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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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를 열심히 읽고 있는 나를 보던 딸아이가,
"한비야? 나 이 사람 잘 아는데...우리 담임 선생님이 이 사람이 쓴 책 읽어줬었는데...너무 길어서 조금 읽어주었는데.."
"어떤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응...우리 선생님도 한달에 2만원씩 기부해서 딸 한명을 키우고 있는데, 그 애한테 편지도 받았어"

한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머물고 있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어보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읽어보지 못했던 나는, 다시 베스트셀러 자리에 놓여진 저자 한비야의 또 다른 책 <그건, 사랑이었네>를 접하게 되었다.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구호활동에 열심히 하는 여성이라는 것과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이 내가 아는 그녀에 대한 전부였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한비야’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 들었고, 그녀가 늘어놓는 넋두리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의 이름이 ’한비야’라는 것, 58년 개띠라는 것, 셋째 딸이라는 것 등 자신의 소소한 것에 만족할 줄 알고, 당당한 그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며, 사랑 받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껴본다. 과연,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내 이름, 내 몸집, 내 얼굴, 내 성격 하나하나 미운 것 투성이라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당당한 그녀 앞에서 나는 한껏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았고, 동시에 나도 이제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한 걸음으로 씩씩하게 걸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내 성격상 쉽게 고쳐지지 않겠지만 왠지 그렇게 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당당해 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드는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죽기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내려 가는 모습은 죽음앞에서 당당해 지고 싶어하지만, 두려운 기색이 느껴지는 사람냄새 나는 그녀의 모습이나, 첫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살짝꿍 떨려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를바 없게 느껴진다. 오지 속에서도 당당한 그녀가 말이다.
왠지 그녀는 무슨 일이든 척척해내고, 무엇하나 두려워하는 것이 없는 천하무적 무쇠팔 무쇠돌이 일것만 같아 나와는 다른 류의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그녀를 통해서 편안함과 친숙함이 느껴진다.

그녀가 권하는 24권의 책을 꼭 읽어보리라 굳은 결심을 하던 내게, 그녀는 나의 눈물을 원한 듯 싶다.
’우리는 모두 같은 아침을 맞고 있어’를 통해서 그녀가 월드비전 긴급구토팀장으로 일하며 만났던 내가 모르는 세상 밖 이야기를 전하는 동안 나는 눈시울을 붉혔다.
안타까움, 슬픔, 그리고 그 곳에 동참하고 있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 때문일 것이다.

지진과 에이즈, 가난와 기아, 그리고 단지 물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들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는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전하고 또 우리에게 사랑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 여성 할레이야기를 통해서 분노를 느끼게 한다. 무엇을 위한 전통이란 말인가?

그녀는 확실히 나와는 다른 류의 사람이였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당당함이 무엇인지,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듯 했다. 물론 그녀의 생각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녀의 이런 자신감과 당당함과 용기가 아이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리라는 것을....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그녀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로 격려해주면서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지 않은 문체로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녀의 글 솜씨는 책을 읽는 내내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마음 한켠 사랑이 전해지는 따뜻함을 전해진다.

나는 그동안 몰랐던 그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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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6
앙드레 지드 지음, 이충훈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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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좁은 문>을 읽고, ’알리사’를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알리사는 왜 제롬과 약혼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었다.
요즘 나는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덕분에 명작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고, 덕분에 어렸던 학창시절에 이해하지 못했던 명작 작품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아이가 저학년일 때 함께 읽었던 명작 도서는 아이들에게 명작에 대한 흥미로움을 이끌기 위해서 재미 위주로 많이 담아져 있었고,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것처럼 명작의 재미만을 추구하면서 아이와 함께 읽었다.
이제 아이가 고학년이 되었고, 나는 아이 수준에 맞추어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를 접하게 해주었고, 이제는 명작 작품에 대한 흥미로움과 이해를 함께 추구하며 아이와 즐거운 명작 나들이를 하고 있다. 
내가 학창시절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읽어내려 갔던 과오를 내 딸에게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시리즈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와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제롬과 그의 외사촌 누이 알리사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 <좁은 문>은 저자 ’앙드레 지드’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앙드레 지드는 자신의 아내인 마들렌의 영상을 알리사라는 인물을 통해서 표출했고, 마들렌은 알리사처럼 지드의 외사촌 누이였다.
또한, 책 속에 담겨진 애절한 편지는 아내 마들렌이 지드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작품에 옮겨 놓았다. 그 때문에 편지에 묻어나는 애절함이 더욱 두드러진 것은 아니였나 생각해 본다.

엄마의 불륜으로 괴로워하는 알리사의 눈물을 본 후 인생을 결정짓게 된 제롬은 평생 알리사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과 연민, 감격, 헌신, 미덕이 한데 뒤섞인 묘한 감정에 취한 채 온 힘을 다해 하느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소녀를 공포와 악과 고된 삶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내 삶의 목표라고 생각하며...... (본문 28page)

제롬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면서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롬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리사와 고모의 대화와 그녀의 일기, 그리고 제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알수 있지만, 알리사는 제롬과의 약혼, 제롬과의 만남을 늘 거부하고 있었다. (내가 어린시절 가장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알리사의 이런 알 수 없는 마음이였다.)

이 책에서 성경 구절이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그 시절 기독교 사상은 사람들에게 깊이 있게 인식되어 왔고, 그것이 삶의 모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알리사를 통해서 신앙을 품은 인간의 고뇌를 담아내고 있다.
엄마의 불륜으로 받은 상처가 깊게 자리잡은 알리사는 종교에 대한 신앙심과 복종, 그리고 사랑에 대한 욕망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좁은 문>은 알리사를 통해서 종교의 의미와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신앙에 대한 믿음을 잘 못 해석했던 알리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신앙에 대한 배반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 작품이 단순히 제롬과 알리사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는 것, 신앙을 가진 인간의 내면과 갈등을 함께 다루었다는 것은 이런 알리사의 내면적인 고통을 통해서 면밀히 드러나고 있다.

아무리 명작 작품이라 할지라도, 독자가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작품은 무용지물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는 명작이 주는 의미를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학창시절 <좁은 문>을 읽으면서 알리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나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내용때문은 아니였나 싶다. 이 시리즈는 청소년이 읽고 이해할수 있도록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수록되었다.
더불어 [제대로 읽기]를 통해서 명작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의 삶과 그 시절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수록한 것이 더욱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을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은 넓어 그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작고 길은 좁으니 이를 찾는 사람이 적다." (본문 29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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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 위를 걷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3
샤론 크리치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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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를 시작으로 오하이오를 거쳐 아이다호까지의 여정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13살 소녀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내려간, 그로인해 내 마음을 확 사로잡은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그의 모카신을 신고 두 개의 달 위를 걸어 볼 때까지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하지 마세요> (본문 86페이지)
상대방의 신발, 그러니까 남의 입장과 처지에 있어 보지 않고 상대방을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주인공 샐이 이 책속에서 엮어가는 이야기를 함축한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샐은 자신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이야기 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책 제목처럼 샐은 그 여정을 통해서 두 개의 달 위를 걷게 되고, 그 여정은 샐에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된다.

이 책 속에는 샐의 가족이 외에도 서로 다른 두가족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가족과 만나면서, 그들의 각기 다른 모습을 통해서 샐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새로운 여자친구, 새로운 곳으로의 이사를 통해 힘들어하던 샐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자동차로 3,00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여정은 엄마가 샐을 떠나 거쳐갔던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였다.

그 여정을 가는 동안, 샐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만난 피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비는 상상력이 지나칠 정도로 넘치고, 피비네 가족은 품위를 우선시 하는 가정이다. 피비의 아버지는 권위의식을 가진 듯 보이고, 피비의 엄마는 틀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에 우울해 보이는 듯 하다.
허나, 아무도 피비의 엄마에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피비네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메리네 가족이 소개된다. 메리의 남동생과 뒷마당에서 축구를 하고, 학교 운동회에서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아이들을 응원한다. 샐은 이 가족을 통해서 엄마와 함께 살았던 예전의 모습을 회상하며 엄마를 더욱 그리워하며, 이 여정이 엄마의 생일에 맞추어 엄마에게 도착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하여 엄마와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피비 엄마의 가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신의 처지와 닮아 있는 피비의 모습을 이해하고, 또한 그것을 통해서 자신과 엄마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떠난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동생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혼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던 샐은 조금씩 마음속 짐을 덜어 놓게 된다.
자신의 삶과 엄마의 삶은 별개이며, 엄마의 삶을 구속할 수 없다는 것도 피비를 통해서 깨달아 간다.


나이라는 것은 그냥 세월이 흘러서 단순히 한살두살 먹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머리가 히끗히끗해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하나둘 생기는 것은 주름과 흰머리만큼 생겨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요, 세월이 가져다 준 경륜일 것이다.
엄마와의 이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샐의 상처를 할아버지, 할머니는 치유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샐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말이다.


샐은 여행 중 할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새끼를 낳아 누구 데리고 가려고 하면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강아지들을 핥아주며 보살피던 부디 블루가 강아지들이 태어난 지 여섯 주 정도 지나자 새끼들한테 신경을 쓰지 않고 아예 밀쳐 버리기까지 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엄마, 무비 블루가 자기 새끼들을 싫어하나 봐요."
"새끼들도 독립적이 돼야지. 무디 블루한테 무슨 변이라고 생기면 어떡하니? 그럼 새끼들은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잖아."
(출처: 본문 412p)

엄마를 찾아 루이스턴 시로 여행을 갔던 것이 자신을 위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여행을 통해서 엄마의 모카신을 신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샐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도약하고 있었다.

샐의 마지막 여행에서 일어난 반전에는 이 책속에서 주는 감동의 절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족’’사랑’아픔’’희망’’슬픔’ 등이 모두 담겨진 이 책에 대해서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샐의 할머니처럼 말하고 싶다.
"좋구나, 좋아"

책 표지를 펼치는 순간,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잔잔하게 나를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가는 샐의 마음 변화를 읽어가면서, 내가 샐의 엄마인 양 격려하고, 토닥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찐한 사랑에 가슴 뭉클해지는 책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그 감동이 여전히 가슴속에 남겨져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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