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 '레벤스보른 프로젝트'가 지운 나의 뿌리를 찾아서
잉그리드 폰 울하펜.팀 테이트 지음, 강경이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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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를 읽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중간에 멈출 수 없었다다음 날 몸에 무리가 올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히틀러에게 바쳐진 아이로, ‘아리아인의 순수 혈통을 지켜나갈 독일인이 되도록 운명 지워진 저자의 뿌리 찾기 여정이 계속 궁금했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인생에서 50-60년이 지나서야 자신이 믿고 살아온 삶의 토대와 믿음이 체계적으로 가려져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어떤 기분이 들까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의 저자 잉그리트 폰 욀하펜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아리아인’ 신화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이 신화는 레벤스보른 프로젝트라고 불렸다그녀의 본명은 에리카 마트코생후 1년이 되지 않은 시기에 강제로 나치의 군인들에게 납치되어 생이별을 했다이 책은 인생의 후반에 15년 이상 지속되었던 자신의 뿌리 찾기 여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기록이다. ‘레벤스보른의 아이라는 세상의 편견과 수치심을 이겨내고 용감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 개인의 역사이자우리가 알아야할 지난 세기의 역사다.

 

저자는 수수께끼 같은 어린 시절에 대한 감정을 40년이 다 되도록 철저히 외면했다고 했다. 11세에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님을 알았을 때그리고 자신이 에리카 마트코라는 이름이 적힌 서류를 끊임없이 접하게 되었을 때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저자는 52세가 되던 1999년 어느 날 한 적십자 지원의 전화를 받는다. “친부모를 찾고 싶으십니까?” 저자 잉그리트가 그렇다라고 답한 순간그녀는 에리카 마트코를 발견하는 여정의 시작임을 직감했을 것이다그동안 묻혀 있던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만해도 나는 이 결정이 저자에게는 얼마나 큰 용기와 예기치 못할 감정의 기복과 마주해야 하는 과정이었을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저자의 어린 시절은 20세기 유럽 역사를 휘감았던 소용돌이의 한 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나치의 제2인자이자히틀러 친위대장 이었던 하인리히 힘러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했던 인물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무엇보다 히틀러와 힘러 세력이 부활하려고 했던 인종적 순수성은 특히 힘러의 신비주의적 믿음이 더해져 종말론적 비전을 갖게 되고극도로 배타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레벤스보른곧 생명의 샘이라고 불린 이 프로젝트는 다윈의 진화론이 극단적으로 왜곡되어 해석된 19세기 말의 우생학적 전통에서 극단으로 나아간 것이다다시 말해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수하다는 것그래서 우수한 인종이 더 번성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과학으로 여겨지게 되었다이 논리는 나아가 열등한’ 인종의 소멸이 자연법칙 상 예견되어 있으며 당연한 결과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했다그 결과, ‘열등한’ 이들에 대한 탄압을 무감각하게 만들고이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던 것이다그 한 예로나치 세력은 아리아인의 기준에 미달한 사람들은 불임수술을 통해 씨를 말리는 야만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저자에 따르면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무렵까지 적어도 32만 명이 법에 따라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다고 한다(111). 이처럼 아리아인의 신화를 실현시킬 야심찬 조직이 바로 레벤스보른이었고이 목표의 설계자가 바로 하임리히 힘러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특히 주목했던 부분은 과거사에 대한 전후 독일 사회의 은폐 분위기였다저자는 레벤스보른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게오르크 릴리엔탈 박사의 도움을 받아 여러 관공서에 자료 문의를 요청했다하지만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비협조적으로 대응했다이 점은 저자처럼 자신이 레벤스보른의 아이였으며자신이 성장했던 환경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이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게 된 사회의 장벽이었다저자는 독일이 통일되었지만독일인들의 집단기억은 여전히 온전치 못했다’(87)라고 이야기하며뿌리 찾기에 걸림돌이 되는 외부적 환경에 대해 언급한다우리는 일본과 비교하여 독일은 과거사에 대해 여러 면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나 역시 그랬으니까하지만 현실에서그리고 이 사회 속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체감하는 것은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레벤스보른의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죄책감과 수치심을 안고 살아갔다처음 책을 읽을 때는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치의 프로젝트와 연루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단순히 본인들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 수치심을 느낄 이유가 있을까하고 생각했다하지만 모든 레벤스보른의 아이들은 이 프로젝트의 정확한 내막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의 편견과 조롱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적국의 아이를 밴 여성의 아이들이라고 말이다이는 지역 사회와 양부모 및 가족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상실감도 포함되었을 것이다또 자신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인류사의 커다란 오점이 된 세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에 시달렸다이들이 노출된 현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치심은 강력한 감정이다그리고 전후 독일의 정치적 분위기에서 친위대처럼 비난과 공포의 대상이던 조직에 연루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152)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공연하게 이 주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 왜 금기시되어 왔을지 이해하게 되었다그리고 관공서들이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애초에 왜 비협조적으로 나왔는지를 말이다.

 

저자는 자신과 같은 레벤스보른 출신 모임에 나가면서 수수께끼 퍼즐 같던 자신의 과거를 좀 더 맞춰 나갈 수 있었다이 모임에 오기까지 많은 레벤스보른 출신들은 예외 없이 수치심과 죄책감그리고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받은 상처로 고통 받아왔음을 알게 되었다엄마라고 여겼던 기젤라가 사망할 때까지 진실을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그리고 슬로베니아(과거 유고슬라비아)의 친부모가 자신을 대신해서 건네받은 아기를 받아들였으며이후 자신을 찾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자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다고 고백한다이러한 아이러니를 이해할 수 없었고격한 분노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했다저자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을 만나 이들의 경험을 듣고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비로소 상처받고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과거도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의 뿌리 찾기 과정을 따라가면서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레벤스보른 출신들의 모임 레벤스푸렌’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슬로베니아에서 만났던 80대의 생존자들이 모두 자신이 겪은 일을 세상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보인 점이었다나는 이 부분에서 정말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자신들이 연관된 오명의 역사와 내면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여 제대로 이해하고세상으로 나오고자 했다는 점에서그리고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 되면 안 된다는 강한 의지가 기억에 남았다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과거를 무조건 덮으려는 사람들에 맞선 이들의 용감한 행보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는 피로 물든 오명의 그늘에서 성장했지만, ‘정직하고 떳떳해지려고 몸부림치던 한 세대’(9)의 이야기라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나아가 자신의 후손들에게그리고 멀리 아시아에 있는 한 독자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가족을 찾고역사를 알아간 한 평범한 독일인의 이야기이면서의도치 않게 나치 핵심 세력에 연루된 세대를 대변한다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인류의 역사에 중요한 한 장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다또 상처받은 존재들의 이야기이면서도 자기 삶의 궤도를 찾고자신이 누구인지그리고 자신의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깨달게 된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이 책에는 저자가 겪었을 좌절과 슬픔그리고 기쁨의 감정과 자신을 이해하고자 했던 노력의 흔적이 모두 담겨있다자신의 삶을 세상에 내놓기 까지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그녀는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역사의 교훈은 우리가 이제껏 역사에서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 말에 더하여, ‘이제 배워야 할 때라고 자신이 지나온 여정의 의미를 강조한다이제 후손들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의 이야기는 피로 물든 오명의 그늘에서 자랐지만 정직하려고, 떳떳하려고 몸부림친 한 세대의 이야기다." - P9

"그곳에서 지낸 2년 동안 나는 내가 꿈꾸던 행복한 가족이 어린아이의 환상이었을 뿐임을 깨달았다. (...) 나는 이미 기젤라가 나의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언제 나를 데려왔는지 몰랐다. (...) 나는 그 일 전체를 내 마음 뒤편으로 치워버렸다. 내가 기젤라의 딸이며, 그녀의 가족이라고 믿고 싶었다." - P61

"1960년대 중반 나는 이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스스로를 잉그리트 폰 욀하펜이라 불렀지만,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에리카 마트코였다." - P71

"나는 수수께끼 같은 어린 시절에 대한 내 감정을 거의 40년간 철저히 외면하고 살아왔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 P80

"독일은 그것을 꺼내 흔들 준비도 되지 않았고, 그럴 의지도 없었다. 독일이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베를린 장벽만이 아니었다. 이제 독일은 통일되었지만, 우리의 집단기억은 여전히 온전치 못했다." - P87

"내가 진짜 잉그리트 폰 욀하펜이 아니라는 사실은 수십 년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한때는 에리카 마트코였다고 믿으면서 그 상처를 달랬다. 그런데 이제 나는 잉그리트도, 에리카도 아니었다. 나는 진짜 아무도 아니었다." - P137

"나는 안전한 내 안식처를 떠나 위험하고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한 내 과거로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나는 예순한 살이었고, 이제 내 어린 시절을 공부할 시간이었다." - P139

"뮌헨에 자리한 레벤스보른 본부는 추방된 반나치 활동가이자 작가였던 토마스 만의 소유였다." - P143

"이 레벤스보른 아이들이 공유하는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깊은 정서적 상처와 수치심이었다." - P151

"어린이 대량 납치. 이게 사실일까? 충격적이지만 사실이었다. 힘러가 사석에서 친위대 장교들에게 이 계획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연설이 녹음된 자료까지 있다." - P158

"나는 ‘총통께 아이를 바치‘는 계획의 일부였다.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다." - P161

"그들은 고령인데도 기억이 또렷했고, 자신들이 겪은 일을 세상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지가 굳었다." - P192

"저는 살해자들의 편에서 자랐어요. 레벤스보른 아이라는 것은 여전히 수치심의 원천이죠."
-레벤스보른의 아이 헬가의 증언 - P216

"이 흐릿한 흑백사진들은 나치가 내 가족에게서 나를 훔쳐 간 날의 기록이다.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과장하는 것처럼 들리긴 싫지만 정말 으스스한 떨림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지독한 외로움과 무력함이 나를 덮쳤다." - P241

"정체성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뜻한다. 그건 사람됨의 문제이기도 했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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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피노키오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카를로 콜로디 지음, 엔리코 마잔티 그림, 이시연 옮김 / 더스토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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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피노키오(Pinocchio)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 지음 | 엔리코 마잔티(Enrico Mazzanti) 그림

이시연 옮김 | [더스토리]

 

 

성인이 되어 읽는 피노키오


 

어렸을 때 읽던 동화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어떤 점이 다르게 느껴질까? 초판본 피노키오를 읽으면서 떠올렸던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한번은 읽어보았을 이 책의 내용을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에서 구체적인 사항들을 기억하여 비교할 수는 없지만, 거짓말을 말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잘 알려진 모티브 외에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내용도 여러 가지 보인다.


우선 저자인 카를로 콜로디의 프로필을 간단히 살펴본다. 동생과 함께 지원병으로 입대하여 이탈리아 통일 운동에 참가하고 풍자적인 정기 간행물을 만들었다는 이력에 눈길이 간다. 그리고 신문 기자로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어린 독자를 주 대상으로 연재한 피노키오같은 책을 여러 권 발표했다. 간단히 정리된 콜로디의 행보를 보면서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떠올렸다. 카잔차키스 역시 정치운동에 깊이 참여했고, 정치적인 성격의 정기간행물을 만들었으며, 유럽 전역을 다니며 기자로 활발한 언론인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 카잔차키스는 젊은 독자를 위해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같은 소설을 연재하여 책으로 펴낸바 있다. 두 작가의 행보를 볼 때 이들은 당대의 지성인으로서 여러 모로 닮은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문체 모두 때론 다소 투박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작품이 주는 생명력, 혹은 힘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인이 되어 읽은 피노키오에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는 점이 새삼스럽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어린 독자들을 일깨워주려는 저자의 소박한 촌평 또한 정감이 간다. 간결한 이야기 속에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통찰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본다. 이를테면 피노키오가 자신의 금화를 훔쳐간 강도(고양이와 여우)를 고소하기 위해 판사에게 간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동화는 가식적이고 겉치레를 중시하는 기성사회를 이렇게 풍자한다. “판사는 큰 원숭이였습니다. 늙은 큰 원숭이는 그의 많은 나이와 하얀 수염, 특별히 그의 유리 없는 금테 안경 때문에 존경받는 인물 같았어요.”(114) ‘벌거벗은 임금님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어린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언어유희의 장면들도 나온다. 예를 들면 사기꾼 고양이와 여우가 빨간 가재여관에서 고양이는 위장이 아파서 빨간 숭어 서른다섯 마리와 파르마산 치즈로 요리한 소고기 요리를 사 인분밖에 먹지 못했다고 하는 대목이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의 눈과 귀를 붙들만한 재미있는 상황이다. 또 피노키오가 두 사기꾼에게 속아 죽을 고비에 처해 있을 때, 요정이 불러온 돌팔이 의사들이 피노키오를 진찰하고 진단을 내리는 장면이 있다. 선생님들의 소견이 알고 싶다는 요정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는 식이다. “제 소견으로는 꼭두각시 인형은 죽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죽은 게 아니라면 아마도 살아 있다는 확실한 징후겠지요!”(93) 이 대목은 풍자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어린 독자들의 시선에서 이상하게 보일 것이 확신하지만 어른들은 무시하는 사회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조롱한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피노키오를 만든 직후부터, 피노키오는 뭐든 자기 멋대로 하는 존재다. 아직 충분한 교육과 분별력을 갖지 않아 줏대도 없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의 유혹과 감언이설에 쉽게 영향을 받아 문제를 일으키고, 고생을 겪는 단초가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이들이 악하기만 하거나 애초에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보다 유연한 시선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작품 전반에 고려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보답을 기대하고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독자들은 친절을 베풀 수 있을 때 베푼다면 언젠간 그와 같은 친절을 받을 수 있다”(243)는 귀뚜라미의 지혜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서양 문화는 기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데, 피노키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라고 하는 것은 기독교적 사랑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저자가 이야기 중간에 개입하여 전달하는 교훈들은 다분히 기독교적인 윤리관을 반영하는 내용이 많다. ‘훔친 돈은 절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다거나 부모와 가족을 공경하고 존중하라는 언급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또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가 거대한 상어의 뱃속에서 만나는 장면도 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상어 뱃속 장면은 성경의 요나서에서 영향을 받았음직하다. 성경에서 요나는 하느님의 눈을 피해 배를 타고 세상의 끝으로 도망치려한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피노키오 역시 할아버지로부터 달아나든, 주변 인물들에 의해 한눈을 팔아 새로운 모험으로 이어지든, 언제나 파란 머리 요정의 손길이 피노키오의 주변에 언제나 머물고 있다. 이렇게 신과 같은 요정의 보살핌은 피노키오가 인간이 되는 과정으로 이끈다.


그러므로 피노키오가 겪는 수많은 모험과 고통은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배움이 주가 되는 성장의 시기에 성실하고 부지런해질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각자 일을 가지고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는 여러 조건들을 제시한다. 물론 지금의 가치관에 잘 어울리지 않는 가치관일 수 있지만, 동화가 쓰인 시간적, 공간적 배경 속에서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는 덕목을 일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피노키오에서 보편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피노키오가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특징이다. 하지만 책에는 거짓말을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에는 길어지는 코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다리가 짧아지는현상이다. 이 책에는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종류(?)의 거짓말만 등장한다. 다리가 짧아지는 유형의 거짓말이 어떤 것인지는 이야기에 나와 있지 않아 알 수 없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면 다리가 짧아지는 것과 코가 길어지는 것 중 어느 것을 더 싫어할까? 갑자기 어린 독자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피노키오는 대략 140년 전에 쓰인 동화다. 단테와 보카치오와 같은 문인들을 배출한 피렌체 출신의 작가에 의해 바로 이 지역에서 발표된 작품이다. 원래 성인을 위한 도서로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피노키오가 작품 속에서 겪는 모험에는 사회의 모순과 이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반영되어 있다. 많은 동화가 그렇듯이 다소 잔인해 보이는 장면도 등장한다. 물론 나중에 아동을 위한 도서로 용도 변경(?)이 이루어지면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모험적인 요소와 교훈적인 요소가 균형 있게 포함되었을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이 동화는 당시 이탈리아인들이 공유하던 세계관과 윤리적 가치관, 집단의 무의식적 측면도 읽어낼 수 있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무형의 가치들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대 사람들인 우리가 여전히 이런 고전 동화를 읽는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앎을 확장하는 활동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의 주요 독자는 아동일 테지만, 성인이 되어 피노키오를 읽는다는 것은 아동의 눈높이를 이해하고, 우리의 과거와 만나며,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재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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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삶과 운명을 탐사하는 두 개의 항해로
오찬영 지음 / 북드라망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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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삶과 운명을 탐사하는 두 개의 항해로

오찬영 지음 | [북드라망]

 



문학이 철학이 되다’: 가벼운 삶을 발견하는 고전 활용법


 

당신은 삶을 즐거운 우주적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는가?”(134) 저자의 이 돌연한 물음에 나는 무심코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내 삶이 놀이와 같던 적이 있던가? 나의 삶이 극적으로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놀이 같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내 삶이 놀이 같던 시절은 어릴 때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내가 느끼는 삶의 무거움은 사회의 관습과 규칙이 규정한 삶의 조건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 삶이 놀이처럼 가벼울 까닭이 없었다.


저자 오찬영의 책 모비딕, 삶과 운명을 탐사하는 두 개의 항해로(이하 항해로)은 미국의 고전 문학 모비딕을 면밀히 읽고, 다시 쓰는 과정을 통해 자기 탐구의 방향을 보여준 책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개인적인 신앙 해체의 경험을 한 저자는 읽고 쓰는 공부를 통해 철학을 만나고, 자신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이 책 항해로모비딕의 두 주요 등장인물인 에이해브와 이슈메일을 삶에 대한 태도라는 관점에서 비교하며 철학하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작품의 배경인 당대 미국 사회의 모순적인 면면을 마주하지만, 그의 공부는 문학 작품의 분석에서 끝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시선을 자신에게 수렴하고, 자신을 관통하도록 이끈다.


저자는 모비딕을 이해하기 위해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하나는 기독교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다. 이 키워드는 허먼 멜빌의 미국 사회를 비롯하여 오늘날의 미국을 읽어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기독교라는 키워드를 보면, 저자는 성경이 부여한 정복의 자연관을 미국의 가치관으로 읽어낸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투영된 보편적 코드를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에 저자는 멜빌이 자신의 웅장한 책에서 절대적 기표로 고정되어 있던 성경적 질서를 자신만의 기의로 변용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한편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는 멜빌의 시대에 끓어 넘치기 직전의 인종차별, 노예 문제와 연결 지을 수 있다. 모비딕 초반에 등장하는 이슈메일과 퀴퀘그의 우정, 땅딸막한 삼등항해사 플래스크와 거구의 흑인 다구에 관한 묘사(“조그만 백인을 받쳐 든 위풍당당한 흑인!”)는 백인 사회의 편견과 계급의 존재를 드러낸다. 멜빌은 모순투성이의 미국을 이미 읽어내고 작품에 담아냈다. 170여 년 전의 미국 사회에서 이 소설이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껄끄럽게 다가왔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저자가 주목한 기독교와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는 다시 모비 딕이라는 상징으로 수렴된다. 소설에서 이 거대한 흰 고래는 남성성의 끝을 보여준다. 이는 백인 남성이 구축해 놓은 미국사회로도 읽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공고한 백인 남성의 질서에 도전하는 이는 누구든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모비 딕의 비밀을 감히 요구하며 도전한 인물이 바로 에이해브였다. 그 결과, 그는 여전히 감춰진 고래의 비밀과 함께 심연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 지점에서 에이해브가 미국사회의 모순과 광기를 드러내주는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저자 오찬영이 완전히 마초이즘의 관점에서 쓰인 이 소설을, 그리고 파멸하는 에이해브를 철학하기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등장인물의 호감 여부를 떠나 저자의 철학하기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저자는 미국사회를 읽는 매우 중요한 열쇠가 모비딕에 담겨 있음을 탁월하게 전달한다. 이 작업은 미국사회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한국사회의 모습도 읽어낼 보편성으로, 그리고 나에 대한 앎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는 문학을 통해 자기 탐구를 향한 철학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특히 두려움을 자양분으로 삼곤 하던 신앙이 자기 안에서 해체된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 지점이 바로 문학이 마침내 철학이 되는 지점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알려고 하는 의지에 주목한다. 그가 제안하는 앎의 항해로 나아가기는 지식까지 물신화되어버린 현대 사회에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저항이자 삶의 주체로서의 의무가 된다.


저자는 모비딕 다시쓰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우주적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내 삶에도 무거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뻗어나가며, 다른 존재와 접속하고 교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나의 결핍을 자각한 자리는 철학이 시작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라면, 누구든지 보다 가벼워져 우주적 놀이가 된 자신의 삶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름의 배움과 공부가 그 신체를 통과하여 축적되지 않는 이상, 그 존재성은 절대 유지되지 않는다." - P18

"그 동안의 삶의 방식에 어떻게 아니오를 외치고 반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로 철학아닐까?" - P49

"어린 고전이긴 하지만 <모비 딕>을 통해 시대를 들여다본다는 건 역사적 개념으로 분칠된 미국을 한꺼풀 벗겨 낸 뒤 그 안의 모순, 갈등, 위선이 우글우글 들끊는 괴이한 미국의 면면을 마주한다는 뜻이다." - P73

"미국인들은 이스라엘 히브리 민족의 선민 의식을 그대로 물려받은, 야훼의 나라다. (...) 기독교와 민주주의는 <모비 딕>에서 빠뜨릴 수 없는 키워드다." - P75

"허먼 멜빌은 좀비나 소행성 같은 설정 없이도 바다 위의 포경선 한 척에 미국인들의 종말주의적 신체를 완벽히 구현해 냈다." - P98

"로고스란 자신의 현장에서 배움의 스펙트럼, 앎의 그물망에 끊임없이 접속하고 연결되는 것이고, 이는 타나토스와는 다른 양태의 에로스의 가능성이다." - P110

"자연에 대한 관찰과 앎은 결코 인간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 앎이 확장될수록, 역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 P124

"결국 삶과 운명에 대한 질문은 결국 존재에 대한 이해와 직결된다. (...) <모비 딕>에서 발견한 것은 두 가지의 존재론적 인식이다. 열정과 광기의 타나토스, 웃음과 일상의 로고스." - P138

"<모비 딕> 한 권만으로 다른 텍스트를 읽는 눈이 바뀌어 버린다." - P145

"모든 과정은 반복되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은 반복으로 계속해서 오고 간다." - P163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망각하고 있는지, 바로 코앞에 두고 눈 감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 과연 무엇인지 알려고 해야 한다. 이 알려고 하는 의지만이 무지로 인해 마비된 좀비로부터 당신의 생명력을 흔들어 깨울 것이고, 삶과 죽음을 비롯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과 운명의 흐름들을 온전히 누리게 되는 기예를 알려줄 테니까."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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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계간 창작과비평191(봄호)

대화: ‘청년, 한국사회를 말하다'를 읽고

 


삶의 주체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묻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돈과 관련 된 모든 것이 화두가 되었다. 뉴스를 보면 주식과 부동산 이야기, 그리고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듯하다.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의 주요 화제는 주식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어느 유명 연예인이 일반인들의 주식 모임에 가서 주식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적도 있다. 최근에 잠시 들린 어느 책방에서는 직원들이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게 되었다. 마치 내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는 사회의 분위기가 주식을 하지 않거나, 내 집 마련에 굼떠 보이는 사람을 보는 시선이다. 주식에 대한 대화에 참여하지도 못하는 사람은 마치 바보가 된 느낌을 받기 쉽다는 점이었다. 이 점은 청년 활동가의 대담에서도 지적된 문제점이다.

 

지인 중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있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소득 수준이 대체로 좋은 지역의 아이 중에는 부모가 자신의 이름 앞으로 국내 대기업이나 해외 유명 스마트폰 회사의 주식을 사주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대학교에는 주식투자를 연구하는 소모임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대담 참여자들의 문제제기처럼 경제가 최고의 가치 중심이 된 사회에서, 나아가 코로나19로 사회의 구성원들이 봉쇄, 혹은 특별 제제 및 관리의 대상이 된 상태에서, 우리 삶의 국면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실에 직접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내리고 보다 나은 삶을 꾸려나가고자 도전하는 젊은 활동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든든했다.

 

앞으로의 문제는 팬데믹이 이번 코로나19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우리 삶을 지배하는 자본의 영향력이 더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삶이,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던 모든 가치가 마치 자본을 기준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 같다. 활동가 공현의 지적처럼, ‘내가 이렇게 (주식/부동산) 공부를 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 보상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가치관이 세대를 막론하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본다. 이번 대화편을 통해 모든 참여자들의 진단이 나에겐 새롭게 환기된 사항들이었고, 큰 배움을 주었다. 그 중에서 활동가 공현이 교육 문제를 잠시 언급하며 학생들이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라는 취지로 한 언급이 기억에 남았다. 다시 돌아보니 모든 참여자들의 활동은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본래적으로 결핍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은 한 사람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으며, 무리를 이루고 사회를 구성하는 이상, 각기 다른 욕망들이 충돌하게끔 되어 있다. 이럴 때 구성원들이 마주하게 되는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왜 이걸 해결해주지 않는가?’라고 묻는 것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대담에 참여한 청년 활동가들의 모습은 삶의 주체가 되는 인간되기를 몸소 실천하고 배우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대화자들의 한국사회 진단을 보면서, 나는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청년 활동가들은 사회 곳곳에서 관행에 균열을 내고 변화를 일구어내는 이들이었다. 고심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편 개인적으로 관심을 많이 갖게 된 주제는 에너지 정책 관련한 사항이었다. 아울러 기후/환경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와 관련하여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은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은 어떠해야 할까?’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기후 위기를 비롯하여 우리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여기에 구체적인 문제의 진단과 논의를 더하여, 우리 사회에 좀 더 필요한 것들도 보인다. 우리 가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각각의 참여 활동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다양한 목소리가 많이 나올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필요성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인들이 각자 고립된 하나의 섬으로 되어버린 지금, 모든 사회에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다시금 청년 활동가들의 활동을 응원해본다.




"2020년에 코로나19 관련해서 등교 여부 등을 결정할 때, 정부가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던 것처럼 학생들을 교육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 여전합니다."
- 청소년인권 활동가 공현의 말 - P77

"누구나 나이가 들고 아플 수 있고 다양한 이유로 취야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 이를 시설 수용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이 구조적 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활동가 김주온의 말 - P79

"코로나19를 계기로 자본 입장에서 눈엣가시였던 사업들을 가장 먼저 정리해간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런 결정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힘드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듭니다."
- 영화감독, 작가 이길보라의 말 - P76

"예전에는 정치 냉소주의에 반대했다면 지금은 정치를 제도권 내 정당 혹은 정치인의 지지자나 팬이 되는 것 정도로 인식하는 데에 반대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정치를 냉소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는 것도 정치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로 이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누군가를 지지하고 투표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지니는 정치행위인 것 같습니다."
- 공현의 말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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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오리진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DNA까지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추적하다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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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오리진

(On the Origin of Evolution)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DNA까지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추적하다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 권루시안 옮김 | [진선출판사]

 


진화론에 이르는 서구 지성사의 한 단면, 진화중인 진화론의 연대기


 

지금부터 162년 전 3, 50세 생일을 막 지난 중년의 남자는 자신이 쓰던 원고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했다. 기대감과 일말의 두려움을 안고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었던 것이다. 찰스 로버트 다윈, 그는 자신이 막 완성한 종의 기원이 당대에 논란의 중심이 될 것임을 짐작했겠지만, 이후 전 인류의 세계관을 바꾸어버릴 줄 짐작했을까. 오늘날 진화의 메커니즘에 관한 그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초등학생이라도 누구나 다윈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에서는 천재과학자라는 타이틀도 심심찮게 사용한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처럼 다윈의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 기작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그 역시 거인의 어께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다양한 과학 분야의 소재에 대해 책을 쓴 메리 그리빈·존 그리빈 부부가 진화의 오리진에서 주목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마치 물을 가열할 때, 물속에서 분자들의 운동이 빨라지고, ‘거대한대류가 형성되며, 바닥에서 기포가 생성되는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비로소 끊어 넘치는 것처럼, 진화론도 수많은 이들의 고민과 이의제기, 논쟁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이론이다. 나아가 저자인 그리빈 부부는 진화론의 계보에 속한 많은 이들을 흥미롭게 조명하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들의 글쓰기가 인상적인 이유는 고대의 자연철학자들부터 현대의 후성유전학 분야까지 각 분야의 선구자들이 내놓은 핵심적인 주장을 짚어 내고,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을 간결하게 정리해내는 능력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느끼지만, 이런 작업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저자들은 이 진화론이라는, 섭씨 100도의 상태에 도달하기 직전의 물속을 면밀히 조명하고, 나아가 진화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론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진화의 세 가지 요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같은 종 내의 경합과 생존 투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 환경의 변화에 대한 개체들 간의 변이가 일어날 수 있어야 할 것, 마지막으로 이 변이가 세대를 거쳐 상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 요건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두 명의 사냥꾼을 쫓는 회색곰 이야기. 곰은 두 사람보다 빠르지만, 이 위기에서 생존가능성이 큰 사냥꾼은 두 사람 중에 보다 빠른 사람이다. 이 우스개에는 진화의 첫 번째 요건의 핵심이 담겨 있다. 바로 다윈이 말하는 생존 투쟁은 종 사이의 경쟁이 아니라, 같은 종 내에서의 경쟁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두 요건은 책의 후반에서 보다 깊은 의미가 다루어지고 있다. 현대생물학의 발전으로 DNA의 구조와 역할이 규명된 이후, 후성유전학과 같은 분야의 등장으로 진화의 의미가 보다 확장되고 깊이 이해되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이러한 진화의 개념과 요건들이 다윈 혼자 마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개념은 이미 다윈의 할아버지인 이래즈머스 다윈이 고민했던 주제이기도 했다. 좀 더 가깝게는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를 떠나기 전인 1831년에 패트릭 매튜(Patrick Matthew)라는 사람이 쓴 책 부록에 이미 실려 있었다. 매튜는 자연법칙에 의한 선택을 언급하면서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를 거의 만들어내었다(149), 라고 그리빈 부부는 지적한다. 게다가 매튜는 현대생물학 지식 없이도, 앞서 언급한 진화의 핵심 요건 세 가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끓는 물(다윈의 진화론’)에 이르기 직전 물속의 상태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렇다고 다윈의 업적이 빛을 잃는 것도 아니다. 다윈은 커다란 업적은 끓기 전의 자신의 시공간이라는 물속에서 진화론이 인류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필요한 임계치를 성공적으로 넘었다는데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가 아는 진화론으로 나오기까지 이미 많은 이들의 이야기도 있었다는 점을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배울 수 있었던 부분은, 다윈의 업적이 오랜 시간 인류의 집단지성을 통해 오랜 시간 거듭난 결과라는 점이다. 종의 기원에는 다윈이 20년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고, 책을 읽고 이해한 활동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자들과의 서신 교환 및 토론의 흔적이 담겨 있다. 특히 진화의 오리진에는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주었던 앨프리드 월리스와의 교류가 꽤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다윈의 세계와 월리스의 세계, 이렇게 다양한 각자의 시공간이 진화론의 정립이라는 목표을 향해 실감나게 병치되어 묘사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진화론이 천재다윈의 작품이라고 하기보다, 서구지성사가 이루어낸 인류 공동의 지적 결과물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물론 책을 읽으며 진화론에 이르는 과정이 지난한 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이 과정이 무엇보다 기독교 전통이 강했던 유럽, 특히 영국에서 하느님의 섭리와 대립해온 인간 지성의 도전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샤를 보네(Charles Bonnet)진화(evolution)’라는 용어를 자신의 책에 처음 사용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용어는 펼친다는 의미의 라틴어 에볼루치오넴(enolutionem)'서 나왔다고 한다. 다만 보네가 이 용어에 담고 있던 생각은 하느님이 종을 창조했으며, 이 종은 불변 한다’(51)는 것이었다. 바로 이미 적혀 있는 (하느님의) 두루마리를 펼친다’(54)는 의미였기에, 창조자를 인정하지 않는 현대의 진화관념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므로 진화라는 용어의 개념조차도 진화해온 셈이다. 그 밖에도 진화론자들이 생물학자이자 사제였던 많은 이들과의 토론과 논쟁을 겪는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고,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사제이자 역사학 및 정치경제학교수를 지냈던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맬서스는 자신의 인구론(1798)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인구 증가 기작을 언급했다. 나아가 인구 증가의 억제 요인으로 포식자, 질병, 가용 식량’(151)을 제시한다. 앞에서 언급한 앨프리드 월리스도 자신의 책 나의 인생 My Life에서 맬서스의 인구론 에세이가 중요하게 작용했다’(198)고 기록하고 있다. 다윈의 경우, 그가 비글호 항해를 다녀오고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진화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맬서스의 인구론은 그 다음 해(아마도 1838)에 처음 읽었다고 한다. 이 때는 비글호 항해기를 집필하던 시기이므로, 이 과정에서 인구론을 접하고 진화론에 대한 보다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맬서스의 인구론은 진화론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맬서스 인구론의 기본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인구론의 기본 가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환경 속에서 생존에 유리한 개체는 우월하기에 살아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논리는 자칫하면 살아남은 자들의 우월성을 강력히 지지하는 증거로 왜곡되어 변용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생학의 역사가 이러한 논리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논리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있는 책으로 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대표적인 저서 , , 를 떠올렸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현재 살아남은 세력이 우위를 누리게 된 이유로 맬서스의 논리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곧 현재 우위의 차이는 바로 우연한여러 환경적,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점이다. 어느 개체나 집단이 살아남은 것이 그 자체로 우월했기 때문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의 가정이 맬서스의 논리와 미묘하게 차이난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차이가 도달하는 지점의 결과는 극명하게 나뉠 수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이처럼 개인의 굳은 믿음 혹은 신학적 신념의 비판과 공격, 얽히고설킨 입장 및 논리의 차이를 겪어내며 등장한 이론인 셈이다.


이렇게 진화론의 역사만 보더라도, 진화론은 분명히 과거의 전통 위에 서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다른 인간적인 요인으로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정체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후퇴한 사례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진화론 발달사가 그러하다. 이 책에서는 조르주 퀴비에(Georges Cuvier)의 사례를 떠올려볼 수 있다. 저자의 소개에 따르면, 퀴비에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인도코끼리의 골격을 비교하고, 이를 매머드 화석과도 비교 연구를 한 인물이다. 또 코끼리를 닮은 오하이오 동물에 마스토돈이라는 이름을 붙인 인물이기도 하며, 멸종이 실제 일어난 일임을 최종적으로 입증한 인물이기도 하다(135). 문제는 1810년 무렵 이후 사망할 때까지 당시 유럽에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생물학자였다는 점이다. 그는 종이 멸종한다는 사실을 입증했지만, ‘진화한다는 사실을 반대했다. 그 결과 적어도 진화론을 진지하게 연구하던 라마르크와 조프루아의 연구가 한 순간에 빛을 잃게 되었다. 프랑스 생물학계는 그대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 후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다. 퀴비에의 영향력으로 진화론 연구의 중심은 바다 건너 영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처럼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지성사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로, 스탈린 시대의 생물학을 떠올릴 수 있다. 흔히 리센코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례는 스탈린의 요청을 받은 소련 생물학자 리센코가 미국과 유럽에서 논의되는 유전 및 진화이론을 공공연하게 부정했던 사건이다. 일명 반멜델주의 생물학으로 표현되는 리센코의 생물학은 스탈린 치하의 공식 생물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련 과학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 사례에 해당한다. 이 이론에 반대하던 과학자들은 직업을 잃는 것은 물론, 목숨을 잃기도 했다. 고대 중국 진나라의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가 현대사에 실현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진화론을 세상에 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앨프리드 월리스와 다윈이 인간의 위치에 대한 관점에서 크게 달랐다는 점도 주목해본다. 이렇듯 합리성과 객관성으로 대표되는 과학 연구도 결국은 사람의 일이기에 인간적인 요인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진화론의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후반에는 현대생물학, 유전학의 발달 이후의 진화론에 대해 다룬다. 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다양한 생물 종과 개체들에서 세포 안으로 향하게 되었다. 현미경 및 결정학의 발달 등으로 생물학은 유전 인자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용어만 알고 있던 후성유전학의 간단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내겐 큰 수확이었다. ‘획득형질이 유전 된다는 라마르크의 진화론은 과학자들의 외면을 받고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결국 후성유전학의 교훈은 특정 환경 속에서 개체가 획득한 특징이 최소한 몇 대에 걸쳐 대물림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평유전자 전달사례처럼 유전되는 특성이 수직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그러니까 유전자 수준에서 획득형질이 유전될 수 있다는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인 그리빈 부부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진화의 과학적 이해는 지금도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311)라고 했다. 다윈 이후의 진화론은 현대생물학의 발달이 더해져 생명에 대한 이해를 지금도 더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이 형성되기까지 기독교 사상을 비롯한 사회의 통념과 금기시된 지식에 대한 도전의 역사와 다윈 이후를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 무대에 최후의 승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 큰 기여를 했지만 사회적 관습에 종속되어 있던 인간의 모습도 발견한다. 월리스와 다윈의 경우는 그나마 훈훈하게 마무리된 보기 드문 사례다. 실제로는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계급의 차이나 성차별적인 관행에 의해 뛰어난 과학자들의 공헌이 가려지고 무시된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한 번 더 노벨상을 수상했을 법한 매클린톡의 사례는 후대의 사람들이 주목하는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할 것이다. 이 책은 진화론이 형성된 역사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인간의 편견과 신념이 어떻게 여기에 개입했는지 그리고 심지어는 어떤 폐해를 남길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현대생물학의 발달로 유전체는 항상 역동적인 변화 상태’(299)에 있는 존재라는 것과 생물체가 돌연변이 없이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311)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생물체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진화론 역시 우리의 이해가 넓어짐에 따라, 지금도 여전히 진화중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구상의 생물이 복잡한 정도에 따라 각기 순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존재의 사슬‘ 내지 ‘생명의 사다리‘ 관념을 그리스 도교 사상가에게 전해준 것도 아리스토텔레스였다." - P17

"루크레티우스는 원자론자로 (...) 루크레티우스조차 인간은 특별하다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은 동물은 자기 종족을 복제할 수 있어야 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여기에는 오늘날과 같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의 요소가 확실히 존재한다." - P21

"린네는 종교적이어서, 새로운 변종의 식물이 때때로 생겨난다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새로운 종이 진화하여 생겨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희한한 일은 종은 불변하며 종을 창조한 것은 하느님이라고 믿은 다른 사람이 ‘진화‘라는 용어를 생물학에 도입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린네와 같은 시대 사람인 샤를 보네다." - P51

"모든 온혈동물은 위대한 제1원인으로부터 동물성을 부여받은 단 하나의 생명 가닥으로부터 생겨났으며, (...) 따라서 타고난 원래의 활동 방식에 의해 지속적으로 개량해 나가는 성질과 그렇게 개량된 점을 세대에서 세대로 영원히 물려주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지나친 상상일까."
-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이 자신의 책 <주노미아>에서 밝힌 생각 - P120

"매튜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세 가지 핵심 요건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종의 개체가 늘어나 경합과 ‘생존투쟁‘이 일어날 것, 한 종에 속한 개체들 간에 ‘변이‘가 있을 것, 변이가 ‘상속‘될 수 있을 것이 그 세 가지다." - P150

"체임버스의 <창조 자연사의 흔적>(1844)은 선풍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진화를 상류 인사들의 대화 주제로 만들었다. " - P159

"월리스가 말레이 제도로 떠나기로 결정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밴 와이는 빈 출신의 어느 비범한 여성이 말레이 제도에서 보내온 귀중한 표본을 스티븐스가 취급한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여성은 이다 라우라 파이퍼(Ida Laura Pfeiffer)로, 1797년 태어나 1842년 남편이 죽은 뒤 여행을 시작했다." - P178

"1854년 9월부터는 종의 변성과 관련하여 내가 적어둔 어마어마한 양의 노트를 정리하고 관찰하고 실험하는 데 내 모든 시간을 바쳤다."
-다윈이 따개비 연구를 끝내고 다시 진화에 관심을 돌려 <종의 기원>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정황 - P182

"(<종의 기원>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현대의 종이 어떤 단일 개체로부터 이어 내려온 공통의 후손이라는 생각이었다." - P218

"세부 논쟁은 여전하지만 (진화론에 관한) 현대종합이론은 1930년대 초에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 P254

"1980년대에 이르러 우리 인간이나 참나무 같은 복잡한 생물체의 유전체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변화 상태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 P299

"‘생명의 책‘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그 책에서 어느 구절을 읽고 행동할지는 세포가 처해 있는 상황, 즉 환경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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