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계간 창작과비평191(봄호)

대화: ‘청년, 한국사회를 말하다'를 읽고

 


삶의 주체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묻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돈과 관련 된 모든 것이 화두가 되었다. 뉴스를 보면 주식과 부동산 이야기, 그리고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듯하다.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의 주요 화제는 주식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어느 유명 연예인이 일반인들의 주식 모임에 가서 주식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적도 있다. 최근에 잠시 들린 어느 책방에서는 직원들이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게 되었다. 마치 내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는 사회의 분위기가 주식을 하지 않거나, 내 집 마련에 굼떠 보이는 사람을 보는 시선이다. 주식에 대한 대화에 참여하지도 못하는 사람은 마치 바보가 된 느낌을 받기 쉽다는 점이었다. 이 점은 청년 활동가의 대담에서도 지적된 문제점이다.

 

지인 중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있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소득 수준이 대체로 좋은 지역의 아이 중에는 부모가 자신의 이름 앞으로 국내 대기업이나 해외 유명 스마트폰 회사의 주식을 사주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대학교에는 주식투자를 연구하는 소모임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대담 참여자들의 문제제기처럼 경제가 최고의 가치 중심이 된 사회에서, 나아가 코로나19로 사회의 구성원들이 봉쇄, 혹은 특별 제제 및 관리의 대상이 된 상태에서, 우리 삶의 국면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실에 직접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내리고 보다 나은 삶을 꾸려나가고자 도전하는 젊은 활동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든든했다.

 

앞으로의 문제는 팬데믹이 이번 코로나19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우리 삶을 지배하는 자본의 영향력이 더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삶이,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던 모든 가치가 마치 자본을 기준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 같다. 활동가 공현의 지적처럼, ‘내가 이렇게 (주식/부동산) 공부를 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 보상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가치관이 세대를 막론하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본다. 이번 대화편을 통해 모든 참여자들의 진단이 나에겐 새롭게 환기된 사항들이었고, 큰 배움을 주었다. 그 중에서 활동가 공현이 교육 문제를 잠시 언급하며 학생들이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라는 취지로 한 언급이 기억에 남았다. 다시 돌아보니 모든 참여자들의 활동은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본래적으로 결핍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은 한 사람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으며, 무리를 이루고 사회를 구성하는 이상, 각기 다른 욕망들이 충돌하게끔 되어 있다. 이럴 때 구성원들이 마주하게 되는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왜 이걸 해결해주지 않는가?’라고 묻는 것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대담에 참여한 청년 활동가들의 모습은 삶의 주체가 되는 인간되기를 몸소 실천하고 배우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대화자들의 한국사회 진단을 보면서, 나는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청년 활동가들은 사회 곳곳에서 관행에 균열을 내고 변화를 일구어내는 이들이었다. 고심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편 개인적으로 관심을 많이 갖게 된 주제는 에너지 정책 관련한 사항이었다. 아울러 기후/환경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와 관련하여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은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은 어떠해야 할까?’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기후 위기를 비롯하여 우리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여기에 구체적인 문제의 진단과 논의를 더하여, 우리 사회에 좀 더 필요한 것들도 보인다. 우리 가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각각의 참여 활동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다양한 목소리가 많이 나올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필요성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인들이 각자 고립된 하나의 섬으로 되어버린 지금, 모든 사회에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다시금 청년 활동가들의 활동을 응원해본다.




"2020년에 코로나19 관련해서 등교 여부 등을 결정할 때, 정부가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던 것처럼 학생들을 교육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 여전합니다."
- 청소년인권 활동가 공현의 말 - P77

"누구나 나이가 들고 아플 수 있고 다양한 이유로 취야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 이를 시설 수용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이 구조적 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활동가 김주온의 말 - P79

"코로나19를 계기로 자본 입장에서 눈엣가시였던 사업들을 가장 먼저 정리해간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런 결정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힘드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듭니다."
- 영화감독, 작가 이길보라의 말 - P76

"예전에는 정치 냉소주의에 반대했다면 지금은 정치를 제도권 내 정당 혹은 정치인의 지지자나 팬이 되는 것 정도로 인식하는 데에 반대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정치를 냉소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는 것도 정치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로 이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누군가를 지지하고 투표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지니는 정치행위인 것 같습니다."
- 공현의 말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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