마모토 요시타카라로 정했다.


 

생각의 요새을 읽는 독자마다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나는 내 책읽기 여정에서 하나의 거점을 발견하여 모험해보고 싶은 분야를 먼저 골랐다. 이후 관심이 가는 저자나 책을 선정하면, 이를 내 사유의 거점으로 삼는 방식으로 삼았다. 우리는 인생에서 저자가 소개한 인물 사마천, 마키아벨리, 단테처럼 언제든 궁핍해지거나 실존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어떤 이에게 이 책은 궁핍한 시기에 잠시 머물며 숨을 고를 수 있는 견고한 생각의 요새가 될 수도 있겠다. 내게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사유의 거점과 가는 길을 밝혀주는 작전 지도와 같다. 그러므로 한 번 읽고 덮어 두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언제든 새로운 사유의 거점을 탐험할 때 참고가 되고 새로운 모험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1] "집을 떠나는 것은 바깥에 서기, 곧 실존하기를 가로막는 기존의 자기적응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에 대해 탈합치를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관성대로 살지 않고 진정으로 실존하는 삶을 사는 길이다."(29)
- <탈합치> (프랑수아 줄리앙) 소개 글 중에서

[2] 억지로 고안해낸 언어는 대가의 말을 바보처럼 반복하거나 멍청하게 모방하는 광신적 신봉자들을 양산하게 된다. 예술에서 소위 ‘예술을 위한 예술’의 시기가 있었던 것처럼, 철학에도 ‘텍스트를 위한 텍스트’의 시기, 따라서 ‘철학을 위한 철학’의 시기가 있는 것이다. 이 시기가 바로 ‘텍스트 종교’가 나타나는 시기이며 이 시기에 글쓰기는 기도가 되고 사고는 주문이 되며 방법은 비이성이 된다.(45)
- <아리스토텔레스의 악어> (미셸 옹프레) 소개 글 중에서

[3] 인종은 백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유색인종들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지 백인 자신들을 향해 쓰이지 않는다. 백인은 인종의 하나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 그 자체다. "다른 사람은 인종이고 우리는 그냥 인간이다." 이것이 백인들의 생각이다. 그리하여 백인은 언제나 특수성을 넘어선 보편성 자체로 자신을 드러낸다.(167)
- <화이트> (리처드 다이어) 소개 글 중에서

[4] "자연 현상에서 신의 존재를 유추하는 것도 분명히 자연철학의 일부다" 뉴턴이 중력의 배후에 신이 있다고 믿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야마모토의 책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가 ‘자연철학의 신학적 원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말하는데, 뉴턴의 고백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459)
- <프린키피아> (아이작 뉴턴) 소개 글 중에서

[5] "훌륭한 책은 독자의 뇌를 흔들어 깨운다. 뉴런에 충격을 가해 깜짝 놀라게 한다. 새로운 생각이 담긴 훌륭한 책은 독자를 사유의 새 길로 이끈다. 책을 읽다가 독자는 문득 자기가 낯선 길로 들어섰음을 깨닫게 된다. 훌륭한 책은 문장들을 외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책을 통째로 외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한다면 그 책은 틀림없이 훌륭한 책일 것이다. 결정적으로, 훌륭한 책은 독자의 대결의식을 불러일으킨다."(531)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고병권) 소개 글 중에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8-26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초란공님^^ 이 책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놨는데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책이겠군요. 저는 책의 어느 지점에서 머물지 기대가 됩니다.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초란공 2023-08-2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소개된 책들이 혼자 읽기에는 만만치 않은 책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해당 책을 읽기 전에 큰 틀에서 이해하기에 좋을 것 같고요.책이 나오개 된 배경이나 저작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간단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 혼자 이 책들을 무작정 읽으려면 10년은 넘게 걸릴 것 같아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이후

- 1945 히로시마

 


존 허시(John Hersey) 지음 | 김영희 옮김 | [책과함께] | (2015)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 관련된 배경을 더 이해해보려고 카운트다운 1945원자 스파이, 그리고 1945 히로시마를 이어서 읽었다. 특히나 오늘(2023824)은 일본 정부가 오후 1시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앞으로 30년간 방류하기로 하고 첫 발을 뗀 날이기에 오늘을 기억해두고자 글을 남겨둔다.


 

1930년대 말에 독일의 과학자 리제 마이트너와 오토 한이 핵분열의 가능성을 실험으로 처음 증명한 이후, 세계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다. 특히 맨해튼 프로젝트로 인류는 핵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로 불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핵실험이라는 희생을 기어코 치르고 말이다.


 

1945 히로시마<뉴요커>의 기자 존 허시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한 달 가량 히로시마에 머물면서 원폭 피해자들 만나 대화하고 자료를 조사한 결과다. 이 폐허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여섯 명의 인물의 증언을 담고 있으며, 이후 40년 후의 이야기까지 더해진 보도 자료이다. 카운트다운 1945의 기록에 따르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상공 580미터에서 폭발하여 78천여 명이 즉사했다. 이후 며칠에서 몇 주 동안 과도한 방사능과 열에 노출되었던 환자들이 고통 속에 죽어갔다. 1945 히로시마는 한 순간 폐허로 변한 아비규환의 현장을 묘사한다.


 

19457월 즈음, 이 때는 이미 나치 독일이 항복하여 원자폭탄의 위험이 사라졌음에도, 미국은 스탈린의 영토에 대한 야욕에 주목하고, 이 무기를 일본에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이미 패색이 짙었던 일본에 대해 원자폭탄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 아이젠하워나 맥아더가 있었지만, 빨리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트루먼은 핵무기 사용을 승인한다. 후대의 역사학자들은 이 사건이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일종의 무력시위 성격의 결정이었음을 지적한다.

 


한편 1945 히로시마에는 일본의 점령군 최고사령관 맥아더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피해에 관한 보도를 유포하거나 또는 이를 요구하는 시위 등을 신문 검열 규정을 비롯한 여러 조치들을 통해 엄격하게 금지”(234)했다. 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원자폭탄의 폐해에 대해 실감하게 된 것은 1946년에 발표된 존 허시의 1945 히로시마에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원자폭탄 개발과 성공 스토리이면에 인류가 직면하게 된 실존적이고 도덕적인 요구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책에는 원자폭탄이 가져온 아비규환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도시를 한 순간에 폐허로 만든 것뿐만 아니라, 참혹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후손들이 잊지 않도록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내가 추가로 놀란 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미국은 오펜하이머가 프로젝트를 떠난 후 수소폭탄을 개발한 역사 말고도, 소련과 영국 등의 핵개발 및 실험 기록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전쟁 이후, 각 국에서 원자폭탄 및 수소폭탄 개발이 이어지면서,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 및 정치가들이 우려한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다음 기록을 확인해보라.




[히로시마 & 나가사키 원폭 투하 이후의 핵개발 기록]

 

194671, 원폭 투하가 있은 지 1년도 채 안 되어 미국은 비키니 환초에서 원자폭탄 실험을 실시했다. 그리고 1948517일 미국은 또 다른 원자폭탄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발표했다.”(229)

 


195210, 영국은 첫 원자폭탄 실험을 실시했고 미국은 첫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했다. 19538, 소련연방 또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238)


 

195431, 5후쿠류마루가 비키니 환초에서 행해진 미국의 핵 실험 때문에 방사능 낙진 세례를 맞았다.” (240)


 

1957515, 영국은 인도양의 크리스마스 섬에서 처음으로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했다.” (249)


 

1960213, 프랑스는 사하라 사막에서 핵무기를 실험했다. 19641016, 중국은 처음으로 핵 실험을 실시했고, 1967617일에는 수소폭탄도 터뜨렸다.”(250)


 

1974518일 인도는 처음으로 핵 실험을 실시했다.”(253)


 

책에 흩어져 있는 핵개발 기록을 모아보았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소련이 핵실험을 했고, 이어서 수소폭탄을 개발하며 각 국가가 이를 또 실험까지 하며 핵개발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60년대에 들어 프랑스와 중국이 핵무기 실험을 하고 수소폭탄에도 손을 대었으며, 70년대에는 인도가 핵개발에 뛰어들었다. 카운트다운 1945에 언급된 것처럼, 이제 파키스탄과 이스라엘도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이제 북한도 지니게 되었다.


 

오늘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일 역시, 이런 핵개발 전쟁의 또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앞으로 30년 이상 축적될 오염수가 가져올 문제는 핵개발 시대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에서, 또 앞으로 오랜 시간동안 영향을 미칠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에는 군수공장을 비롯하여 징용된 조선인, 일본으로 건너가 터를 잡고 있던 조선인들이 7만 여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피해자에는 분명 일본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이 원폭 피해자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강조하면서도, 피해자 보상 문제에 있어서는 조선인을 비롯한 외국인을 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존 허시의 기록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지만, 전쟁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희생시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 보상 문제에 있어서도 외국인을 차별하고 꼼수를 사용하는 관행은 원전 오염수 방류에서도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정권은 몇 년 뿐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바다에 오염 물질을 투기하고 오염시킨 범죄에 대한민국은 공범으로 기억될 것이고, 그 책임은 남은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오늘 일본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원전 오염수 방류일을 기억해두겠다.



[참고] 절판되긴 했지만, '일본인이 가장 많이 읽은 후쿠시마 원자력 비판서'라는 부제가 달린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이자 물리학자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책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도 추가해둔다. 지난 달에 읽었는데 리뷰로 쓸 기회가 없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하수 2023-08-25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요... 공범이죠. 공범이고 말고요!!!
 
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Sam Kean) 지음 |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





원자 스파이에서 보리스 패시가 이끌던 알소스 부대의 활약(?)이 자세히 소개된다. 나치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두려움은 유럽 전역과 미국의 긴장을 야기했다. 이를 막기 위해 얼마나 미국과 영국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을 투입했는지 엿볼 수 있다. 보리스 패시 대령은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를 비롯하여 맨해튼 프로젝트의 정보를 적에게 넘겨줄 수 있는 인물을 집요하게 뒷조사하는 인물로 나온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그로브스 장군도 군부 내에서도 아웃사이더에 속했던 패시를 성가셔하고, 지나친 뒷조사를 막고 패시가 잘 할 수 있는 첩보 임무를 맡겨 유럽으로 보내버린다. 패시가 유럽에 가서 한 일이 바로 알소스 부대로 이름 붙은 첩보 부대를 이끌며 나치 과학자들을 납치하여 데려오거나, 소련에 두뇌가 유출되는 일을 막는 임무였다.  

  


(188) 발터 보테가 실험을 망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는지 몰라도, 졸리오(그리고 파리에서 다시 만난 이렌)는 고통스러운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파리는 시간이 갈수록 물자 부족 사태가 심해지면서 점점 더 우울한 곳으로 변해갔다. 세상에서 손꼽히는 이 식도락 도시에서 사람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길고양이까지 잡아먹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먹은 설취류 때문에 전염병에 걸릴 위험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을 막지 못했다. 나치는 또한 군수 공장 가동을 위해 모든 연료를 징발해갔다.

 



(552) (히로시마 원자 폭탄 투하 관련) 긴급 속보가 끝나갈 때, (양자 스핀을 처음 발견한 물리학자) 가우드스밋에게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몇 달 전에 독일의 원자폭탄 계획이 한참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안 뒤, 가우드스밋은 그로브스의 한 부관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아주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의 원자폭탄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부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 우리에게 그런 무기가 있다면, 우린 그걸 사용할 거요. 그 예언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원자폭탄은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 핵무기를 보유한 독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무기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독일의 위협이 사라지자, 단순히 방어 무기로 사용한다는 개념도 사라졌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불가피하게 원자폭탄은 다른 성격의 무기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무기 로 변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리란 것을 가우드스밋은 직감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맨해튼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히틀러가 지하 벙커에서 자살하고, 일주일 후에 독일은 항복을 하게 된다. 유럽에서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이 상황은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나치의 핵개발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여 우월한 카드를 손에 넣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독일에 대항하여 무기를 사용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아직 결사항전을 하고 있었으나, 당시 정세를 파악하던 정치 및 군부 인사들은 대부분 일본의 항복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독일이 항복하고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자들은 기뻐했으나, 오펜하이머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실제 핵무기의 사용 여부가 그 나름의 명분을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윤리적인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트리니티 테스트로 시연을 하는 것으로 일본의 항복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상당수의 군부 및 정계에서는 원자폭탄을 사용하자는 입장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맥아더와 아이젠하워는 이미 패색이 짙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데 반대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오펜하이며는 생전에 UN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핵무기 사용 협약을 통해 전쟁에서 원자폭탄 사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트루먼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트루먼 대통령(게리 올드먼 연기)이 오펜하이머에게 실망한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570)  전쟁 전에 물리학자들은 존재감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더 큰 세계의 일에는 아무 관심없이 온순하게 연구실에서 빈둥거리며 살아갔고, 세상 사람들도 그들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 후에는 (크게는 원지폭탄 때문에) 물리학은 너무나도 중요한 분야가 되어 물리학자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장군과 정치인이 물리학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연간 예산은 수백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가우드스밋의 표현을 빌리면, 값싸고 부실한 재료로 실험을 하던 실과 봉랍 시절, 그리고 두 엉뚱한 대학원생이 양자 스핀과 같은 기본적인 발견을 우연히 하던 시절은 먼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 가우드스밋의 한 동료는 샘은 전쟁 전에 재미있고 편안하게 하던 일로 결코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말했는데, 졸리오-퀴리 부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모 버그, 케네디가 사람 등을 비롯해 원자 첩보전에 휘말린 사람들은 거의 다 그랬다.



(571) 핵분열은 20세기 물리학의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였지만, 그것은 단지 중요한 과학 현상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떠올랐다. 미치광이의 수중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절박한 노력에서 연합국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광기를 뿜어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말할 것도 없고, 중수 공장 습격, 지질 조사를 위한 특공대, 암살과 방사능 치약에 이르기까지 그 광기가 온갖 것으로 뻗어나갔다. 모든 단계에서 관련 당사자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원자를 쪼갬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분열시켰다.




  개인적으로원자 스파이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모 버그가 나치 과학자들을 만나 미국으로 데려오거나 최소한 소련으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막는 첩보 임무를 수행하면서, 나치의 핵개발을 책임지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를 만나 암살을 시도할지 고민하던 에피소드였다. 만약 하이젠베르크를 만났던 인물이 앞서 언급했던 보리스 패시(오펜하이머와 주변 인물들을 집요하게 뒷조사 했던 정보장교)이었다면, 인정사정없이 하이젠베르크를 암살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 것이다. 패시 같은 인물에겐 노벨상 수상 경력은 무의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자 새뮤얼 가우드스밋에 관한 에피소드도 소설 못지 않다. 부모님은 나치 집단 수용소에서 학살당했고, 전쟁으로 다른 편에 서게 되었던 그는 하이젠베르크와의 우정도 끝나 더 고립된 삶을 살게 되었다. 물리학자가 참여한 나치 과학자 납치 임무에 가우드스밋 같은 물리학자가 함께 참여하여 적진을 뚫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게 된다. 원자 스파이는 여타의 역사서에 나오지 않는 배경과 인물들에 관해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와 함께 미국이 나치의 핵개발에 대항하여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료다.


 

 흥미있게 책을 읽었지만 특히 마지막 문장 "원자를 쪼갬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분열시켰다."(571)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양자 스핀 개념을 처음 제안했던 물리학자 새뮤얼 가우드스밋. 나치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첩보 활동에 참여했다.


한 때 가우드스밋(왼쪽)과 우정을 나누던 독일의 핵개발 책임자 베르터 하이젠베르크(가운데), 그리고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활약한 엔리코 페르미(오른쪽에서 두 번째)



[1] "발터 보테가 실험을 망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는지 몰라도, 졸리오(그리고 파리에서 다시 만난 이렌)는 고통스러운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파리는 시간이 갈수록 물자 부족 사태가 심해지면서 점점 더 우울한 곳으로 변해갔다. 세상에서 손꼽히는 이 식도락 도시에서 사람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길고양이까지 잡아먹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먹은 설취류 때문에 전염병에 걸릴 위험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을 막지 못했다. 나치는 또한 군수 공장 가동을 위해 모든 연료를 징발해갔다."(188)

[2] (552) "(히로시마 원자 폭탄 투하 관련) 긴급 속보가 끝나갈 때, (양자 스핀을 처음 발견한 물리학자) 가우드스밋에게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몇 달 전에 독일의 원자폭탄 계획이 한참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안 뒤, 가우드스밋은 그로브스의 한 부관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아주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의 원자폭탄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552)

[3] " 부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샘, 우리에게 그런 무기가 있다면, 우린 그걸 사용할 거요." 그 예언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원자폭탄은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즉, 핵무기를 보유한 독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무기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독일의 위협이 사라지자, 단순히 방어 무기로 사용한다는 개념도 사라졌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불가피하게 원자폭탄은 다른 성격의 무기 —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무기 — 로 변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리란 것을 가우드스밋은 직감했다."(552)

[4] "전쟁 전에 물리학자들은 존재감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더 큰 세계의 일에는 아무 관심없이 온순하게 연구실에서 빈둥거리며 살아갔고, 세상 사람들도 그들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 후에는 (크게는 원지폭탄 때문에) 물리학은 너무나도 중요한 분야가 되어 물리학자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장군과 정치인이 물리학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연간 예산은 수백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570)

[5] "가우드스밋의 표현을 빌리면, 값싸고 부실한 재료로 실험을 하던 ‘실과 봉랍’ 시절, 그리고 두 엉뚱한 대학원생이 양자 스핀과 같은 기본적인 발견을 우연히 하던 시절은 먼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 가우드스밋의 한 동료는 "샘은 전쟁 전에 재미있고 편안하게 하던 일로 결코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말했는데, 졸리오-퀴리 부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모 버그, 케네디가 사람 등을 비롯해 원자 첩보전에 휘말린 사람들은 거의 다 그랬다."(570)

[6] (571) "핵분열은 20세기 물리학의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였지만, 그것은 단지 중요한 과학 현상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떠올랐다. 미치광이의 수중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절박한 노력에서 연합국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광기를 뿜어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말할 것도 없고, 중수 공장 습격, 지질 조사를 위한 특공대, 암살과 방사능 치약에 이르기까지 그 광기가 온갖 것으로 뻗어나갔다. 모든 단계에서 관련 당사자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원자를 쪼갬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분열시켰다."(5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